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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장자연 사건의 부실수사를 반성하고 진실을 밝혀야.


  • 강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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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1-23 15:53:42

    검찰은 장자연 사건의 부실수사를 반성하고 진실을 밝혀야.

    23일 오후1시20분, 서울여성플라자 옆 도서관 계단에서는 故장자연씨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 단체)등이 참여했다. 다음은 성명서와 발언자들의 내용이다.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故장자연씨가 연예계 성상납 관행을 죽음으로써 문제제기 한 지 9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우리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성역없는 재수사를 촉구하며 다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2009년 3월, 당시 사건을 접한 우리는 배우로서 꿈을 키워가던 한 여성이 겪어야했던 참혹한 인권침해에 공분하면서 그를 추모하고 곧바로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었습니다. 이후 10여 차례 기자회견 및 시민법정 등의 활동을 통해 이 사건의 진실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는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를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고, 고 장자연씨의 유서에 언급된 유력인사들의 ‘강요 방조죄’는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의혹들이 가득한 채 긴 세월동안 어둠 속에 있어야했습니다. 오히려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활동가가 성상납 요구자로 지목된 사람이 사장으로 있는 한 일간지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되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6년간의 긴 법정소송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이제, 우리사회는 새로운 전환점에 섰습니다. 지난 9월 29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통해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검찰과거사위원회> 설치를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7년 12월 12일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이 사건의 재수사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수많은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쉼없이 ‘말하기’를 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반응하고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그 이야기가 특이하고 예외적인 일이 아니고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일이라는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언론, 방송, 재벌이 유착관계에 있고, 이들이 남성 성문화로 연대와 친분을 이루고 있으며, 여성연예인은 생계를 지속하기 위해 이 과정에서 성상납과 착취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 이것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묘사하고 있는 사실이고, 예로부터 드러나 있는 남성중심의 권력 커넥션입니다. 장자연 사건은 검찰이 이를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가장 적확한 사건이었음에도, 이들을 비호하는 것으로 끝났으며, 사실 검찰은 우리나라의 비리와 남성권력 커넥션의 비빌 언덕이지 않냐는 국민들의 의혹이 증폭된 채 멈추어져 있습니다.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는 이러한 잘못된 수사·재판 과정에 경종을 울리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억울한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한 배우의 인권을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며, 성상납이라는 반인권적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는 검찰의 부실수사 및 검찰권의 남용으로 인해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음을 성찰하면서, 정말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서울여성플라자 인근,故장자연씨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고 외치고 있다 ©인터넷언론인연대

    황지영(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성폭력예방치료센터 소장)

    최근 검찰 과거가위원회가 배우 故 장자연씨의 성상납 사건의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PD들 감독들 재벌 대기업 방송사 관계자 등이 노리개 취급하고 사기치고 내 몸을 빼앗았다. 부모님 제삿날에도 접대자리에 내몰렸다. ”고 유서에 적었던 故 장자연씨는 2009년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장자연씨의 죽음으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여성연예인들의 성접대가 사실로 드러나게 되었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채로 10여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한 여성연예인 인권실태보고서에서 여성연기자들의 45.3%가 술시중 요구를 받았고, 방송관계자가 사회유력인사에 대한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경우도 60%나 되었습니다. 31.5%는 가슴과 엉덩이, 다리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성추행을, 21.5%는 성관계를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여성연예인들은 연예계 데뷔, 캐스팅, 앨범 발표등을 빌미로 술접대와 성접대를 요구받거나 대본에 나와있지 않고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불쾌한 신체접촉을 포함한 연기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계약이나 출연등을 빌미로 압박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나보니 부당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어렵고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은 것인 연예계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2017년은 국내외적으로 ‘#연예계_내_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미국 헐리우드에서는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에 의해 성폭력을 고발하

    는 ‘미투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유명 배우들의 용기를 낸 피해경험에 많은 이들은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남배우A 성폭력사건’이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여성연예인들이 경험하는 성폭력에 대한 심각한 현실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故 장자연씨의 죽음이후에도 우리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연예인들을 향한 성폭력이나 성매매 강요라는 현실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故 장자연씨가 죽음으로 알리고자 했던 연예계의 성상납의 의혹와 문제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만이 장자연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입니다. 더 이상 여성연예인들이 이러한 폭력의 경험을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에 검찰은 즉각적인 재수사를 통해 의혹을 명백하게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정미례(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검찰은 장자연 사건을 즉각 재수사하고 당시 담당 검찰을 처벌하라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벌써 9년이 지났습니다. 9년 전 한 여성연예인은 ‘저는 힘없는 신인여배우입니다’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장자연 리스트’만을 남기고 검찰에 의해 본질이 덮여진 채 9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언론사, 방송사, 금융권 등 대한민국의 권력자들이 여성 연예인의 성을 착취하여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그리고 수사 기관은 그 권력자들의 혐의를 감추는 데에 앞장섰다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단지 몇몇 권력 있는 남성들이 저지른, 악덕한 기획사가 일으킨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불공정한 계약관계 때문에 부당한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연예산업 내 노동현실의 문제입니다. 또한 돈과 사회적 권력이 있다면 여성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여성혐오적 인식에서 비롯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에 눈감고, 용인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은 이러한 본질은 모두 외면한 채 모든 혐의를 덮어 버렸습니다.

