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인터뷰

전자상가를 통해 본 중국 IT 시장, ‘춘추전국시대’의 재래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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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5-25 18:18:48

    기원 전 중국이 통일되기 전, 수많은 제후국들이 패권을 노리며 천하를 도모했던 ‘전국시대’가 있었다. 스스로 왕을 칭한 제후들은 드넓은 중국 대륙을 거머쥐고자 서로 물고 물리는 상황을 백년 넘도록 이어갔다.

     

    그러한 전국 시대가 오늘날의 중국 대륙에서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 물론 옛날처럼 영토를 놓고 창칼이 맞부딛치는 그런 원시적인 싸움은 아니다.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이라는 영토를 놓고 조용하지만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

     

    이는 IT 시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중화권·비 중화권을 가리지 않고 세계적으로 내노라하는 IT 기업들이 죄다 중국시장으로 몰려들고있다. 한국에서는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삼성이나 LG 역시 중국에서는 시장에 진출한 ‘IT 기업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한 분위기는 중국의 IT 전문 상가만 가봐도 알 수 있다.

     

    ▲ 대형 백화점만한 상가 건물들이 밀집된 베이징의 전자상가 단지

     

    중국 베이징의 IT 상가 단지는 그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을 빼놓으면 우리나라의 용산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등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늘어선 간판들은 조금 다르다. 그야말로 ‘브랜드 전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의 브랜드들이 벽면을 수놓고 있다. 우리에게 낯익은 삼성과 LG는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과 대만, 유럽에서 온 다양한 브랜드들이 쭉 늘어서 있는 것.

     

    특히 외산브랜드의 입지가 약해 토종 브랜드에 비해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우리와 달리 중국은 소수의 특정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과거 IBM으로부터 PC사업부를 인수해 일약 글로벌 IT기업으로 떠오른 중국 토종기업 레노버마저도 다른 외산브랜드와 별반 차이 없는 취급을 받고 있었다.

     

    ▲ 크고 작은 규모의 매장들이 서로 다른 브랜드를 내걸고 있다
     

    워낙 많은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서일까. 10㎡도 채 안되는 소규모 매장에서조차 평균 3~4명의 직원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대형 매장일 수록 방문객들을 맞는 직원들의 수도 더욱 늘었다. 오고가는 손님보다 매장 직원이 더 많아 보일 정도.

     

    한 명이라도 더 손님을 받으려는 모습에서 업체간,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총탄이 날아다니지 않을 뿐 보이지 않는 ‘마케팅 전쟁’은 말단이자 최전선인 오프라인 마켓까지 이미 진행중인 듯 싶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와 다이내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 그러한 중국 시장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한 글로벌 IT기업들의 소리없는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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