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30 16:40:23
다음 달 12일 개봉을 앞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코미디다. 영화 '김종욱 찾기', '부라더'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마치 개그프로그램처럼 작정하고 웃기려 드는데, 박장대소와 쓴웃음, 헛웃음까지 골고루 끌어낸다. 다소 과장되기는 하지만 동물 국회, 정경유착 등 현실정치와 인간의 위선에 대한 풍자가 적절히 어우러진 덕분이다.
웃음은 주상숙이 제 의지와 달리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내뱉는 독설 같은 발언에서 나온다. '머리가 아니라 장에서 쏟아내듯' 투척하는 주상숙의 말폭탄에 시어머니와 백수 남편은 목덜미를 잡고, 정치인들은 황당해한다.
자폭도 마다치 않는다. 토론회에 나가서 대권 야욕을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비리도 스스로 폭로한다. '서민의 일꾼'이라는 머릿속 문구는 '서민은 나의 일꾼'이라는 말로 입 밖에 나온다. 참모진과 선거캠프에 비상이 걸렸음은 물론이다.
한데, 민심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중들은 '돌아이'로 바뀐 정치인 주상숙을 의외로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선거 전문가들이 민심 향배를 못 읽을 리 없다. 주상숙은 이참에 '정직한 후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유권자 마음 잡기에 나선다.
영화는 라미란의 '원맨쇼'에 가깝다. 천의 얼굴로 알려진 그는 코믹 연기부터 노래와 춤까지 숨겨놓은 장기를 모두 쏟아붓는다. 베테랑 연기자답게 적절한 강약 조절로 극을 능숙하게 이끈다. 보좌관으로 나오는 김무열도 제 몫을 해내는 편이다.
배우들의 고군분투에도 영화의 한계는 분명하다. 할머니의 거짓 죽음과 사학 비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영화는 과부하가 걸린 듯 삐거덕거린다. 이야기 갈래가 복잡해지니 전개는 산만하고, 펼쳐놓은 이야기를 수습하느라 무리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코미디라는 그릇에 담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물을 넣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후반부에는 헛웃음이 나온다.[연합]
베타뉴스 온라인뉴스팀 기자 (leeji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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