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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가사 일에 팔꿈치 골병든다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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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2-14 13:21:27

    주부들은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다. 남편, 자녀가 아침에 나가고 나면 설거지부터 한 후, 세탁기를 돌리고, 하루에도 2~3번씩 걸레질을 한다.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시장에 가서 장을 보면 5kg이 족히 넘는 장바구니를 들고 이동해야 하고, 저녁 상 마련을 위해 김치통을 운반하고 반찬을 조리하는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다.


    이런 주부들은 중년의 나이가 되면, 흔히 팔꿈치가 저리고 아파 가사일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장 바구니를 들거나 걸레를 짤 때는 물론이고, 통증으로 숟가락을 들기조차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테니스 엘보’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테니스엘보 환자 2명 중 1명은 중년 여성


    관절전문 힘찬병원에서 3년 간 팔꿈치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 2,2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테니스엘보가 53%(1217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골프엘보 21%, 관절염 9%, 기타 관절통 17%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테니스엘보는 여성, 특히 중년 주부에서 많이 발생한다. 흔히 테니스엘보라고 하면 테니스를 많이 치거나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에게 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의외로 테니스엘보 환자의 상당수는 주부들이다. 테니스엘보 환자 중 테니스로 인해 질환에 걸린 경우는 5%에 불과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실제 힘찬병원의 테니스엘보 환자 1,217명 분석결과,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9.3%(722명)로 남성(40.7%/495명)보다 많았다. 이 중 연령대는 20대 여성이 0.1%(1명), 30대 여성이 16.3%(118명), 40대 여성 37.1%(268명), 50대 여성37.7%(272명), 60대 여성 8.7%(63명)로, 40~50대 중년 주부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즉, 전체 테니스엘보 환자 중 40~50대 중년 주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44%(540명)로, 2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테니스엘보가 주부에게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가사노동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테니스엘보(상완골외상과염/上腕骨外傷顆炎)는 팔꿈치 외측에 붙어있는 근육의 인대(신전건)부위에 염증 및 퇴행성 변화에 의해 통증이 유발되는 질환으로, 팔과 손을 자주 쓰는 사람에게 발생한다. 팔을 편 채로 반복적으로 힘을 가하거나 무거운 짐을 드는 행위로 팔을 계속 긴장시키면, 팔꿈치 뼈 바깥쪽 부위(외상과)에 붙어있는 힘줄에 손상이 가서 팔꿈치에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


    테니스엘보는 한 번의 큰 충격으로 인한 것이기 보다는 작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받아 그 스트레스가 축적되어 나타난다. 주부들이 하는 빨래, 설거지, 청소, 다림질, 요리 등 가사 일은 팔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또한 장볼 때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집에서 화분이나 김치통 등을 들고 옮기는 등 무거운 짐을 드는 일도 일상사이다.


    이처럼 주부들에게 많이 생겨 테니스엘보를 ‘주부 엘보’라고도 부르며, 테니스 대신 프라이팬을 많이 들게 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하여 ‘팬 엘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팔꿈치 바깥 쪽 통증 심해… 팔 늘어뜨린 채 가방 드는 습관 안 좋아


    테니스엘보가 있으면 팔꿈치 바깥 부위에 통증과 저린 느낌이 든다. 또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물을 따르는 등 손목을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특히 통증이 심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숟가락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으며, 주먹을 쥘 때에도 통증이 느껴진다. 심하면 팔꿈치 바깥쪽부터 아래 팔까지 통증이 확대되고, 어깨, 목 주위 근육에서도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일명 ‘주부 팬 엘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반드시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상태로 들어야 통증과 무리가 덜 간다. 또 장바구니는 손으로 잡지 말고, 가방 끈을 팔꿈치 안쪽으로 걸쳐서 드는 것이 좋다. 무거운 가방은 팔을 늘어뜨려서 들기보다 되도록 양 어깨에 걸쳐 매도록 한다.

     

    비수술치료로 대부분 호전, 통증 지속 시엔 관절내시경술도 효과적


    테니스엘보는 대부분 휴식이나 보존적 요법만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힘찬병원 통계결과, 테니스엘보 환자 1,217명 중 약물과 물리치료 등으로 치료한 사례는 72%(879건), 체외충격파로 치료한 사례는 27%(326건), 관절내시경 수술로 치료한 사례는 단 1%(12건)로 나타났다. 99% 환자는 수술 없이 보존적 요법만으로 치료된 셈이다.


    강북힘찬병원 조수현 과장은 “테니스엘보가 있는 경우, 초반에는 약 4~6주 간 가사 일 등으로 인한 팔꿈치 사용을 줄이고, 간단한 지지대나 보조기 등으로 팔꿈치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등 휴식을 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기에는 냉찜질을, 만성화된 환자라면 온찜질을 실시하는 것이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고, 소염 진통제를 비롯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될 때에는 체외충격파와 같은 보존적 요법이 사용된다. 체외충격파는 손상된 조직에 충격파를 전달함으로써 기능 회복과 통증 감소를 유도하는 치료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3~5회 정도, 한 번에 20분 정도로 시행한다.


    관절내시경을 통한 수술적 요법은, 보존적 요법으로도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이 재발하는 경우에 실시할 수 있다. 카메라가 달린 0.5cm 굵기의 관절내시경을 통해 너덜너덜하고 염증이 생긴 부위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시행된다. 수술 후에는 약 3개월 정도면 정상적인 운동이 가능하고, 꾸준한 팔꿈치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을 해 주면 재발도 예방할 수 있다. 관절내시경 시술 결과는, 여러 연구 결과 85~90%에서 특별한 동통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강남힘찬병원 조기현 과장은 “중년 여성의 테니스엘보의 경우 무리한 가사일로 인한 팔과 손목의 과다 사용이 원인인 만큼, 일은 적당히 나누어 하고 평소 팔꿈치 근육 이완을 위한 스트레칭을 자주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베타뉴스 사회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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