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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보다 낫다는 '유언대용신탁'...상속부터 기부까지 어떻게 활용할까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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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12-27 00:29:49

    ▲ ©pixabay
    #서초구에 거주하는 A씨(78세)는 부동산 등을 포함해 30억여원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다. 그런 그가 최근에 고민이 많아졌다. 수년전 장남에게 아파트를 증여했는데, 그 이후로 다른 자녀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기 때문. 그러나 나머지 재산을 죽을 때까지 갖고 있다가 물려주기로 마음 먹은 터라 생존 시 증여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이런 중 나머지 자녀들에게 남은 30억원을 분란 없이 안전하게 상속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유언대용신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 상품을 소개 받고 이거다 싶었다는 A씨는 금방 가입을 결정했다. 그는 은행에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재산을 자녀들에게 남기고 편한 마음으로 나머지 삶을 정리하게 돼서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부의 대물림이 낯설지 않게 된 지금 내 자식에게 내가 이룬 부를 안전하게, 또 분쟁 없이 상속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얼마전 한국 부자들이 상속증여를 통해 모은 종잣돈을 기반으로 자산을 불렸다는 한 금융지주사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상속의 방법과 절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최근 상속 관련 일정 정도의 재산을 보유한 중산층 이상의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방식 중 '유언대용신탁'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이란 고객이 생전에 재산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사후에 지정된 수익자에게 이전되도록 하는 신탁 상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에서 신탁은 ELS, 채권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수단의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영미 등 서구권과 가까이 일본만 해도 신탁은 고객의 부를 관리, 운용하고 세대간 부를 이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기관을 이용해 사후수익자(상속인)에게 안정적으로 자산을 승계하는 상품으로 위탁자 생전에 재산을 은행에 신탁하고, 사망 이후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안정적으로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상품으로 유언장 작성 및 공증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상속인 상속시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에서 발표된 신탁업 혁신방안에 따라 우리나라 신탁 제도의 개선 방향이 입법화 되면 고객의 종합재산관리, 가업승계 주택신탁 등 고객 니즈에 맞는 특화신탁, 신탁을 통한 자금조달 기능의 활성화 등 신탁 본연의 기능을 통하여 다양한 국민들의 금융활동에 도움이 되면서 신탁업의 활성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1분기 기준,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약 3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조 원(43%) 증가했다.
     

    ▲ 유언과 유언대용신탁 차이 ©KB국민은행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프로그램을 보면 하나은행은 '하나 리빙 트러스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신한 S 라이프 케어 유언대용신탁'을, KB국민은행은 'KB위대한유산신탁'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외에 생명보험사들도 재산신탁업에 진출하여 시장 경쟁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교보생명을 비롯한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종합재산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중은행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사후에 원하는 대로 상속 집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최근에는 자녀 보다는 부부간 서로를 위해 신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 둘 사망을 하고 따라서 상속에 대한 고민도 함께 뒤따르게 되는데, 주변의 지인들을 보니 화목했던 가정이었지만 배우자 사망 후 배우자의 재산(예를 들면 부부가 함께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 또는 남아있는 배우자의 생활비를 위한 금전 등의 상속재산)을 자녀들과 협의해야만 하는 상황들을 옆에서 지켜보게된다. 이에 남아있는 배우자의 거주, 생활비, 간병비 등을 위해 배우자를 위해 신탁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80대의 A부부는 노후에 큰 걱정없이 지낼만큼 자산도 어느 정도 모은 3명의 자녀를 둔 고객이었다. 남매 중 첫째 자녀인 딸은 전문직업도 갖고 있고, 사위도 착해 걱정이 없었고, 둘째딸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지만, 아들은 막내이고 또 아들이다 보니 너무 품에만 두었던 건지 다른 사람 말에 잘 속기도 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 걱정이 태산이었다.
     
    지금이야 부부가 모두 건강해서 괜찮지만 A 부부는 부모 모두 세상을 뜨면 아들이 제 몫으로 남겨진 재산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누나들에게 휘둘릴 것을 걱정했고, 이에 작은 상가와 금전 등의 재산을 은행에 맡기면서 막내 아들이 60세가 될 때까지는 매년 일정액을 주다가 그 후에 상가의 소유권을 넘겨주도록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했다.
     
    # 미성년자녀 또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위탁자가 되어, 상속 발생 시 미성년자녀가 특정 나이가 될 때까지 신탁으로 자녀들의 재산을 보호, 관리하여 부모인 내가 없어도 내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다.
     
