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터뷰] 영어변태 윤승원 동시통역사 - '하루 10분, 구글영어의 힘' 저자


  • 김순덕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20-03-19 18:52:15

    ▲ 윤승원 동시통역사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받은 봉준호감독은 스스로를 ‘변태‘라 칭한다.  봉 감독은 "변태는 곧 창의적인 사람이다. 남들과 다른걸 해야 창의적이다. "라고 말했다.


    이번에 만난 윤승원 동시통역사도 스스로를 '영어변태'라 칭하며,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문법, 독해, 단어장 중심의 영어공부를 지양하고, 현재 원어민들이 쓰는 가장 트랜디한 영어가 모여 있는 곳에서,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서칭 하면서 원어민력이 쑥쑥 올라가는 재밌는 영어 공부법을 제안한다.

    윤승원 동시통역사는 "순수 국내파이자 영어 비전공자인 제가 영어 동시 통역사가 되기 위해 10년 동안 고군분투 한 끝에 찾아 낸 최고의 공부 법이며 이 방법으로 영어를 학습한 저는 10년 이상 영어권 생활을 하거나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과 동료로서 어깨를 나란히하고 통역사로 활동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윤승원 동시통역사는 영어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탐닉하고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를 ‘영어 변태’라 칭하며 누구나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원어민력 높은 영어 실력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어 변태의 구글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미대생에서 동시통역사가 되기까지 10년간 쌓은 구글 영어 공부 노하우와 동시통역 비법을 영어에 지치고, 영어가 두려운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고 저서 '하루 10분, 구글영어의 힘'을 쓴 저자 윤승원을 만나 보았다.
     

    저자 윤승원은 선화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대 미대에 진학하고 졸업을 앞둔 23살의 어느 날, 유학준비를 하면서 영어에 흥미를 느꼈고, 그 후 인생이 바뀌어 버렸다. 영어에 푹 빠져 평생 영어와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기로 결심하고 서울외대 통역대학원을 거쳐 마침내 영어통역사가 된다. 현재 무역보험공사 동시통역사로 일하고 있으며 영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어 학습 멘토, 블로거, 유튜버로도 활동 중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6년차 영어통역사이자 "하루 10분 구글영어의 힘" 저자 윤승원입니다.

    ▲ 하루 10분 구글 영어의 힘 저자. 윤승원


     
    ○  영어통역사라면 외국 생활을 오래하셨나요?

         영어통역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인데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쭉 한국에서 살고 있고 예술중학교, 예술고등학교를 거쳐서 미대까지 10년동안 미술을 전공했답니다.


    ○  오랫동안 미술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언젠가부터 저는 영어를 들으면 힐링이 되고 영어로 말하는 동안에엔돌핀이쏟아져 나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영어에 계속 빠지고 빠져서 탐닉하는 수준에 이르러 영어변태라는 닉네임도 가지게 되었어요. 영어에 대한 흥미는 우연한 기회에서 생기기 시작했어요.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엄마의 권유로 하루에 10분씩 전화영어를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전화가 걸려올 시간이 다가오면 너무긴장되었답니다. 긴장한 상태로 전화를 받고 1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더듬더듬 말하고 전화를 끊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 전화영어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수업이 끝나자마자 수업시간 음성파일이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들어보지도 않았었어요. '들으나 마나 어색하게 웃으며 더듬더듬 영어로 말하는 내 목소리밖에 안들릴텐데 뭐.. '이런 생각이었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고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는 생각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였어요.  '아! 부끄러워!'라는 감정과 함께 같이 올라오는 마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생각보다 잘하는데?' 였습니다. 대부분은 하고 싶은 영어단어와 표현을 찾지 못해서 버벅렸지만 그 중에는 마음에 쏙 드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더 많은 문장을 마음에 들게 할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죠.

        그때부터는 전화영어 시간이 매일 기다려졌어요. '오늘 수업 끝나자마자 내가 한 영어를 들어봐야지!' 라는 기대감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더 잘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즉, How? 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파일을 들으며 '너무 한국어톤 그대로인 것 같아. 톤을 조금 낮춰보자. I think를 너무 많이 쓰니까 토플 말하기 시험같아. 대신 뭐라고 하면 좋을까?' 등등 을 생각하며 제 영어를 다듬어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영어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어요.

        이 때의 경험으로 ‘내가 내보낸 영어를 직접 듣고 고쳐나가는 것’에서 영어에 대한 흥미가 생긴다는 것을 굳게 믿게 되었어요.
     

    ○ 어학연수를 반 년 정도 다녀왔다고 하셨는데, 어학연수 생활은 어땠나요?

       전화영어를 6개월 정도 하고나니 영어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학교를 얼른 졸업하고 어학연수를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당장 가고 싶었지만, 어학연수를 하고 나서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확실하게 졸업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난생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유치원에서 미술선생님으로 일하며 어학연수비용을 모으고, 영어학원과 전화영어수업을 들으며 계속 영어공부를 해나갔어요. 드디어 대학교 졸업 후,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지만아쉽게도 7개월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혼자 낯선 땅에서 영어공부만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먼 곳까지 영어공부만을 위해 왔다고 생각하니 늘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진데다가 처음 혼자 살다 보니 끼니도 거르게 되어 신경성 위염이 왔던 거죠.


