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03 16:48:35
카메라 시장에서 소니는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완전한 선구자까지는 아니지만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자기 것으로 흡수해 발전시키는 재주만큼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보여주는 소니의 행보는 이런 의견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사실 소니도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다. 여느 카메라 브랜드와 다를게 없었는데, 소니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꾼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하이엔드 카메라의 새 지평을 연 사이버샷 F 시리즈다.
사이버샷 F 시리즈는 많은 인기를 얻었던 카메라다. F707부터 시작해 F717은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그도 그럴것이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고성능 칼자이즈 렌즈가 달렸고 렌즈와 몸체가 틸트식으로 움직여 로우앵글과 하이앵글 촬영을 확실하게 지원했기 때문이다. 흥행요소는 충분했다.
이 여세를 몰아 후속제품 F828이 출시됐다. 그러나 일부 환경에서 발생하는 보라돌이(명부가 보라색으로 나타남) 현상 논란으로 기억 속에서 사라진 비운의 명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후 하나의 충격적인 카메라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DSC-R1이 그 주인공이다.
DSC-R1은 소니 카메라 처음 DSLR에나 장착될 법한 대형 이미지 센서를 품고 출시된 제품이다. 칼자이즈 바리오소나 렌즈를 달아 화질까지 살렸다. 문제는 DSLR 뺨치는 높은 가격이었다. 보급형 DSLR의 파급도 이 제품의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제품으로 평가되었다.
2승 2패, 소니가 다시 한 번 하이엔드 카메라에 대형센서를 얹은 DSC-RX100을 내놨다. 스스로 R 시리즈의 후속이라고 말하는 이 제품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 외형은 틀림없는 콤팩트, 마감은 틀림없는 하이엔드 = 카메라는 사진으로 말한다지만 디자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DSC-RX100의 디자인은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특정층을 공략한다기 보다 남녀 모두에게 접근하기 위한 결정이었으리라. 몸체는 알루미늄에 검은 옷을 입혀 남다른 포스를 강조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모두 장착하고 250g이 되지 않는다. 이만하면 어중간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낫다. 크기는 가로 101.6mm, 높이 58.1mm, 두께 35.9mm다.
디자인은 콤팩트 디카의 포맷을 따르기 때문에 그립감은 솔직히 기대하기 어렵다. 별도의 그립은 마련되어 있지 않고 끝을 라운딩 처리한 것에 그친다. 손이 큰 사람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카메라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는 제법 간결하다. 모드 다이얼을 통해 P/A/S/M 부터 자동모드의 변경이 가능하고 후면에는 원형 다이얼과 메뉴, 기능 버튼이 간단하게 자리하고 있다. NEX는 몇 안되는 버튼으로 모드다이얼의 기능과 메뉴의 기능들을 수행해야 해서 불편했지만 RX100은 모드다이얼이 있어 나름대로 빠르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해졌다.
후면에는 3형 크기의 액정 화면이 있다. 122만 화소 사양으로 메뉴 화면이나 촬영한 이미지를 제법 선명하고 밝게 볼 수 있다.
◇ 2,02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 칼자이즈 렌즈의 조화 = 소니 사이버샷 DSC-RX100을 가지고 촬영을 진행했다. 높은 이미지 센서의 화소 집적도와 칼자이즈의 렌즈 조합은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렌즈는 바리오소나(Vario-Sonnar) T*로 10.4-37.1mm의 사양을 갖고 있다. 35mm 필름 규격 환산 시에는 28-100mm의 초점거리가 된다. 조리개는 최대 광각에서 F1.8, 최대 망원에서 F4.9로 좋은 수준이다. 최대 조리개는 F11이다.
