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쪼들리는 테슬라, 슈퍼차저 팔아 자금 마련할까?


  • 이직 기자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24-05-08 13:35:10

    테슬라가 슈퍼차저 사업부문을 매각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무슨 뜸금없는 슈퍼차저 매각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그렇습니다. 이게 완전히 뜬금없는 소리면 좋겠죠. 그런데 이러저러한 상황들을 보면 가능성이 제로는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슈퍼차저 매각 이야기가 나오는지 살펴 보죠.

    테슬라는 자사 충전 네트워크인 슈퍼차저를 2012년 9월 24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현재 12년 째 이 충전 네트워크를 확장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론머스크는 슈퍼차저팀 인원 500여명을 한번에 해고해 버렸습니다. 슈퍼차저 관련해 일해 오던 직원들을 하루 아침에 전부 해고해 버리면서, 슈퍼차저를 매각하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회사를 매각할 때 직원들을 엄청나게 짜르죠. 이전에 국내에서 대기업 인수합병을 봐도 인수합병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직원을 대량 감원합니다. 새 주인에게 피를 묻히치 않도록 파는 업체쪽에서 사전 정리를 해 주는 차원인데요.

    이번 테슬라 슈퍼차저 직원 전원을 해고한 것이 꼭 닮은 꼴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테슬라 상황을 좀 보죠. 테슬라는 여러 수익원이 있는데, 슈퍼차저는 큰 수익원은 아닙니다. 그냥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 정도죠. 일론 머스크도 이전에 슈퍼차저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수익을 생각해서 하는 사업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즉, 슈퍼차저는 테슬라 전기차 비즈니스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영역이지만 수익성이 높은 분야는 아니라는거죠.

    현재 테슬라의 자금 상황을 보죠. 테슬라는 지금 자금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현금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최근 일론 머스크는 여러가지 조치들을 취했는데요.

    원래는 모델2를 빨리 공개하고, 기가 멕시코나 기가 인디아 등을 빨리 건설해서 신속히 대량 생산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아, 기가 멕시코도 천천히 건설하기로 했고, 모델2나 사이버트럭, 세미 등도 기존 기가 텍사스, 기가 베를린, 기가 상하이 등에서 우선 생산 하기로 했죠. 새로운 공장 건설과 새 차량 생산을 위한 초기 비용이 급격히 들어가서 기존 비즈니스를 위협할 수준이 되고, 흑자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숨고르기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외적인 상황을 보면, 홍해에서 전쟁이 나서 물류 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금리 인상으로 차량 구매 수요가 위축되었고,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가 안 되니, 하이브리드 차량을 적극 띄우면서 전기차는 아직 아니라는 여론을 조성해 와서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세미트럭도 아직 대량생산을 못하고 있고, 사이버트럭 대량 생산을 위해서도 자금이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옵티머스 로봇 대량 생산을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 가야할 지 알 수 없습니다.

    올 한해 수요가 감소해서 판매량이 줄어드니 실적이 악화 되어 현금 흐름이 좋지 않습니다. 주가가 하락하니 많은 주주들이 빨리 주가를 띄우라며 불만이 높습니다.

    작년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2024년 혹은 2025년부터 자사 차량에 NACS 충전 규격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그 동안은 슈퍼차저는 테슬라 차량만을 위한 충전소였지만, 이제는 모든 전기차를 위한 공용 충전소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보더라도 공용충전소는 정부에서 가장 많이 지어야 합니다. 현대기아차에게 모든 비용을 분담하라고 할 수 없습니다.

    NACS가 국제 표준 규격이 되면서, 이쪽 상황도 비슷합니다. 테슬라가 모든 돈을 다 들여 공용충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같이 쓸 충전소를 왜 테슬라가 다 지어야 합니까? 수익성도 테슬라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들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매우 낮은 비즈니스입니다. 일론 머스크도 봉사활동 차원에서 슈퍼차저 사업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 했습니다. 슈퍼차저 비즈니스로 수익을 남길 생각이 없다고 했죠.

    그렇다 보니, 이제 테슬라는 굳이 슈퍼차저를 직접 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입니다. 제가 일론 머스크라면 슈퍼차저 비즈니스를 별개 회사로 분리할껍니다. 그리고 나서 기업 공개를 하거나, 증자를 하면서 외부 자금을 유치할껍니다. 테슬라는 20~30%정도만 갖고 있어도 됩니다. 상장해서 개미들이 70~80%정도 갖고 있게 해도 됩니다.

    통으로 사겠다는 업체가 있으면 팔아 버려도 됩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분석에 따르면, 여러 요인들, 예를 들어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과 테슬라의 슈퍼차징 시장 점유율에 따라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 가치가 2030년까지 1000억 달러를 초과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평가는 테슬라가 다양한 시장 지배 수준과 운영 효율성을 달성했을 때의 시나리오를 고려한 것입니다 (Electrek).

    우리 돈으로 치면 잘 되었을 때 140조원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슈퍼차저는 상당히 안정적인 비즈니스입니다. 자율주행이나 로봇 비즈니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익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입니다. 이제 보급이 시작 되고 있는 V4 슈퍼차저 충전기는 케이블 길이가 V3보다 2배가 더 길어 어떤 차량도 편안하게 충전할 수 있습니다.

    기술 경쟁력도 타사를 압도하고 있어서 세계 1위 충전 회사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판다면 당장 사고 싶은 회사죠.

    테슬라 입장에서 볼 때, 로봇 비즈니스의 수익성은 슈퍼차저 비즈니스 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습니다. 충전 사업은 아무나 하지만, 로봇 사업은 아무나 못합니다. 누가 먼저 대량생산하느냐 또 타사 대비 얼마나 빠르게 연구 개발하는냐에 얼마나 대규모 컴퓨팅을 투입해 트레이닝을 하느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파이는 크게 차이가 나게 됩니다.

    H100 1만개 가지고 하느냐, H100 30만개쯤 가지고 하느냐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차이가 날껍니다.
    H100 판매량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메타 같은 회사들은 이미 10만개~20만개의 H100칩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테슬라는 이제 겨우 3만5000개 좀 넘긴 것 같습니다. AGI를 향한 레이스에서 뒤쳐져 있습니다. 챗GPT에도 엄청 뒤쳐져 있어서 애가 탈껍니다.

    로봇 비즈니스의 핵심은 생성형 AI를 고도화 하는 것입니다. 로봇에 뇌를 심어주고, 빠르게 가르쳐야 합니다. 속도전인 것입니다.

    뒤쳐져 있는 생성형 AI 부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비디아 H100 칩을 살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더 빨리 더 많이 사서 빨리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는데, 돈이 부족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슈퍼차저 사업을 매각하는 카드를 손에 들고 만지작 거리고 있지 않을까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데, 고민이 되지 않을까요?


    베타뉴스 이직 기자 (leejik@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