    ○ 영어통역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어학연수를 갔다가 예정보다 빨리 한국에 돌아와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지냈어요. 그 때 '영어를 할 줄 아는 미대생'을 필요로 한다는 한 중소기업이 있어서 입사해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회사에서 느꼈던 마음의 혼란은 제 책에서 자세히 다루기도 했는데요. 입사 첫 날부터 여긴 아니라는 생각을 했지만 ‘일 년은 지내보자, 무언가 배우는 게 있을거야’ 라는 생각에 저의 목마름을 영어공부로 채워가며 그 시간을 버텼습니다. 1년 후, 아무리 보아도 그곳에서는 제가 원하는 일을 한 적도, 하고 있지도, 할 것 같지도 않아 퇴사를 결심하였습니다. 우연히 그 즈음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어요. 어느 통역사가 쓴 책이었는데 통역사라는 직업, 통역사가 하는 일, 통역사가 되기 위한 과정과 통역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었고, 저는 그 책을 펼치자마자 완전히 빠져들어 그대로 선 채로 단숨에 끝까지 모두 읽어버렸어요.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에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본 설렘과 벅참으로 제 심장은 ‘빵빵’하게 부풀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어요. 저는 어느새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바로 이거다. 내가 원하는 건 통역사가 되는 것이다!'라고요.
     

    ○ 통역사가 되기 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통역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인터넷에서 통역대학원을 검색했고 가장 위에 나온 통대입시학원에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청강을 신청하고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난생 처음 보는 진귀한 풍경을 보게 되었는데요. 영어를 길게 틀어주고 무작위로 호명하여 한국어로 통역, 한국어를 길게 틀어주고 무작위 호명으로 영어로 통역을 하는 모습이었죠. 파트너를 정해 서로크리틱해주고 강사가크리틱하는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빡빡하게 채워진 3시간의 수업이 단숨에 지나갔고 끝난 후 저는 멍하니 빈 강의실에 남아 '내가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꼭 해내고 싶다."

    그날 바로 수업을 신청하고 본격적으로 통역 대학원 입시생 신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원 밑 카페에 앉아서 고작 7개월의 어학연수를 제외하곤 외국에서 살아본 적 없는 토종 국내파, 영어전공도 아닌 미술 전공자인 내가 통대 입시를 통과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 년은 턱도 없을 테지만 2년은 또 너무 야박하다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저는 저에게 3년의 시간을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 일 년에 1번씩 시험이 있고 3군데의 통역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으니, 3년 까지 해보자. 그리고 안되면 그 때가서 나에게 맞는 길을 다시 찾아보자!' 라고 생각했어요. 설령 통대에 입학하지 못하더라도 그 동안 쌓인 영어실력은 충분히 저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  통역대학원 입시와 재학기간이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어요.

    네, 그렇게 무작정 뛰어든 입시 생활은 다행히도 3년차가 되던 해에 통역대학원에 합격하며 끝났습니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그 때부터 였어요. 입시도 힘들었지만 통역대학원은 더욱 고되고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한창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경력을 쌓아가야 할 나이에 5년이라는 시간을 '학생신분’,‘준비생’으로 다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제 주변에서는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여행도 가고 젊음을 즐기고들 사는데, 나만 혼자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에 한없이 우울해진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저를 버티게 한 힘은영어가 들릴수록 더 잘 듣고 싶고, 영어로말할수록 더욱 ‘원어민’처럼 말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였습니다.

    또, 통역대학원에 들어와서 현역통역사로 활동중인 교수님들을 직접 보고 통역사 그리고 통역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더 힘이 났습니다. 저는 늘 잘하고 싶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하고 싶었고 오늘 보다 내일, 조금 더 잘하는 나를 보게 되기를 바라며 듣고 말하고 읽고 썼어요. 그렇게 길다면 긴 5년이라는 예비통역사 기간 동안 저는 좋다는 영어공부법은 다 해보았어요.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본질을  잡았습니다. 그건 바로 '원어민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서 나온 영어를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 말 한 마디를 원어민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가야한다.' 였습니다.



    ○ 최근 출간한‘하루 10분 구글영어의 힘’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어공부법이 나와있더라고요. 그 중에서 구글을 활용해서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찾아보는 부분이 정말 놀라웠는데요, 어떻게 발견한 방법인가요?

    답: 네. 통역대학원 입시 기간부터 재학시절까지 5년동안 제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던 습관이하나 있었어요. 바로 통역연습을 할 때 마다 녹음을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스터디와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이어폰을 끼고 그 파일을 틀었습니다. 파일을 들으며 제 영어를 하나하나 셀프크리틱하기시작했고 정확하게 셀프크리틱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구글’이었습니다. 큰 따옴표 안에 영어표현을 넣어서 검색하면 그 표현이 미국에서 몇 번이나 쓰였는지검색결과수로 알 수 있어서 나의 ‘콩글리시’를 검열하는데 제격이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콩글리시로 판명된 표현들을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았어요. 그렇다면 이 표현은 원어민들은 어떻게 말할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를 두고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도출해낸 방법이 제 책에서 다루고 있는 바로 '구글영어공부법'입니다. 그 때부터 6년차 통역사가 된 지금까지도 저는 매일 이 방법으로 제 영어를 다듬고 있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통역사가 되었다고 해서 영어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역과 번역을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고 영어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자연스럽게 말하고 쓰고 싶더라고요.

       제 닉네임인 ‘영어변태’처럼 정말 영어에 있어서 만큼은 저의 탐닉은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영어의 다른 면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영어가 단기간에 끝내버려야 하는 하기 싫은 숙제라기 보다 '흠..영어가 이렇게 재미있었어?' 라고 반문이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인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마음으로 "하루 10분 구글영어의힘”을썼습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영어 ‘비’전공자를 영어통역사로 만든 일등공신인 저의 구글영어공부법 이 많은 분들을 영어변태로 이끄는 즐거운 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더 영어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할거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찾아 낸 재미있고 효과적인 ‘영변표’ 영어공부 비법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베타뉴스 김순덕 (duck@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1151239?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