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28 17:53:36
2010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2011년을 눈 앞에 둔 지금은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을 때다.
비록 2010년 주요 IT 뉴스 지면은 스마트폰이 휩쓸었지만 올해 PC 업계에서도 적잖은 일이 있었다. 2010년엔 어떤 일이 PC 업계를 뜨겁게 달궜을까. 베타뉴스가 연말을 맞아 정리해 봤다.
◇ CPU - 6코어 시대 개막, GPU 융합도 시도 = 2010년엔 드디어 데스크톱용 6코어 CPU가 모습을 드러내며 파장을 일으켰다.
먼저 인텔이 3월에 코어 i7 익스트림 980X을 내놓으며 데스크톱 CPU의 최고봉에 올라섰다. 이어서 AMD도 4월에 페넘 II X6 제품군을 선보이며 6코어 CPU 보급화에 나섰다. 이들 6코어 CPU 덕에 쿼드 코어 CPU가 더욱 소비자에게 친근해지는 부가 효과도 있었다.
똑같은 6코어 CPU지만 인텔과 AMD는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인텔의 6코어 CPU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능을 내지만 어지간한 PC 한 대를 꾸미고도 남을 만큼 비싼 몸값을 뽐냈다. 반면 AMD는 경쟁사의 쿼드 코어 CPU 수준의 값으로 6코어 CPU 대중화에 앞장섰으나 성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CPU에 GPU를 더한 신개념 CPU도 관심을 끌었다. 코드명 ‘클락데일’로 잘 알려진 인텔 코어 i3·i5 제품군이 그 주인공이다. 비록 CPU와 GPU가 완벽한 한 몸이 아닌, 멀티 칩 패키지로 출시되었으나 새로운 시대의 포문을 연 제품이라는 데 점수를 줄 만 하다.
2011년엔 CPU 속에 GPU가 제대로 녹아든 제품이 연이어 나올 예정이다. 1월 초 발표 예정인 인텔의 샌디브리지(Sandy Bridge), AMD의 퓨전 APU 라노와 밥캣이 그 주인공이다. 내년엔 CPU와 GPU의 융합이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 그래픽 카드 – DX11 두고 치열한 전쟁 펼쳐 = 그래픽 카드 업계에선 다이렉트X 11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2009년에 발 빠르게 다이렉트X 11 기반 그래픽 제품군인 라데온 HD 5000 시리즈를 준비해 둔 AMD는 그만큼 우세한 상황에서 시장을 이끌어 갔다. 그렇지만 3월 말 지포스 GTX 480 및 470을 선보이며 뒤늦게 추격을 시작한 엔비디아도 결코 물러날 줄 몰랐다.
지포스 GTX 480이 처음 나왔을 땐 높은 발열 및 전력 소비량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엔비디아는 이후 하위 제품군인 지포스 GTX 465로 살짝 민심을 흔들고 지포스 GTX 460으로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지포스 GTS 450을 내놓으며 DX 11 환경에 대응하는 라인업을 만들어 갔다.
이에 쉽게 물러날 AMD가 아니었다. 곧바로 2세대 다이렉트X 11 그래픽 제품군을 내놓으며 수성에 나섰다. AMD는 성능 효율을 크게 개선한 라데온 HD6850·6870으로 실속을 챙겼고 이어 라데온 HD 6950·6970 제품군으로 성능 향상을 꾀했다.
행여나 뒤질세라 적절한 시기에 지포스 GTX 580 및 570 제품군을 내놓은 엔비디아의 응수도 대단했다. 종전 제품군의 단점인 발열 문제를 개선한 덕에 괜찮은 평을 받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시하던 다이렉트X 11 그래픽 시장은 경쟁이 본격화 되며 꽤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졌다. 4분기 땐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12월엔 양사 모두 신제품을 선보이며 성능에 목마른 게임 마니아를 열광시켰다.
◇ 스마트폰 열풍, PC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 일으켜 = 올해는 스마트폰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폰 돌풍은 점차 거세지며 급기야 PC 업계까지 휘몰아쳤다.
