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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지하차도 참사' 보고 받고도 잠잔 부산 재난책임자


  • 정하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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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9-18 14:33:03

     

    ▲ 지난 7월 폭우 피해 때 술을 마신 후 관사로 돌아가 잠을 잔 것으로 알려진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22일 오후 부산경찰청에서 피고발인 조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 변 대행 얼굴에 홍조 띤 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

    부산시 "과도한 음주 한 바 없으며, 호우경보 발령에 따라 시민안전실장 등 유선으로 철저한 상황 대비 지시"

    변 대행 변호인 측, "내부 지침일 뿐인 재난 대응 매뉴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 아니다"

    [부산 베타뉴스=정하균 기자] 초량 제1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변 권한대행은 당시 폭우 예보에도 저녁 약속을 취소하지 않았고, 호우경보가 발령됐는데도 관사로 귀가해 사망자 보고를 받고도 잠을 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변 대행과 부산시 실·국장 4명은 7월23일 오후 6시30분부터 연제구 한 식당에서 2시간 가량 외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변 대행 일행은 소주 7병과 맥주 12병을 주문해 이른바 폭탄주를 나눠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법인카드로 식사비용을 계산한 변 대행은 호우경보 발령에도 관용차를 타고 시청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고 수영구 관사로 복귀해 공분을 샀다.

    경찰은 식당과 관사 주변에서 변 대행이 얼굴에 홍조를 띤 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향후 검찰의 기소 여부나 재판 과정에서 이 영상이 직무유기 혐의 적용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 대행은 지난달 22일 경찰 조사에서 "소주 1병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변 대행이 관사에 도착해 오후 8시40분께 "우천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 외에 수차례 전화 보고에 대부분 "네, 알겠습니다"고 답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대행은 침수된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사실을 자정 넘어보고 받은 뒤 별다른 조치 없이 다음 날 오전 6시 이후까지 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18일 해명자료를 통해 "변 권한대행은 지난 7월23일 간부 직원들과 시정 홍보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식사를 했으나 과도한 음주를 한 바 없으며, 호우경보 발령에 따라 시민안전실장 등에게 유선으로 철저한 상황 대비를 지시했다"면서 "이후 소방재난본부장, 시민안전실장, 재난대응과장 등과 현장에서의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고 대처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지난 7월23일 밤 왕복 2차로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50·6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이 숨졌다. © (연합뉴스) 

    한편 부산에서는 당시 폭우로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와 함께 부산 전역에서 산사태와 옹벽 붕괴, 주택·차량 침수, 이재민 등이 발생해 79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가 생겼다.

    특히 폭우 당일 부산시 재난책임자로서 비틀거릴 정도로 술을 마시고 사망자 발생 보고를 받고도 잠을 잔 변 대행의 행위가 직무유기 혐의 적용이 가능한 고의 업무 회피 행동이라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변 대행이 상황판단 회의를 주재하고 사망자, 중상자가 나온 재해나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1시간 이내에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 등의 재난 대응 임무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고 구체적인 지시도 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변 대행 변호인 측은 최근 "지자체 내부 지침일 뿐인 재난 대응 매뉴얼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이 단순히 호우경보 발령 후 상황판단과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유기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정한 의무 이행보다는 매뉴얼이 정한 의무를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기이한 논리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변 대행이 지키지 않은 매뉴얼은 내부 지침이 아니라 관련 법령에 따라 만들어진 조례에 근거한 법규·법령"이라며 "변 대행은 법규와 법령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의 작의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베타뉴스 정하균 기자 (a1776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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