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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일론머스크가 슈퍼차저팀 500명을 한방에 날려 버린 이유는?


  • 이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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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5-03 11:23:34

    테슬라의 일론머스크가 자사 슈퍼차저 팀을 한방에 날려 버려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너무 비인간적이다. 냉혈한이냐. 제정신이냐 등 많은 비판이 있는데요.

    그럼 일론 머스크는 왜 슈퍼차저 팀을 한방에 날려 버렸을까요?

    테슬라 슈퍼차저는 전세계적으로 2024년 5월 1일 현재 6345개가 있습니다. 아시아 퍼시픽 지역에 2636개가 있어서 가장 많고, 그 다음 북미지역에 2509개가 있어서 그 다음으로 많습니다. 유럽에는 1200개가 있습니다.
    원래는 북미지역에 가장 많았으나, 2022년 10월 경 아시아 퍼시픽 지역이 추월을 해서 그 이후로는 북미지역 보다 아시아퍼시픽 지역에 더 많게 되었습니다. 주로 중국에 집중적으로 설치가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충전소 수로는 미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국입니다.
    중전기 수로도 미국이 가장 많고, 중국이 2위입니다.

    미국에는 25675개의 충전기가 있어서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중국에는 11980개가 있어서 전체 20.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충전소 기준 163개로 6위이고, 충전기 기준으로는 1113개로 9위입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수준은 괜찮은 편인것 같습니다.

    지난 수년간 테슬라는 충전 표준을 장악하기 위해 미친듯이 슈퍼차저 충전소를 건설해 왔습니다. 결과 북미지역에서 사실상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 방식인 NACS규격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테슬라가 미친듯이 계속 슈퍼차저를 만든다면 이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고마워할 상황입니다. 이제 충전 표준이 NACS로 결정 되었기 때문에 슈퍼차저는 모든 차량을 위한 충전소가 된 것입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남 좋은일을 하게 될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테슬라는 슈퍼차저 확장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타사의 동향을 지켜 보면서, 기존 슈퍼차저의 이용율 확대에 힘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몇년 전만해도 새로운 슈퍼차저가 열리면 서로 앞다퉈 새 슈퍼차저에 가보며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시큰둥합니다. 그 이유는 전기 충전 요금이 너무 비싸서 슈퍼차저 갈 엄두가 잘 안 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1kWh에 400원에 육박하다 보니, 가능하면 슈퍼차저의 반값인 완속으로 충전해 쓰려고 합니다. 정말 급하지 않으면 슈퍼차저에는 잘 가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슈퍼차저에 가 보면 한산합니다.

    몇년 전 슈퍼차저 대란이라며 호들갑 떨던게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슈퍼차저 오픈해 봐야 비싸서 못 쓰는 그림의 떡인데뭐...라는 인식이 머리에 박히고 있습니다.

    이번 슈퍼차저팀 대량 해고는 테슬라의 전략 변화로 읽힙니다. 그동안은 급속충전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전력 질주해 왔다면, 이제 표준은 테슬라 NACS로 선점한 상태입니다. 물론 아직은 북미지역에 한하지만 유럽이나 아시아는 아직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테슬라는 이미 표준 전쟁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테슬라는 이번 대량 해고로 한정된 자원을 슈퍼차저가 아닌 다른 곳에 집중할 때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충전기를 늘리는 일은 이제 다른 업체들에게 맡기고, 테슬라는 자율주행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질주할 때라는 것입니다.

    남들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자율주행을 완성해 모든 업체들이 테슬라의 FSD를 채택하도록 하는게 현재는 더 중요한 것입니다.

    아무도 못따라오는 속도로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고, 초격차의 AI 트레이닝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슈퍼차저 건설에 계속 집중해 다른 업체 도와줄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이만큼 해놨으니, 나머지는 니들이 해라는 말입니다.

    돈이 있다면 엔비디아 H100 칩 사는데 더 투입해야할 상황입니다. 자율주행은 앞서 가고 있지만, 인공지능 전체를 볼 때는 테슬라가 가장 앞서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오픈AI의 챗지피티,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구글의 제미나이, 아마존이 3.7조원을 투자한 앤트로픽의 클로드3, 메타의 라마 등 잘 나가는 인공지능들이 앞에 달려 가고 있습니다.

    Xai의 그록은 후발주자라 갈 길이 멉니다.

    인공지능 경쟁은 칩 확보량과 비례한다고 볼 때, 앤비디아 H100 칩을 더 확보하고, 더 빠르게 연산하고 추론해야 합니다.

    이 모든걸 이해하더라도 슈퍼차저팀 전체를 한방에 날려 버린 행위는 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베타뉴스 이직 기자 (leeji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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