변화의 바람은 메인보드에서 먼저 불었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의 경우 USB 단자를 통해 데이터 통신 및 충전을 하게 되는데 PC에선 충전에 제약이 따르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종전 메인보드에선 USB 전원 출력이 약해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충전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 PC 전원을 끄면 충전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기가바이트 등 메인보드 제조사는 PC 전원을 꺼도 충전이 가능하며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등 개선된 USB 충전 기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PC 케이스 또한 스마트폰에 맞춰 진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미마이크로닉스 제퍼 케이스는 스마트폰 등의 휴대기기를 거치 및 수납하도록 만들고 충전을 위한 USB 단자까지 갖춰 큰 관심을 얻었다. 위텍인스트루먼트는 아이폰 독 및 스피커를 내장한 고급 PC 케이스 야마카시 틱택 3를 내놓을 예정이다.
유무선 공유기 업계도 스마트폰 덕에 간만에 큰 재미를 봤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가정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덩달아 늘어난 덕분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마음대로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유무선 공유기는 개념 스마트폰 사용자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아이폰 도킹 키보드 등 스마트폰 붐에 맞춘 PC 관련 제품이 적잖이 등장하며 범상치 않은 스마트폰의 인기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 USB 3.0, S-ATA 3.0 시대 개막 = 2009년 말 등장한 USB 3.0과 S-ATA 6Gbps 인터페이스가 이제 슬슬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올해 출시된 최신 메인보드 및 저장장치에서도 USB 3.0 및 S-ATA 6Gbps 인터페이스가 적용된 제품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USB 3.0은 최대 대역폭이 4.8Gbps로 USB 2.0보다 10배나 높다. 양방향 연결인 슈퍼스피드 모드에선 더 빠른 성능을 뽐낸다. 기준 전류도 900mA로 늘었다. 물론 하위 호환성도 잊지 않고 챙겼다.
S-ATA 6Gbps는 S-ATA 리비전 3.0 규격으로도 불린다. 종전 S-ATA II의 두 배인 6Gbps 대역폭을 갖춰 하드디스크 및 SSD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낸다. 자료를 효율적으로 모아 처리하는 NCQ 기능도 개선됐다.
전송 대역폭을 높인 이들 새 인터페이스는 비록 시장을 완벽하기 휘어잡진 못했지만 출발치곤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진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저장장치 쪽 위주로 적용되고 있지만 차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S-ATA 3.0은 큰 문제 없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USB 3.0의 앞길은 만만치 않다. 형보다 나은 아우, USB 2.0의 인기를 뛰어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 넷북 지고 울트라씬 뜬 2010년 = 2010년엔 노트북 시장의 양상도 크게 변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2009년 하반기부터 큰 인기를 누린 넷북 판매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데 있다.
값이 싸고 휴대성까지 뛰어나 큰 사랑을 얻던 넷북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넷북 판매량 상승세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뛰어난 휴대성과 앙증맞은 크기에 반했다가 콩깍지가 벗겨지며 넷북 성능에 실망한 이들이 늘었다. 2세대 넷북이 종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딱히 나은 성능을 보이지 못한 탓도 컸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새롭게 부상한 휴대 인터넷 장치 역시 넷북의 인기 전선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빈틈을 놓치지 않고 울트라씬 노트북 PC가 파고들었다. 넷북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휴대성을 갖춘 데다 일반 노트북 PC 못지 않은 성능까지 가진 울트라씬 제품군은 노트북 PC의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인텔은 주력 CPU인 코어 i3·5·7 제품군의 초저전력 버전을 선보이며 올해 울트라씬 노트북 시장을 견인해 나갔다. 새로운 인텔 울트라씬 프로세서 제품군은 종전보다 크기는 32% 줄고 성능은 32% 빠르며 CPU 전력 소비도 15% 줄었다.
AMD도 45나노 기반 초저전력 CPU와 다이렉트X 10.1 기반 모빌리티 라데온 HD 4250 그래픽 기능을 내세우며 시장을 확보해 나갔다. 넷북 구입을 고려하던 이들을 유혹할 만한 가격 책정도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값을 대폭 낮춘 게이밍 노트북 PC가 대거 등장, 데스크톱 시장 수요를 일부 뺏어오는 데 성공하며 짭짤한 성과를 올렸다.
올해 넷북의 인기가 다소 주춤했다 해서 넷북 시대가 끝났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 내년엔 인텔은 시더 트레일, AMD는 브라조스 플랫폼을 선보이며 넷북 시장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다시금 넷북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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