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26 18:18:38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미국 애너하임에서 블리즈컨2009가 개최됐습니다. 역시 블리자드 1년 농사 중 가장 큰 행사다보니 게이머들의 열정이 남다르네요. 행사장의 열기만큼 인터뷰 강행군으로 하루하루 정말 쉴 틈 없이 보냈습니다.
블리즈컨에서 만난 사람들, 과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취재 중 인상 깊었던 블리자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중국서비스가 해결되면 수염 깎겠다!”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의 외모가 바뀌었습니다.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르고 나름대로 중후한 신사의 느낌으로 변했죠. 유저들은 수염 깎은 그의 모습은 '와우'의 노움과 비슷하다고 해서 친근해 했었죠. 인터뷰에서 수염을 왜 길렀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수염을 깎겠다”고 의미심장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중국서비스가 잘 풀려서 시원하게 면도 한 사장님 얼굴을 다시 보고 싶네요. 물론 지금 분위기도 괜찮습니다.
“히드라 프로젝트요? 사실은 디아블로3”
역시 블리자드가 게이머들을 제대로 낚았군요.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히드라 프로젝트’가 결국 디아블로3라고 밝혔습니다. 워낙 극비리에 진행되는 있는 프로젝트라 수많은 게이머들이 추측과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막상 ‘디아블로3’라고 하니 좀 허무한 생각이 들더군요. 스타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MMORPG가 아닌가 하는 예측이 난무했는데 이제는 ‘프로젝트 히드라’에 대해선 깨끗이 잊어야 할 것 같네요.
“목표가 뚜렷한 행사는 관람객이 알아서 온다”
블리즈컨의 흥행비결은 무엇일까요?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블리즈컨은 목표가 뚜렷한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하러 온다거나 심심한데 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한 행사가 아닌, 블리자드 게이머들의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국내 게임쇼를 개최 할 때도 게이머들이 행사장을 찾는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 크리스맷젠 부사장, 2. 스타2 디자이너 코리 스탁튼 & 프랭크 피어스 부사장 3. 마이크 모하임 대표 4. 디아블로3 디랙터 제이 윌슨.
“스타, 디아, 와우 아닌 새로운 MMORPG 개발 중”
아~! 새로운 기다림의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지금까지 블리자드 게임과는 관련 없는 새로운 브랜드의 MMORPG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게임은 또 얼마나 많은 루머와 추측을 낳을 까요? 하긴 블리자드가 새로운 MMORPG를 만든다는 자체만 해도 충분히 흥분되는 이야기니까요.
“배틀넷, 실명제 도입해요”
블리자드는 이번 블리즈컨에서 특별히 배틀넷 시스템을 강조했습니다. 배틀넷 시스템은 ▲항상 접속되어 있는 환경 ▲ 경쟁할 수 있는 환경 ▲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있는 환경, 3가지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블리자드 브랙 케네사 디렉터는 배틀넷에서 ‘실명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하네요. 배틀넷 상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또, 배틀넷에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해 유저들이 제작한 맵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리치왕 아사스는 이번에 확실히 정리합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최고의 풍운아 ‘아사스’가 이번 확장팩을 끝으로 퇴장하게 됩니다. 블리자드가 세 번째 확장팩으로 소개한 ‘대격변’은 데스윙을 주인공으로 워크래프트2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치왕 이후의 대격변을 또한번 기대해 봅니다.
“저희 직원이 4천 명입니다. 비밀유지가 힘들어요~~”
이번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세 번째 확장팩 발매는 다소 김빠진 분위기였습니다. 행사전에 미리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죠. 블리자드 프랭크 피어스 부사장은 이 부분에서 아쉬워하는 표정이 영력했습니다. 그는 “블리자드 직원이 4천 명 정도 있어서 보안유지가 힘들다”며 씁쓸해 했죠. 다음부터는 조금더 보안유지에 신경써 주시길 바랍니다.
