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터뷰

룬의 아이들의 다음 이야기, 테일즈위버가 그리는 10년은


  • 최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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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8-29 02:50:29

     

    넥슨의 대표 RPG를 꼽으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아마 참 여러 작품이 거론될 것 같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줄거리가 아름다웠던’ 게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테일즈위버’라고 대답하고 싶다. 무엇보다 유명 판타지 소설 작가 전민희가 그려낸 ‘룬의 아이들’이 담긴 게임이니까 말이다.

     

    만약 그 테일즈위버가 올해로 10주년을 맞고, 지난 7월 말 3번째 에피소드 ‘공명’을 7년 만에 공개했다고 귀띔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다. 아마 이 소식을 지금에서야 접했다면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느냐”며 향수에 젖거나, 당신을 판타지 속에 빠뜨렸던 테일즈위버의 다음 시나리오를 궁금해하지 않을지.

     

    3번째 에피소드를 공개 한지 한 달이 다됐을 무렵, 넥스토릭 테일즈위버 디렉터 심기훈 실장을 만나 그가 만들고 싶었고, 만들어낸 이번 업데이트 얘기를 들어봤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전민희 작가의 소설을 모두 읽었다”고 말하는 그는, 예부터 룬의 아이들의 팬이자 열렬한 전민희 작가의 팬이었다.

     

    ▲ 테일즈위버 디렉터 심기훈 실장

     

     

    에피소드 3는 새로운 시작, 원작 계승에 초점

     

    “테일즈위버에 대한 애정요? 더 많이 생겼죠. 개인적으로도 스토리성이 좋은 게임을 선호하니까요.”

     

    심기훈 실장은 게임 개발 경력이 약 8년에 달한다. 그렇게 놀라운 경력은 아닌 것 같다고? 아니, 그의 경력이 모두 ‘테일즈위버’ 개발임을 알면 다르게 느껴진다. 말 그대로 넥슨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쭉 테일즈위버 하나만 바라본 것. 그 정도 시간이면 남다른 애정도 생겼을 것 같아 물어본 말에 대한 답이 위 문장이다. 그는 에피소드 2가 업데이트됐던 그 날부터 계속 테일즈위버와 함께해왔다.

     

    “사실 에피소드 2까지의 이야기 흐름은 원작과 조금 달랐어요. 그래서 에피소드 2를 마무리 짓는 이번 기회에 에피소드 3은 원작과 맞출 기회라고 생각했죠. 룬의 아이들의 내용을 계승한다는 마음으로요.”

     

    그는 이번 에피소드 3이 ‘모든 것을 갈아엎는 것과 같았다’고 설명한다. 생각해보면 참 부담스러울 일이다. 이미 서비스됐던 시나리오는 어쩔 것이며, 룬의 아이들 뒷이야기를 게임에서 다룬다는 사실은 더 부담스럽지 않은가. 가뜩이나 심기훈 실장 자신이 룬의 아이들과 테일즈위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말이다.

     

    하지만 그와 테일즈위버 개발팀은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만만치 않은 작업량과 결과에 대한 부담에 시달리면서 말이다. 다행히 생각보다 에피소드 3에 관한 유저의 반응은 좋았던 눈치다. 심기훈 실장에게 에피소드 3에 관한 만족도를 묻자 그는 미소 지으며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의욕이 생길 만큼 힘을 얻었다”고 답했다. 

     

     

     

    룬의 아이들 윈터러, 그 뒷이야기를 그려내다

     

    “전민희 작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 쪽에서 시나리오를 쓴 뒤 전민희 작가에게 조언을 얻고 이를 다시 세세하게 작업한 다음 또 전민희 작가에게 검수를 받고. 큰 방향성과 틀은 전민희 작가의 세계관과 같습니다.”

     

    심기훈 실장은 룬의 아이들을 계승한다는 표어에 걸맞게끔 전민희 작가와 계속 대화를 나눠왔다고 말한다. 곧 이번 에피소드 3의 시나리오는 테일즈위버가 독자적으로 지어낸 룬의 아이들 뒷이야기가 아닌, 전민희 작가가 그려왔던 시나리오와 다를 것 없다는 얘기. 그렇다면 이번 에피소드는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소설 ‘룬의 아이들 윈터러’의 마지막을 보면 주인공 보리스와 이솔렛이 헤어지면서 끝나요. 이번 에피소드 3의 챕터 1은 이 둘이 재회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소설을 읽은 뒤 아쉽고 궁금했던 감정을 게임에서 풀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물론 위 내용은 전민희 작가의 동의와 조언을 받았죠.”

