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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성곤 부사장 “‘파판14’, 순수했던 그때로 다시 태어나”


  • 서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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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9-01 15:31:54

    최근 게임시장에서 눈에 띄는 게임업체를 꼽으라면 아이덴티티모바일(구 액토즈게임즈)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글로벌 대작 ‘파이널판타지14(이하 파판14)’를 서비스 하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에 열기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판14’는 여러 가지 의미로 독특한 출발을 알렸다. 부분 유료화 정책을 지향하는 현재 시점에서 과감하게 정액제 서비스를 택했다. 가격은 30일 1만 9800원, 90일 4만 7500원이다. 모바일 게임 시대에 고도화된 과금모델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제시했다. 일단 이용자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아이덴티티모바일에 과금정책에 오히려 유저들은 반기는 기색이다.

    “‘파판14’로 두 가지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덴티티모바일의 서비스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 두 번째는 일본산 온라인게임은 한국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분위기입니다.”

    31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서 만난 아이덴티티모바일 배성곤 부사장은 ‘파판14’ 서비스로 두 가지 편견을 깨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첫 번째는 아이덴티티모바일의 게임 서비스 역량에 드리운 의문부호며, 두 번째는 일본 온라인게임은 성공할 수 없다는 세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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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덴티티모바일 온라인사업본부 배성곤 부사장

    ◆‘파판14’ 서비스, 퍼블리셔로서 전환점 될 것

    “서비스 계약 체결 당시 이용자분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감히 액토즈(아이덴티티모바일) 따위가’라는 댓글이 인상에 남는데요. 이런 말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여준 과거의 모습을 지우고, ‘파판14’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점이 열매를 맺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파판14’는 비공개 테스트와 사전 서비스를 통해 퍼블리싱 역량에 대한 걱정거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비스 안정성은 높았고, 이용자의 불만이 나온 부분은 빠르게 수정됐다. 또, 콘텐츠에 대한 기획의도와 서비스 방향을 설명하는 소통방송 ‘레터라이브’를 통해 이용자들과의 접점도 늘렸다.

    “(‘파판14’에서 보인)이런 노력들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나, 기업 활동과 게임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보였던 부족했던 부분들이 ‘파판14’ 서비스를 기점으로 채워져 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파판14’를 서비스 하면서 회사 측의 운영이 극적으로 변했다는 평가에 대해 배 부사장 역시 수긍의 뜻을 전했다. 과거를 굳이 부정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보다 많은 고품질의 게임을 이용자들이 납득할 만한 방법으로 서비스 하는 것이 추후 아이덴티티모바일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운영이나 서비스가 과거보다 나빠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좋아지려고 노력하고 이를 어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영활동이자, 퍼블리셔로서 전환점을 만들려는 아이덴티티모바일의 노력입니다.”


    ◆일본 게임에 대한 편견, ‘복면가왕’처럼 깨지길

    ‘일본 온라인게임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게임업계에 퍼진 일반적인 시선이다. 편견이라면 편견이지만, 이 말을 부정해줄 마땅한 작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2일 ‘파판14’ 론칭 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 만큼 뿌리가 깊고,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도 없는 것이 현재의 게임시장이다.

    “사실 ‘파판14’를 선택한 이유는 대작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희망’ 때문이기도 합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그동안 많은 게임을 서비스 하면서 굳어진 회사의 이미지와 업계의 편견을 깨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배 부사장은 앞선 간담회에서 위와 같이 답했다. 또, 일본 온라인게임의 실패를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협업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파판14’를 총괄하는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PD)를 비롯한 스퀘어에닉스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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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인터뷰에서도 배 부사장은 개발사 스퀘어에닉스와 아이덴티티모바일이 구축한 강력한 소통채널을 강조했다.

