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24 14:24:48
최근 요식업계에서는 월급 300만 원으로도 일손을 못 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요식업의 인력 부족률은 6.5%로 타 산업 평균 3.6%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외식업 관계자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4.9%가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식업은 노동강도가 높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일명 3D업종(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분야의 산업)으로 여겨지며, 구직자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요식업계의 구인난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증했으며,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도 요식업을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 제한 업종에서, 허가 업종으로 변경해주는 등 지원을 하고 있으나, 인력난 해소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구인난에 조리용 협력 로봇이 주목받는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협동 로봇은 인간과 협동 작업하는 로봇으로 기존 산업용 로봇(공정 자동화)과 다르게, 기술적 난이도와 안전 난이도가 낮아,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그중 조리용 협력 로봇은 전문성과 인력이 요구되는 조리 작업을 지원하여, 조리 과정에 드는 인력을 최소화해준다. 초창기 조리용 협력 로봇은 치킨을 튀기거나, 커피를 내리는 정도로만 구현되었지만, 최근에는 고기를 굽고, 레시피에 맞춰서 파스타, 피자 등을 조리하는 수준의 로봇까지 등장해, 기술적 진보를 이뤄내고 있다.
(주)에니아이(대표 황건필)은 이러한 조리용 협동 로봇 기술로 투자유치(Series A, 157억 원)에 성공하였다. (주)에니아이는 햄버거 패티를 조리하는 협동 로봇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1시간에 햄버거 패티를 200개를 조리할 수 있는 로봇이다. (주)에니아이의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은 롯데리아와 크라이버거에 진출하며, 세계 최초로 조리 로봇 양산에 성공하였다. (주)에니아이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햄버거의 본고장 미국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며, 현재 미국 프랜차이즈 두 곳에서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국내 로봇 기업들의 조리용 협동 로봇 시장 참여가 활발하다. 가장 선도적인 기업은 (주)로보아르테(대표 강지영)이다. (주)로보아르테는 '롸버트치킨'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로봇으로 치킨을 조리하는 등 인건비를 최소화한 모델로 프렌차이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롸버트치킨'은 현재 국내에 11개 매장이 있으며, 미국 시장으로 진출 중에 있다. (주)로보아르테는 최근 치킨 조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튀김 요리에 적용할 수 있는 튀김 전용 로봇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를 통해 다양한 튀김 조리 시, 조리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내 기업인 (주)피플즈리그(대표 류건희)의 고기 조리용 로봇 기술개발도 주목할만 하다. (주)피플즈리그는 고기 조리용 로봇 '미트봇'을 적용한 고기 배달 전문매장을 오픈하였다. '미트봇'은 시간당 삼겹살을 100인분을 구울 수 있는 조리용 협동 로봇으로, 시각 센서와 AI를 바탕으로 삼겹살 내 지방과 단백질 비율을 수치화하고 이에 맞는 조리법을 도출하여, 최적의 조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로봇의 적용으로 타 매장보다 3천 원 가량 저렴하며, 평점도 높아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주)피플즈리그는 사용자의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기 조리를 결정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를 통해, 스테이크와 같이 굽기 정도가 중요한 조리용 로봇에 적용해 보다 고차원적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로봇 산업을 신성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원책을 제시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3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첨단 로봇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지원사격 중이다. 로봇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점을 생각해 51개 과제 중 39개 과제를 내년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이렇듯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에 대비한 요식업계 기업들의 변화는 곧 새로운 기술 개발과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요식업에서는 레서피 특허권을 획득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최근처럼 변모하고 있는 요식업계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단순히 음식의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 획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개발해낸 기술에 대한 브랜드 고유성을 지켜내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기술에 대한 특허권 획득을 넘어 이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지원 사업 등에 도전해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전문가와의 협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기고 : 특허법인 BLT 리서치 센터 박기현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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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뉴스 기자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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