국제경제

초저금리 종말…美 금리 내려도 기록적 저금리 시대 다시 안 올 듯


  • 박은선 기자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24-04-29 17:38:24

    "재정적자 급증, AI 투자 수요 등 중립금리 상승에 영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곧 금리 결정에 나서는 가운데 '초저금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속에 경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 최종적인 금리 수준도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한 가운데 경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종적인 금리 수준도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이하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기는 끝났다고 보면서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투자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물가 상승이나 하락을 야기하지 않는 이른바 중립금리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18년 말 기준금리를 2.25∼2.5% 수준으로 올린 뒤 연준 인사들은 저성장 저물가를 근거로 중립금리가 그 이하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현재 5.25~5.5%로 동결해 놓고 있다. 이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후 시장에서는 중립금리가 그보다 높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상황에서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이는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의미일 수 있고, 현 금리 수준이 크게 제약적이지 않은 만큼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는 고금리 장기화 사태 속에서 비교적 순항하고 있고, 이는 곧 미국 경제가 고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뱅가드의 조 데이비스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이를 유난히 잘 견뎌내고 있다"면서 10년 전이라면 예상하지 못했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 분기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더 높은 중립금리에 대한 확신이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헤지펀드업체 DE쇼의 크리스 도시는 고금리 상황에서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도출 가능한 하나의 결론은 중립금리가 더 높다는 것이며, 다른 결론은 경제가 금리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달러 기조 속 기록적 엔화 약세가 이어진 가운데 29일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가 4엔 넘게 급락하는 등 큰폭으로 출렁였다. 사진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행인이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간 환율을 보여주는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

    금리의 효과를 모형화하기 위해서는 중립금리에 대한 추정뿐만 아니라 소비가 금리에 얼마나 민감한지, 소비·물가 사이의 시차 등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은 분기별로 중립 금리 예상치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금리 중간값은 4.25%였으나 2019년에는 2.5%로 내려왔다. 여기서 인플레이션 2%를 빼면 실질 중립 금리는 0.5%가 된다. 지난해 6월에도 실질 중립 금리는 0.5%였다.

    이 수치는 지난달 0.6%로 올라갔으며, 연준 인사 18명 가운데 9명이 중립금리가 0.5%보다 높다고 봤다. 불과 2년 전까지는 0.5% 이상을 제시한 위원은 2명에 그쳤다.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가 5%대에 계속 머물러 있지는 않겠지만, 2.5%까지 지속해서 내려가는 게 정상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그는 “연준이 3%대 또는 4%대 어디에서 연준이 멈출지는 여전히 미정"이라고 밝혔다.

    WSJ는 중립금리가 올라간 이유로 정부 재정적자 급증, 청정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강력한 투자 수요 등을 지목했다. 또한 AI 발달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장기 경제 성장률과 중립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부터 금리를 동결중인 연준은 기록적인 고금리에도 미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보며 중립금리가 올라갔다고 판단할 수 있다.

    WSJ는 “투자자들이 이미 미국이 팬데믹 이전의 초저금리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으리라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향후 몇 년 사이에 기준금리가 4%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베타뉴스 박은선 기자 (silver@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