    한 언론사가 입수한 검찰의 사건 관련자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故장자연씨가 문건 곳곳에 언급한 '술접대 강요'라는 문구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가 적혀있습니다. 검찰은 소속사 대표의 술접대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문건에 언급된 인물들의 ‘강요방조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故장자연씨가 생전에 겪었던 술접대 및 성상납 강요에 대한 정황과 증언 자료는 차량 두 대로 옮겨야 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이 사건을 급하게 종결한 것은 명백히 힘있는 자들의 편에서 수사한 증거입니다.

    이러한 검찰의 부실 수사, 감추기 수사는 연예 권력에 의해 성상납, 술접대, 착취 등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고 동시에 연예 산업의 문화를 후퇴시키고 이러한 부당행위가 용인되는 문화를 정착시켰으며 많은 재능 있는 여성배우들이 현장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재조사는 물론이거니와 당시 권력의 편에서 수사를 진행한 검찰의 조사와 처벌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성연예인들이 처한 인권침해적 현실이 개선되고 연예산업 내의 ‘일터의 윤리’가 마땅히 지켜질 때까지 계속해서 함께 행동할 것입니다.

    ▲사회적 타살이며 많은 의혹이 있음에도 부실수사한 부분에 반성하라고 외치고 있다. ©인터넷언론인연대

    김경숙(사람과평화 부설 용인성폭력상담소 소장)

    장자연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일명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갔던 사건, 일명 ‘장자연 리스트 재조사 방침에 대한 검찰 과거사 위원회의 고려’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故장자연씨 사망사건이 다시 소환되었다. 2009년 3월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며 유력인사들을 거론한 故장자연씨의 자필 유서가 발견되면서 이 사건은 단순 자살이 아닌, 한국사회의 추악한 권력과 접대, 여성 연예인들의 인권 문제로 자리매김했다.

    사건 당시 경찰은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며 4개월 만에 언론사와 금융사 대표 등 20여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특히 리스트에 등장한 유명 일간지 사주에 대한 의혹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다. 그 일간지는 2009년 당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사건을 언급한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과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끝에 모두 패소한 바 있다. 또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보도한 KBS, MBC 소속 기자 5명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소송을 제기했고,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도 기나긴 소송에 휘말렸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누락한 모 신문사 사주에 대해 여성‧시민단체들과 정당들이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드라마 PD, 금융회사 간부, 전직 언론인 등의 강요죄 공범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소속사 전 대표 김 모씨를 고인에 대한 폭행‧협박으로, 전 매니저 유씨를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을 뿐이다.

    이 모든 ‘수사’의 결과는 너무도 초라하게 기획사 대표였던 김 모 씨만 ‘폭행죄’를 인정해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선고로 끝났다. 또한 일명 ‘장자연 리스트’를 세상에 공개한 전 매니저는 오히려 기획사 대표를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2011년 3월 6일 SBS는 故장자연씨가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지인에게 보낸 편지 50여통과 편지에 적힌 31명의 리스트를 보도했지만, 경찰은 같은 해 3월 16일 국과수 감정결과 “친필이 아닌 조작”이라고 발표했다. 경찰 발표에 대해 당시 여론은 국과수의 감정결과가 실체적 진실을 막는 것은 아니라며 특검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러한 여론 속에서도 특검을 결의하지 못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시민법정’을 만들어 ‘장자연 리스트’ 관련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故장자연씨 사건을 계기로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지속되어 오던 연예계의 상납과 접대의 악습과 함께 여성연예인들이 처한 인권문제가 공론화되었다.

    그러나 한 여성 연예인을 둘러싼 성착취 구조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jtbc 뉴스룸이 2009년 당시 수사기록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장씨가 문건에 남긴 ‘술접대 강요’라는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하지만 jtbc는 경찰수사 기록 곳곳에 ‘장씨가 억지로 술자리에 불려갔던 정황이 나타나 있고, 성추행 강요, 강요 방조죄에 대한 장자연씨 본인과 동료들의 진술과 정황들이 분명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했다’고 나타나있다면서 장자연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이제 故 장자연씨 사건은 여성연예인이 어떻게 이른바 권력과 이해관계에 있는 집단에 의해 ‘성상납’을 강요받았고,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지목된 사람들을 검찰이 왜 무혐의 처분을 했는지 철저하게 재수사하여 억울한 죽음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사회적 타살의 책임은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다. 검찰은 부실수사 반성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즉각 재수사를 진행함이 마땅하다.

    장자연은 살아있다. 그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써놓은 무수한 기록들이 남아있는 한 그는 살아있는 것이다. 이것이 진실이고 이 기반 위에서 故 장자연 사건은 재조명되어야 한다. 정치검찰, 권력유착,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검찰이 진정으로 검찰을 개혁하고자 한다면 여성인권 관련 권력형 비리 및 성착취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재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도록 해야한다. 장자연씨가 죽음으로써 고발한 진실이 세상에서 빛을 보고 용기가 되길 기대한다.


    베타뉴스 강규수 기자 (healt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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