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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 SK케미칼·애경 기업 윤리 바닥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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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2-13 10:17:45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필요성 절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2011년 5월 8일 6명의 환자가 정체불명의 폐 질환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실려 왔다. 폐가 뻣뻣하게 굳어가는 섬유화 증세를 보였으며, 단순 폐렴처럼 보였던 이 병세는 점점 상태가 악화돼 갔다.

    이 중 5명이 임산부, 결국 임산부 한 명은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사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사망자는 늘어갔고 전국적으로 80여 명이 넘는 동일한 폐 질환 환자가 늘어갔다.

    이것이 바로 `안방의 세월호 참사`라고 불리며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개시 7년만인 12일 `가습기메이트`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억3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SK케미칼의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와 애경의 안용찬·고광현 전 대표이사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환경 단체와 피해자들은 `처벌수위가 너무 낮다`는 입장이다.

    ▲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 피해자 특조위원 위촉촉구 집회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피해자 의견을 수용한 가습기살균제와 세월호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발족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과징금을 고작 1억3400만 원 매겼는데 사람 목숨이 1억 원이라면 이해하겠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사실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다. 1억이라는 돈이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전혀 큰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의 2016년 매출은 6조5260억 원에 영업이익은 2298억 원을 거뒀고 애경 계열사 중 하나인 애경 부라보는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SK케미칼과 애경은 피해보상책은커녕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SK케미칼은 "공정위의 심의절차에서 지적된 내용을 깊이 새기겠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의결서를 받지 못해 뭐라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정해진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고, 애경산업은 "공정위 결정문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 이를 받아 본 뒤 회사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JTBC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기업의 윤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반응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 필요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이진성(51)씨는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무릎 꿇고 몇 번을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제대로 된 입장표명도 없이 `공소시효`운운하는 게 반성의 태도인가"반문하며 "아직도 가습기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정작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 저런 식의 대답을 하는 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모 변호사는 "이래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한 것"이라며 "저런 대기업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참여재판을 강제적으로 부여해 배심원들이 기업에 대한 책임을 합리적 수준으로 물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로 고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장래에 그러한 범죄나 부당 행위를 반복하지 않게 예방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 SK케미칼 기업 비전(좌)과 애경의 사회책임경영(우)의 모습. © SK케미컬, 애경 홈페이지 캡처

    "우리는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고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킵니다."
    "사랑과 존경을 바탕으로 앞서가는 사고·기술·경영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창조해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을 지향한다."

    SK케미칼의 비전과 애경의 윤리헌장 전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가습기 피해자들은 10년이 가까운 기간 동안 고통을 호소하며 눈물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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