지난 6월, DSC-RX100 발표회장에서 칼자이즈 코리아의 피터 티데만 대표는 이 렌즈가 RX100의 디자인과 이미지 센서에 맞게 최적화해 렌즈를 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화질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촬영한 결과, 뛰어난 결과물이 인상적이다. 2,020만 화소 센서에 칼자이즈 바리오소나 T* 코팅 렌즈, 모두 RX100을 위해 태어난 듯한 조합이다. 다른 카메라들도 바리오소나 렌즈를 장착한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만큼은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하고 싶다.
▲ 광학 장치의 해상력을 확인할 수 있는 ISO 12233 차트. 이 차트는 수평/수직 4,000 라인까지
측정 가능하다. 여기에서는 수평 해상도에 대해 테스트가 이뤄졌다. 결과값은 목측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그룹의 블레이드 프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측정된다.
ISO 12233 해상력 차트에서의 성능을 측정했다. 최대 광각에서의 성능이 가장 뛰어난 가운데, 모든 초점거리 중 F5.6 조리개 영역에서 좋은 해상력을 보여준다. 이후에는 회절현상으로 인해 해상력이 저하된다는 점 참고하자. 28mm 광각 상에서의 해상력은 F1.8~5.6까지 3,400라인 이상으로 최고 수준인데, 손질이 잘 된 1,600만~2,400만 화소급 APS-C 규격의 DSLR에 근접하는 정도의 해상력이다.
뛰어난 해상력을 가졌으니 다음에는 결과물을 주무르는 실력이 좋아야 할 것이다. DSC-RX100은 총 13가지 선보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 토이카메라, 팝컬러, 일러스트레이션 등 특색 있는 결과물부터 빨강, 파랑, 노랑, 녹색 등 특정 색만 강조하는 컬러 추출 기능도 있다.
이미지 센서는 2,020만 화소, 크기는 1형으로 가로 13.2mm, 세로 8.8mm의 크기다. 이는 니콘의 CX 포맷(니콘 1 시리즈)과 같은 것으로 35mm 필름 기준 약 2.7배 초점거리 환산이 이뤄진다. 현재 니콘 1의 이미지 센서가 1,010만 화소 사양이니 DSC-RX100은 정확히 두 배의 화소를 집적했다. 차후 니콘 1 후속기 화소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감도는 ISO 125부터 6,400까지 상용지원하고 확장하면 ISO 80부터 6,400까지 쓴다. 이 외에 노이즈 감소 기술인 다중 프레임 NR을 적용할 경우 쓸 수 있는 감도는 ISO 200부터 25,600까지, 자동 설정 시에 ISO 125부터 25,600까지 지원한다. 촬영한 결과, ISO 1,600까지 안정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ISO 6,400까지도 사용 가능한 수준의 화질을 보여준다.
동영상 기능도 수준급이다. NEX나 DSLT도 그렇듯 이 제품 역시 소니의 핸디캠 기술이 일부 들어가 있다. 핸디캠이나 전문 촬영장비 수준의 기능은 아니더라도 풀HD 해상도로 부드럽게 촬영 가능하다. 기본은 AVCHD 코덱 기반으로 저장하고 화질이나 압축 정도에 따라 PS(28MB), FX(24MB), FH(17MB)로 세분화했다. MP4 기반의 동영상 촬영도 지원하는데 1,440 x 1,080 해상도를 갖는다.
◇ 뛰어난 휴대성에 화질까지... 가격은 넘어야 할 산 = DSC-RX100은 ‘동급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천 20만 화소의 센서부터 시작해 최대개방 F1.8부터 시작하는 칼자이즈 바리오소나(Carl Zeiss Vario-Sonnar) T* 렌즈 등은 이 제품을 돋보이게 해주는 요소다. DSLR의 고급기능은 물론이고 성능까지 발군이니 DSLR 부럽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똑딱이처럼 작고 가벼워 어디에 들고 다녀도 작품을 찍을 수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가격, 9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 조금 걱정스럽지만 성능과 휴대성 모두를 손에 얻을 수 있다면 이 정도 출혈은 아깝지 않을 듯 하다.
강기자가 체험한 SONY DSC-RX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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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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