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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고리5·6호기, '에너지 민주주의' 첫걸음 되나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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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0-16 14:21:42

    [베타뉴스/경제=김혜경기자] 지난 주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3개월 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오는 20일 오전 최종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471명이 공론을 모았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숙의 민주주의 실험 1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와 원전 정책은 별개라는 원칙 아래 이번 공론화 결과에 관계없이 탈원전 정책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공론화 과정은 향후 에너지 정책에 있어 의견 수렴 방식의 이정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가가 ‘탑-다운’ 방식으로 주도했던 에너지정책에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혹은 재개를 결정할 마지막 토론에서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여러분이 성심과 성의를 다해 고뇌에 찬 판단 끝에 건네주신 의견이 훼손되지 않도록 더욱 각별한 마음으로 소중히 전하겠다”면서 “여러분은 위대한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선택한 것이기에 위대한 것”이라는 말을 던졌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첫 출발은 어떤 사안을 둘러싼 갈등을 사회화, 즉 공론화하는 데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원자력 등 에너지 정책은 고도의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번 공론화를 두고서도 “비전문가 집단의 여론조사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망친다”며 비판을 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전문가들만 모여서 결정해야할 부문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는 원전은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접근 할 수 없는 정치·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에너지 정책을 전문가 영역으로 제한하고 접근하려고 하니 부정적 인식과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술은 순수하게 중립적이지 않다. 기술자집단과 시민사회의 의견 대립을 세계관 대립으로 볼 필요도 있다.

    발전소·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송전탑 건설 등 지역민들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원자력 이슈는 사회적 갈등이 엮인 정치적 문제다. 문제가 생길 시 1차 피해는 원전을 생활반경에 두고 있는 지역민들이 우선 떠 앉기 때문이다.

    또 모든 이들과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수도권 시민들은 자신이 쓰는 전기가 어디서 오는 건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산, 울산 등 남동부 지역에 원전이 밀집되어 있는 이상 ‘에너지 정의’와 에너지 정책은 불가분의 관계다.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원전 정책에 관심을 가질 의무가 있다.

    단순 여론조사가 아닌 토론과 숙의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모델은 갈등조정 방식을 두고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단순 찬반을 묻는 것은 다수결에 따른 ‘경쟁적 민주주의’에 가깝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열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여론 조사는 ‘협의제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후자는 단순 과반이 아닌 ‘가능한 많은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지난 수 십 년간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의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다시 말해 정치적 논의의 대상으로조차 거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수당에서 거론하기는 했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특성 상 다수당에 따른 경쟁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주요 의제로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동안 원자력 확대 정책은 행정부 주도로만 이뤄져왔고, 이같은 제도적 특성으로 지금까지도 진통을 겪고 있다. 시민 사회에서 끊임없이 폐쇄성 문제를 지적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 대립으로 인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갈등이 공론화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결정될 오는 20일 결과를 막론하고, 향후 에너지 민주주의의 장이 확대될 지 우리 모두가 관심의 촉을 세워야 한다.

    ▲ 산업부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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