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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배송戰場] 롯데,'쿠팡·마켓컬리보다 빠르게' 배송실험...'이커머스 판도 급변'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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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6-19 03:37:08

    ▲ 롯데마트가 지난 2월 식료품 빠른배송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 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 롯데마트 전국매장 물류센터로 활용 신선식품 '빠른배송' 실험

    롯데쇼핑이 신선식품에 대해서는 빠른배송을 시행해 롯데온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일종의 물류센터로 활용해 중국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센셩(盒馬鮮生)’에서 실시하는 ‘3㎞·30분 배송정책’을 벤치마킹한 ‘한국판 허마센셩’을 선보인다.

    18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한국판 허마센셩을 위한 팀을 구성해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일정 반경 내 빠른배송이 가능한 단거리 배달 시스템을 추진한다. 이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경쟁사보다 하루 이상 빠른 것으로 배송판도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최근 롯데쇼핑 임원회의에서 “연내에 빠른배송이 가능한 한국판 허마센셩을 만들겠다”며 “지역과 배송시간·반경 등을 현재 검토 중이며 우선 서울·경기권의 강남·서초 등 일부 매장에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송수단 역시 오토바이 배송업체인 ‘부릉’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마센셩은 중국 내에서 유통혁신을 일으킨 신선식품 매장으로 3㎞ 이내 지역에 30분 배송을 실시한다. 예컨대 요리 중 재료가 부족할 경우 요리가 끝나기도 전에 배송이 완료된다는 콘셉트다. 2016년 1월 문을 연 매장이 100여 곳으로 늘어나며 일부 매장은 벌써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이 이 같은 배송전쟁에서 회심의 빠른배송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배송의 핵심인 물류센터 활용에 대한 유통실험을 위해서다. 물류센터 건립이 지자체의 반대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매장을 물류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배송 패권이 곧 미래 유통의 핵심인 상황에서 이번 빠른배송 실험은 전국 롯데백화점·슈퍼·마트·편의점 등 7개 쇼핑 계열사 1만 2,000여개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유통업계의 물류센터 건립이 지자체와 주민의 반발로 계속 무산됨에 따라 매장 공간과 인력을 효율화해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구현하는 한국판 허마센셩은 고급화된 점포와 배송을 함께 수행하는 일종의 유통 혁신이다. 롯데쇼핑은 시간을 들여 물류센터를 별도로 건립하는 대신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일종의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매장의 인력과 공간 효율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실제 허마센셩은 물류센터를 따로 짓지 않고 점포에서 바로 배송까지 담당하는 점포 사례로 꼽힌다. 허마센셩은 점포에서 랍스터 등 고급 음식을 직접 사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코너와 동시에 한 켠에서는 고객 주문을 트레일러를 통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롯데쇼핑 고위관계자는 “물류센터를 따로 건설하는 것은 시간은 물론 지자체와 주민 동의를 얻는데 난항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물류센터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점포 공간을 효율화해서 배송을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모델을 고안하고 있다”며 “아직까진 점포 공간이 배송을 위해 체계적으로 갖춰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모델을 통해 배송을 위한 최적화 구조와 모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배송에서 e커머스 업체 대비 속도 조절을 보이던 롯데쇼핑이 ‘롯데온’과 함께 회심의 배송 카드까지 들고 나오면서 온라인 시장은 e커머스 업체와 오프라인 강자의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쇼핑은 그동안 온라인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롯데온을 앞세워 본격적인 온라인과 배송전에 뛰어든다. 몸집이 가벼운 e커머스 업계는 오프라인 매장 대신 대규모 물류센터로 승부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것은 곧 고정비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오프라인 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는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가 물류센터 방식이 아닌 기존 매장을 이용하는 새로운 물류전쟁을 선언하면서 배송전쟁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가 물류센터를 따로 짓는 대신 백화점, 마트, 슈퍼, 편의점 등 전국 1만2,000여개의 매장을 효율화해 매장인 동시에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들고 나오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오히려 배송전쟁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전쟁의 기존 시각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고정비를 잡아먹는 부담이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새로운 소형 물류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독이 아닌 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1위 이마트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을 늘리기 위해 올해 배송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와 합작해 별도로 온라인 사업 통합법인 ‘에스에스지닷컴’을 설립한 이마트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이마트몰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등 배송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가 배송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선식품 시장에서 성장세를 키우고 있는 만큼 배송 서비스를 통해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이마트는 배송의 핵심 경쟁력인 물류 인프라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미 김포와 보정에서 온라인전용물류센터 네오 2곳을 운영 중인 이마트는 하반기에는 김포에 온라인 물류센터 3호점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세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 등 경쟁사와 달리 전국 각 점포의 점포 내 ‘피킹 전용공간(Fulfilment Center)’을 확대, 옴니 채널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홈플러스 측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과거 영국 테스코와의 합작 이후 노하우를 전수받은 점포 운영모델"이라며 "후방(창고) 통로 폭이 넓어 직원 동선이 자유롭고 물류 적재 및 상시 이동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온라인 사업 키우기에 나선 것은 온라인쇼핑 업체가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4월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쇼핑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1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쿠팡 등 온라인판매중개 업체(16.1%)와 온라인판매 업체(9.4%)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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