     

    테일즈위버의 지난 에피소드 1, 2는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 3의 방식은 다르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핵심 주인공도 바뀌며, 그들의 사건으로 시나리오가 진행된다. 심기훈 실장이 말한 “마치 미드처럼”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물론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완결된 소설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집어넣으면,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소설 이후의 내용을 계속 써내려갈 생각입니다.”

     

    완전히 시나리오를 새로 짜다 보니, 에피소드 2와 3의 이야기 흐름 중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심기훈 실장은 “원작의 느낌을 강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이번 에피소드 3는 원작을 계승하고 싶었다는 뜻. 대신 에피소드 3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에피소드 2를 바탕 한 기억을 지녀 연결고리를 끊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 보리스와 이솔렛, 그들의 운명은?

     

     

    완전히 판 새로 짜… 다음 챕터는 올겨울 이후

     

    이제 자세한 업데이트 얘기를 들어보자. 테일즈위버는 에피소드 3과 함께 시나리오 외에도 많은 시스템이 바뀌었으며 콘텐츠가 추가됐다. 특히 모든 월드 맵이 새로 짜인 점은, 이번 업데이트가 얼마나 단단히 각오했던 일인지 느껴지게 한다.

     

    “세계를 새로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안 쓰이는 맵은 삭제하고 필요한 맵을 추가하고. 요즘 추세에 맞춰 판을 다시 짠 거죠. 과거엔 사냥만 해서 레벨을 올렸다면 이제 신규 퀘스트 300개를 따라가며 게임을 즐기고 레벨을 올리면 됩니다. 초보자에게 더 유용하죠.”

     

    콘텐츠 추가 얘기를 하니 신규 캐릭터 ‘이솔렛’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챕터 1의 주인공과 다름없는 캐릭터이자, 보리스의 그녀이기 때문. 특히 이솔렛은 그동안 테일즈위버에 있던 캐릭터와 다르게 조작법부터 차별화됐다. 다른 캐릭터가 단순히 마우스 클릭에 그쳤다면 이솔렛은 스킬을 연계할 수 있어 액션성이 강해진 느낌이다. 심기훈 실장은 “이솔렛 역시 원작대로 ‘티엘라’ 검술을 쓰거나 ‘신성 찬트’ 노래를 쓴다”고 덧붙였다.

     

    “네냐플 마법학원은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콘텐츠에요. 요즘 유행하는 모바일 게임과 비슷한 느낌인데, 쉽게 익숙해질 만한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 콘텐츠 이름은 전민희 작가가 먼저 권해주더라고요. 앞으로 네냐플만의 콘텐츠를 더 추가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편의성을 위해 바뀐 시스템은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상도의 변화다. 테일즈위버는 기존까지 800x600 해상도를 지원했는데, 이제 최대 1,280x960까지 지원한다. 3D 게임이라면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테일즈위버는 도트로 이뤄진 2D게임. 결코 쉬울 리 없던 작업이다. 심기훈 실장은 “맵을 새로 그렸다고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물을 말은 하나다. 앞으로의 업데이트에 관한 질문. 심기훈 실장에게 ‘챕터 2는 언제쯤 나올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열심히 닦달하는 중”이라고 너털웃음 지으며 “올해 안에는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겨울 방학 때쯤엔 만나볼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설명이다.

     

    “아마 에피소드 2때의 챕터 8개보다는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챕터가 업데이트되는 간격은 5개월 정도 일 듯합니다. 대략 1년에 2~3개 챕터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테일즈위버는 이번 에피소드 3 ‘공명’을 내놓으며 온 힘을 기울였다. 전민희 작가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유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테일즈위버의 자랑인 OST와 애니메이션을 새로 제작한 이유도 이와 같다. 팬 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담겼던 선물이다.

     

    이러한 정성과 노력이라면, 심기훈 실장의 바람대로 테일즈위버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쭉 이어지지 않을까.

     


    베타뉴스 최낙균 (nakkoon@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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