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말많고 탈많은 한진家 남매들, 새 총수 지정 지연…경영권 분쟁?


  • 곽정일 기자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9-05-09 15:13:40

    ▲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 연합뉴스

    한진그룹이 새 총수를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진가 내부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들의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9일 올해 '대기업 집단 및 동일인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한진그룹이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발표를 오는 15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특수한 상황에 놓이자 4월 중순까지 자료 제출을 마무리한 기업들과 달리 한진그룹에는 4월 말까지 자료를 내달라고 기한을 늦춰줬다.

    하지만 한진은 지난 3일 자료 제출을 못하고 있는 이유를 소명하는 공문을 공정위에 보냈다.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이에대해 "기존 동일인(고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 지에 대한 내부적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가(家) 남매들 간 갈등설을 추측하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장례 절차가 끝난 뒤 아들인 조원태 사장이 한진칼 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영권 승계는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한진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도 했다.

    그룹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 내부의 일이지만 선친의 지분 상속에 일부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진에어와 호텔 사업 등 계열사 경영에 참여했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 어머니 이명희 씨의 이해관계가 뒤엉켜 있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 '땅콩회항' '물컵갑질' '폭행 및 일등석 경고방송 금지'까지 예견된 3남매의 갈등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갑질과 조현빈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안이다. 또한 삼남매의 어머니인 이명희씨의 경우 지난해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를 잡아끌고 밀치는 등 폭행 하는 모습, 다른 직원이 갖고 있던 서류뭉치를 바닥에 집어던지는 모습 등이 찍힌 동영상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원태 회장도 갑질 논란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아니다.

    조 회장은 지난 2000년 6월 단속하려던 교통경찰을 치고 100미터 정도 달아나다가 뒤쫓아온 시민들에 의해 붙잡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고, 2005년 3월 22일에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연세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던 중 태모 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갑자기 끼어들어 태 씨는 급정거를 했다. 태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하자 조 회장은 차에서 내렸다. 당시 차안에 타고 있던 태씨의 어머니(77세)가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느냐'며 나무라자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의 가슴을 두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또한 2017년 11월 대한항공 직원용 안내문에 '기내 1등석과 비즈니스석에는 비행과 관련된 경고방송을 보내지 말고 개별적으로 직접 알려라'라는 규정을 지시한 것이 조원태 회장으로 JTBC 뉴스룸을 통해 알려지면서 조 회장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대한항공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게임하는 데 방해되니까" 였다.

    이 같은 과거 전력에 비춰볼 때 어쩌면 경영권 분쟁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 일각의 추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배려라는 게 찾아보기 힘든데 여기에 돈까지 걸렸으니 갈등이 없는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겠나"라고 일침했다.

    ◇ 합쳐도 모자랄 판에…위협받는 경영권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사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GGI(강성부펀드)는 지난해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지분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달 대한항공 2019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도 한진칼 지분 5.36%를 보유 중이다. KGGI와 국민연금 지분이 합쳐지면 18.83%에 달한다.

    현재 고 조양호 회장 생전에 조부 고 조중훈 창업주 유산 상속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으로 조원태 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이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경영권 사수에 도움을 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조 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비용도 상속세율 50%로 단순적용을 해도 세금만 2200억원 수준이다. 이 상속세 납세를 위해 조 회장의 일부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점과 한진그룹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의 공세가 맞물리면 한진가의 경영권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가족들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원태 회장이 밝힌 고 조양호 회장의 유언이다. 이 유언이 성실히 잘 지켜질지 아니면 남매들 간의 진흙탕 싸움이 될 지 추후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1007107?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