    유언대용신탁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나은행의 경우 유언대용신탁 수수료율과 최소 가입금액은  금전, 증권 5억원 이상 부동산 10억원 이상 그 외 신탁재산 5억원 이상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이 유언대용신탁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  대한민국은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고, 고령인구의 비율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기대 수명의 증가로 치매 등 노후 케어가 절실한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며, 고령 인구가 늘며 상속 건수의 증가와 상속증여, 자산의 원활한 이전, 유산 정리에 대한 문제들이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혼, 삼혼 등의 증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가족 구조가 다양해지고 변화하며 나와 가족을 보호하려는 니즈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다양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재산 이전 및 보호 프로그램이 필요로 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 마련이 필요하다"며 "신탁 제도를 활용하면 금융기관의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재산을 분배하는 집행의 기능으로 재산 이전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고, 생전 재산관리 가능하고 나를 위해 쓰여지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유언대용신탁 금전수탁 시, 부동산 수탁 시 프로세스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은 6.25전쟁 직후인  1955년~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 착안했다.
     
    일례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로, 현재 69세인 1955년생들은 어느 정도의 자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남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함께 평생 일군 내 자산을 내 뜻대로 전하고 싶은 욕구가 큰 세대로서 상속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신한은행의 'S Life Care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을 대신하여 은행을 통해 상속을 준비하는 신탁상품이다.
     
    신한은행 측은 'S Life Care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에 대해 위탁자 생전에 신탁을 통한 재산관리 가능, 미성년 자녀나 장애를 가진 상속인의 상속재산 보존 가능, 유언장 작성에 따른 공증 및 복잡한 상속절차 생력이 가능해 유고 시 신탁계약으로 지정한 사후 수익자(학교 등)에게 신탁재산을 기부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한은행 ‘신한 S Life Care 기부신탁’은 기부자가 재산을 은행에 신탁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건국대학교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최근 1호 기부자가 탄생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21년 전담팀을 꾸린 이후 지속적으로 수탁고가 증가해 22년 수탁고는 21년도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22년 말 모바일 상담신청 서비스 개시 이후 지속적으로 문의량이 증가해 상담건수는 21년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한 가치주 플러스 특정금전신탁'은 2004년부터 19년째 신한은행에서 직접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식형 투자상품으로, 단기 시황을 예측하기 보다 저평가된 우량기업에 투자하여 장기적인 복리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가치주 신탁의 출시 이후 계좌 평균 수익률은 23년 4월말 기준 658.1% 수준으로 같은기간 KOSPI 186.7% 대비 우수한 성과를 시현하고 있다.
     
    또 '절세 채권' 상품은 자체검증을 통해 절세 효과와 안정적 수익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표면금리 1%대 양질의 저이표 채권을 공급하고 있다. 이자소득(표면금리)만 과세되고, 매매차익은 비과세 적용되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 고율의 금융소득종합과세 해당 고객에게 유리한 투자상품이다.
     
    KB국민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의 두 가지 장점을 들었다. 생전에는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안정된 노후생활 및 재산중식을 위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위탁자 생전에는 신탁재산 원본과 이익의 모든 권리를 본인이 그대로 소유하여 경제적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사후에는 안전한 상속을 보장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사전 상속설계로 재산분배에 대한 걱정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위탁자가 지정한 방법으로 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신탁재산을 안정적으로 사후수익자에게 승계한다.
     
    실제 설계 사례를 보면, B씨의 경우 보유중인 금전을 생활비상속세 재원 상속재산의 세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상속재산은 'KB위대한유산신탁'으로 종합관리하기로 했다. 이로써 생전에는 자신이 신탁재산을 운용하고 사후에는 원하는 상속비율로 분배하도록 설계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투자성향 및 투자기간에 맞게 다양한 자산을 분산해 운용수익을 향유하게 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혼가정의 경우 상담 시 부동산을 유언대용신탁에 따라 신탁하고 본인자녀(친자) 100%로 등록하여 특정자산은 다른 상속분과 같이 배분되지 않도록 지정했다.
     
    한편 기부신탁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기부처에 기부하여 본인 유고시 기부금의 상속때산에서 차감할 수 있다. 24년 5월 기준KB국민은행 협약 기부처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연세대학교의료원, 국경없는 의사회, 아주대학교, 한국컴패션, 아주대학교의료원, 동국대학교 등이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특별한 세제혜택이 없음에도 유언대용 신탁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단순히 부의 세대간 이전을 넘어서서 상속 대상 자산에 대한 증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회에서 고객의 부를 관리, 운용, 이전하는 종합적인 솔루션으로서의 신탁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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