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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용산구 이촌동 파출소에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존치위원회’ 주민 권리 지키기 나서다


  • 유주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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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6-11 17:14:32

     

    ▲10일 왕궁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홍정희 이촌동파출소 존치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곽동훈 왕궁아파트 대표회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베타뉴스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도대체 왜 성장현 구청장이 240억원의 세비를 쏟아부으면서 주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이 사달을 내는지 모르겠어요”

    10일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곽동훈(56) 왕궁아파트입주민대표회장은 격앙돼 있었다. 그는 성장현 용산구청장을 성토하며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홍정희(47) 이촌동파출소 존치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지난 45년간 주민과 함께하며 안전을 지켜줬던 이촌동 파출소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진지하게 얘기를 풀어나갔다.

    74년부터 이촌동에 거주했다는 곽 회장, 83년부터 거주했다는 홍 위원장은 모두 이촌동 토박이로 누구보다도 이곳을 사랑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촌동 파출소를 없애고 명목에 지나지 않는 치안센터로 축소시키는 등 용산구청의 ‘묻지마’ 행정을 용납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풀어놓은 ‘이촌동 파출소’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꿈나무소공원은(1412㎡) 당초 국가소유였지만 1983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공무원연금 관리공단으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2007년 마켓데이 유한회사가 인근 이촌소공원과(1736㎡) 같이 42억여원에 소유권을 취득했다. 이 회사 이무경 대표는 ‘고시 3관왕 신화’로 유명세를 떨친 고승덕 변호사의 아내다.

    지난 수년간 언론은 ‘고승덕이 이촌동 파출소를 내쫓았다’라는 보도를 쏟아 냈고 이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고 변호사가 억울한 입장에 처해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고 곽 회장은 말했다.

    곽동훈 회장과 홍정희 위원장은 같은 이촌동 주민이었지만 ‘이촌동 파출소 이전’ 문제로 비로소 지난 3월 ‘이촌동파출소 존치위원회’를 만들면서 의기투합했다.

    지난 3월 23일 고진숙 용산구의원(미래통합당·이촌동)이 성장현 구청장에 반대해 이촌동 파출소를 지키려는 주민들과 함께 직접 마켓데이 사무실에서 고승덕 변호사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을 때 두 사람은 안면을 익혔다. 

    “그전까지는 고승덕 변호사 측이 이촌동 파출소를 자기 소유의 땅에서 쫓아내려는 줄만 알았어요”

    홍 위원장은 고 변호사를 만나 비로소 ‘이촌동 파출소의 진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승덕 변호사 측은 이촌동 꿈나무소공원 부지를 매입했지만 이촌동파출소는 딱히 임대료를 내지 않고 십수년간 꿈나무소공원의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여러 차례 주민들 앞애서 이촌동 파출소 존치를 약속했다고 홍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러나 갑자기 성 구청장은 말을 바꿔 이촌동 파출소가 자리한 꿈나무공원 부지를 수용해 공원 조성만을 한다고 선언했고 그럴 듯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꼼수가 숨어있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했다.

    성 구청장이 제시한 계획안은 꿈나무공원을 공원 부지로 평가해 수용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오는 7월1일부터 공원일몰제로 제한이 풀리는 꿈나무소공원은 공원용도가 해제 되어 대지로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23조에 따라 대지 가격으로 정당하게 수용하게 되면 용산구청이 서울시 예산을 끌어온다 해도 7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존치위원회 측의 해석이다.  

    홍 위원장은 이는 공원녹지법 시행령 23조에 따라 소공원에는 파출소가 존재할 수없는데도 불구하고 공원에 포함시키는 계획으로 파출소 이전이 불가피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수없이 존치를 약속했던 성 구청장의 말과는 달라졌다는 것.

    이촌동 파출소가 철수하게 된데에 대한 용산경찰서 측의 해명은 용산경찰서가 마켓데이에 내는 이촌동 파출소 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곽 회장은 "용산경찰서가 임대료를 낸 기간은 월 1650만원씩 1년간"이라며 "지난 3월 23일 고승덕 변호사 측이 내용증명을 보내 이촌동 파출소의 임대료를 영구적으로 받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용산경찰서 측은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경찰서는 굳이 이촌동 파출소를 이전하려 하고 용산구청 측은 이 부지를 공원으로 수용하려는 계획에 따라 이촌동 파출소를 치안센터로 축소하려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촌동 파출소를 대신하는‘이촌동 치안센터’는 근처 청소년수련관 로비의 한 구석에 25㎡ 파티션을 만들어 자리하고 있다며 홍 위원장은 아쉬워했다. 

    게다가 이곳의 인원은 대폭 축소돼 주간에는 2명의 경찰과 공익근무요원 1명이 근무하며, 애초에 야간에는 아예 상주 인원이 없었다고 홍 위원장은 말했다.

    그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치안센터에는 야간 근무자가 생겼지만 순찰차도 한 대로 줄고 이촌동 파출소 인원 27명 중 15명이 한강로 파출소로 8명이 삼각지 용산역파출소로 4명이 타지역으로 치안 공백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고 홍 위원장은 덧붙였다. 

    이촌동 파출소가 없어진 후 사건 발생 오분 안에 도착해야 할 경찰차는 이촌역 옆의 경의중앙선 철길을 돌아 지나야 하는 바람에 15분이 걸리게 됐다고 홍 위원장은 개탄했다.

    홍 위원장에 따르면 주민들은 이촌동 파출소가 성장현 구청장 말처럼 원래 자리에 있진 못해도 이전만 하는 것으로 알았지 이런 식 ‘무늬만 치안센터’가 될 줄은 몰랐던 것.

    곽 회장은 이촌동 파출소 존치 약속을 어기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혈세를 낭비하는 공원 건립 계획에 대해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이촌동 파출소가 자리했던 이촌동 꿈나무어린이공원©베타뉴스

    곽 회장에 따르면 고승덕 변호사 측이 제안한 꿈나무공원부지를 꿈나무소공원을 개발하면 신한은행 뒤쪽의 이촌소공원부지를 용산구에 기부채납하고 파출소를 기부채납 하겠다는 방안을 용산구청과 용산 경찰서가 거절했다. 파출소도 이전할 필요가 없게 되고 땅주인인 마켓데이가 바라는 바로 이룰 수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안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용산구청 측이 거부 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편 마켓데이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부지 사용료 지급 청구, 파출소 철거, 공원결정 무효 확인, 부당이득금 반환 등 4개 소송을 모두 승소하여 모두 승소했다.

    그는 “성장현 구청장이 고승덕 변호사와 일대일로 맞서는 프레임을 짜기 위해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결국 이촌동 파출소 존치위원회는 마켓데이 측으로부터 이촌동 파출소 건물을 무상으로 임대받기로 해 이곳에서 주야로 등을 환하게 밝히며 이촌동 파출소를 지켜내려고 애쓰고 있다.

    홍 위원장과 곽 회장은 이촌파출소 존치 서명을 받으며 이촌동 파출소를 지키키 위해 발로 뛰면서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10개 공공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다.

    곽 회장은 “성장현 구청장이 여러 가지 불합리한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번 이촌동 파출소 존치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성 구청장이 용산을 지역구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는 풍문은 널리 알려져있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용산구의회 여당의원들까지 구청장의 호위무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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