    배 부사장은 “우리의 역할은 퍼블리셔의 기본이라 할 수 없는 소통창구”라며 “이용자와 서비스사(퍼블리셔), 서비스사와 개발사를 잇는 가교역할을 충분히 해 마치 현지 작품처럼 대응한다면 편견을 깰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용자분들은 급해요. 내가 질문한 것에 답을 최대한 빨리 얻길 원하죠. 기존에는 이런 운영이 부족했어요. 게임을 서비스 하는 입장에서는 즉답을 해주고 싶어도, 검토하겠다라는 답변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파판14’는 글로벌 시장에서 2년간 성공적으로 운영됐던 게임이며, 이 과정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에 국내 이용자들에게 ‘레터라이브’와 같은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0만 이용자 유치, ‘열정’과 ‘커뮤니케이션’으로 도전

    마음먹은 대로 게임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이용자의 바람은 언제나 업체와 관계자,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지표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불확실성의 연속이 게임산업의 특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500만 이용자를 유치한 ‘파판14’는 중국과 북미, 유럽과 일본 시장을 살펴본 배 부사장과 아이덴티티모바일이 찾아낸 ‘희망’이다.

    “‘파판14’를 놓고 많은 업체들과 경쟁했습니다. 우리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회사도 있었겠지요. 우리는 성과보다 열정을 스퀘어에닉스에 보여주는데 치중했습니다. 성과는 퍼블리셔로서 당연한 목표이니, ‘파판14’가 목표로 하는 꿈과 희망을 한국 이용자들에게 선보이는 최고의 방범이 우리와 손잡는 것이라 어필하는 것이 전략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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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아이덴티티모바일의 현실과 이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품이 ‘파판14’였으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도전이 있었다고 배 부사장은 털어놨다.

    실제로 ‘파판14’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외 업체들이 눈독을 들였었다. 이용자의 기대치가 높아 비전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명가 스퀘어에닉스의 벽은 높았다. ‘파이널판타지’ 브랜드가 가지는 무계감과 시리즈 정식 후속작이란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성과보다는 게임에 연속성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여줄 파트너가 필요했다는 것이 배 부사장과 ‘파판14’ 사업부의 분석이었고, 이는 계약체결까지 이어지는 열매를 맺었다.

    “‘레터라이브’를 통해 이용자와 친숙해진 최정해 사업팀장을 비롯한 ‘파판14’ TFT팀 모두가 ‘파판14’를 플레이하고, 콘텐츠를 이해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했기에, 스퀘어에닉스는 물론 이용자분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CBT와 OBT에서 얻은 긍정적인 평가와 지표들도 이런 활동에 대한 작은 보답이지요.” 

    ◆결국은 ‘초심’, 순수했던 그때로 ‘Reborn’

    약 1시간가량 배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초심’이란 단어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파판14’ 계약체결부터 현재, 미래에 대한 비전을 들으면서 모든 것이 결국 가장 순수했던 때로 다시 태어난(Reborn) 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한번 서비스에 실패했으나, 콘텐츠를 뜯어고쳐 재기에 성공한 ‘파이널판타지14’의 2.0버전 부제 ‘신생 에오르제아(영문명 A Realm Reborn)’처럼 말이다.

    “모바일게임의 성장으로 변화된 트렌드는 ‘파이널판타지’라는 콘텐츠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파판14’를 서비스 하면서 아직도 잘 만든 게임에 쏟는 게이머들의 욕구(Needs)를 확인 할 수 있었어요. 순수한 게이머 열기를 본받아 우리도 퍼블리셔로서 열정을 되살렸습니다.”

    ‘파판14’ 성공을 위한 전략을 묻는 질문에 배 부사장은 위와 같이 답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물었다. 세부적인 전략은 무엇이냐고. 어떻게 게이머의 열정을 살리겠냐고.

    배 부사장은 “‘파판14’의 주요 고객층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추억을 가진 30~50대 이용자다. 이들은 ‘파판14’ 테스트와 사전 서비스에 모두 참가하는 열의를 보였줬다”며 “우리도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면 길이 열릴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이어 “게이머가 최고의 홍보창구 역할을 하던 모습을 ‘파판14’로 재현하는 것이 전략이고, 이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이 아이덴티티모바일과 ‘파판14’ 사업팀, 그리고 나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먼저 열광적으로 성원하준 이용자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제 최고레벨을 달성한 이용자분들도 많으니 ‘파판14’ 세상 속 탐험과 모험을 즐기며, 후배 모험가들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의 선봉장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모험가들이 게임을 즐기는 동안 우리는 대규모 확장팩 ‘헤븐스워드(3.0 버전)’까지 쉴 새 없이 달릴거다. 많은 응원부탁한다. 유료 결제도 많이 부탁한다(웃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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