“디아블로3 아이템 복사 발 못 붙이게 할 것”
디아블로3 수도사 캐릭터 공개도 이번 블리즈컨의 화두였죠. 블리자드 디아블로3 개발자 제이윌슨 디랙터는 “다양한 콤보가 수도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한번 공격에 여러 캐릭터를 잡는 강력한 광역 공격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디아블로2에서 만연한 아이템 복사에 관해 디아3에서는 따로 보안시스템을 적용해 아이템 복사를 근본적으로 막겠다고 자신했습니다. 블리자드도 해킹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네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 블리자드 한정원 아시아 지사장 & 블리자드 코리아 오진호 대표 2. 폴 샘즈 대표 3. 스타2 수석 디자이너 더스틴 브라우더 & 수석 프로듀서 크리스 시커티 4. 배틀넷 개발자 그렉 케네사 & 랍 팔도 부사장
“스타2 싱글, 업적과 자율성에 중점을 두었죠”
스타2 싱글플레이도 공개됐습니다. 스타2 싱글은 크게 자율성을 살리고 업적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각 미션들은 대화를 통해 여러 방식으로 나눠집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엔딩까지 도달하는 내용이 달라지죠. 또, 플레이 유형에 따라 보상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거대 괴물을 그냥 죽이는 것보다 용암이나 지형지물을 이용해 잡으면 더 많은 업적포인트를 얻게 되는 것이죠. 한마디로 '뽀대'나게 잡으면 그만큼 점수도 많이 받는다는 것이죠. 그럼 치트키 쓰면 어떻게 되냐고요? 업적 포인트는 못 받는다고 하네요.
“스타2 게임속도, 한국게이머 성향 전적으로 수용”
블리자드에서 한국은 무시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스타2의 빠른 게임속도는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한국게이머의 영향을 전적으로 수용한 결정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블리자드 더스틴 브라우더 수석 디자이너는 “스타2 출시연기를 안타깝게 생각 한다”며 “더욱 완벽한 게임을 내놓아 한국 유저들의 기대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리자드, 누구나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
블리자드에서 유닛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28세의 한국인 개발자 ‘데이비드 킴’을 만났습니다. 그는 블리자드는 누구나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터넷으로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2번의 전화인터뷰 이후 최종면접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그는 “어느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블리자드가 선호하는 인재”라고 말했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보고 게임 개발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하네요.
“우선 시작부터 하세요. 그리고 좋은 컨텐츠 몇 가지만 집중하세요!”
블리자드 폴 셈즈 부사장은 게임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개발사에게 “일단 시작부터 하라”고 조언합니다. 소규모로 시작해도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블리즈컨도 처음엔 일반 유저들의 소규모 랜파티로 시작된 행사였습니다. 폴 샘즈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파악해서 밀고 나가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 영화가 나오길 바랍니다”
블리자드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유명 감독 셈레이미가 이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영화제작을 담당했습니다. 폴셈즈 대표는 “셈레이미 또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플레이어”라며 “추후에 스타크래프트 영화 가능성은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영화로 나온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SF영화가 될 듯 하네요.
“스타크래프트가 가장 무서운 경쟁자!”
블리자드코리아 한정원 아시아 지사장은 “스타크래프트2의 전 세계 동시출시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게임을 스타크래프트2의 경쟁작으로 생각하는지를 묻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스타크래프트가 무섭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같은 회사에서 성향이 비슷한 게임이 나왔을 때 어떻게 적절히 조화를 이루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제로스에 날아다니는 탈것이 등장한다!”
와우 세 번째 확장팩에 날아다니는 탈것이 등장한다는 내용을 놓고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 말이 많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29일 한국에서 있었던 블리자드 알렌 브랙 디렉터 인터뷰였죠. ‘십자군의 부름’ 업데이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아제로스 대륙에 날아다니는 탈것을 도입하려면 정말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당장은 힘들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알렌 브랙이 탈것이 추가되는 것을 뻔히 알고도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며 흥분하고 있습니다. 블리자드에 대한 ‘애정(?)’이 너무 깊기 때문에 나온 헤프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블리자드 개발자들과의 인터뷰는 늘 복선과 암시의 ‘묘미’가 있습니다. 무언가 줄 듯 말 듯 하면서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죠. 그날 알렌 브랙은 “세번째 확장팩은 개발되고 있나?”라는 질문에 “3주 후에 블리즈컨이 시작된다”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남겼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힌트를 준 것이죠.
예전 빌로퍼 씨가 블리자드에 있을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생각은 게이머들의 자유다. 그저 즐겁게 상상하며 기다려 달라”. 기다림의 즐거움을 주는 개발사,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게이머. 이것이 블리즈컨2009에서 보았던 열정의 의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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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을 넘어 문화를 공유한 블리즈컨2009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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