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인텔 샌디브리지를 보는 ‘조금 비딱한 시선’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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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1-24 09:28:42

    2011년 PC시장의 첫 번째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2세대 코어 CPU인 코드명 샌디브리지다.

     

    인텔 프로세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기존 코어 시리즈를 더욱 새롭게 만들어 선보인 이 샌디브리지는, CES 2011에서 정식으로 공개되자마자 수많은 미디어와 날카로운 눈을 가진 네티즌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지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스코어를 말한다면 매우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칭찬 일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미 샌디브리지에 대한 수많은 기사 및 정보에 또 다른 기사를 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보다는 과연 그렇게 칭찬 일색으로만 샌디브리지를 보아도 좋은지 작은 딴죽을 걸고 싶었을 뿐이다.

     

    샌디브리지는 인텔의 상급 개인용 프로세서다. 이는 노트북이든 데스크톱이든 달라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도 이 CPU에는 다른 고급 CPU에서 볼 수 없던 그래픽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그동안 소비자에게 내장 그래픽은 예산이 부족한 이들이나, 또는 사무용처럼 굳이 강력한 그래픽 성능이 필요치 않은 부분에서 쓰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픽의 구현 역시 CPU가 아닌 메인보드가 담당해 왔다.

     

    이러다보니 원가 절감을 위해 칩셋 제조사는 그래픽 카드 성능을 제한한 것은 물론, 메모리를 CPU와 공유(Share)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본디 성능마저 100% 발휘하기 어려웠다. 한 마디로 아무리 내장 그래픽이 좋다해도, 값 싼 외장 그래픽보다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인텔은 이번에 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집어넣은 HD3000과 HD 2000의 경우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코어 프로세서에서도 CPU와 GPU를 하나로 묶은 제품이 있긴 했지만 사실 각각 코어가 따로 있었기에 완벽한 결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샌디브리지는 하나의 코어에 CPU와 GPU가 완전히 결합되어 이에 따라 내부 구조 또한 다소 달라졌다.

     

     

    여러 차이점, 예를 들면 클럭을 높이고 멀티미디어에 강력해진 퀵 싱크 비디오(Quick Sync Video) 등의 새로운 기능을 더하고, 내부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핵심은 3차 캐시를 CPU와 GPU가 공유한다는 점이다.

     

    기존 그래픽 내장 코어 CPU, 즉 클락데일의 경우 메인보드의 그래픽기능을 CPU로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종전에 선보였던 내장 그래픽과 별 다른 장점을 찾기 힘들었다. 물론 그때도 인텔은 대단한 발전이라고 목에 힘을 주긴 했다.

     

    반대로 이번 샌디브리지는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CPU가 GPU를 품었다. 덕분에 3차 캐시를 공유한다. 최근 프로세서에서 3차 캐시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메인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3차 캐시를 그래픽이 쓸 수 있다는 것은 내장 그래픽에서는 대단한 발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샌디브리지를 구매하는 고객이 과연 이 정도의 내장 그래픽 성능에 만족할까? 이는 결코 아니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인텔은 고성능 그래픽 엔진이 없다. 경쟁사인 AMD가 CPU보다는 GPU에 더 큰 장점을 가지고 있고, 엔비디아의 경우 GPU의 기술을 바탕으로 CPU를 넘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게다가 인텔은 야심적으로 계획했던 외장 그래픽카드 제조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샌디브리지의 그래픽 성능이 스타크래프트2를 중간 수준의 그래픽 옵션으로 돌릴 수 있다고 해서 이를 고성능 제품이라고 말하기는, 또는 인텔의 표현대로 이제 그래픽은 필요 없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 정도 고성능 CPU 사용자라면 샌디브리지를 쓰면서 엔비디아 SLI나 AMD 크로스파이어 등 멀티 그래픽 카드 구성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에 아직까진 선택의 여지 없이 오로지 P67칩셋 메인보드를 써야한다는 것에 오히려 불만일지도 모른다. 같이 선보인 H67칩셋은 프로세서 내장 PCI 익스프레스 레인의 분할 구성이 지원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샌디브리지의 내장 그래픽의 진짜 승부처는 어디일까? 다름 아닌 노트북이다. 이미 데스크톱 CPU와 모바일 CPU의 차이는 사실상 없어졌다. 데스크톱 CPU의 강력한 성능과 모바일 CPU의 저전력, 저발열 등의 장점을 서로 융합하면서 요즈음 선보이는 CPU는 그런 이분법적인 구분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적어도 노트북에서 샌디브리지는 아주 큰 장점이 될 것이다. 게다가 AMD의 모바일 CPU가 그다지 신통방통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AMD 역시 APU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을 곧 선보일 예정이지만, 지금껏 AMD 모바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즉, 샌디브리지는 화려하게 데뷔하고 이미 그 CPU가 선보이기 전에 메인보드 회사의 치열한 홍보전이 이루어졌지만, 정작 그 실속은 데스크탑보다는 노트북에서 더 많이,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샌디브리지를 보면서 무게 중심이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옮겨지고 있음을 확신했다 해도 결코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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