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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기고] 아이 등 뒤에 숨는 자, 그 자가 범인이다


  • 강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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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7-11 20:34:14

         [층간소음·기고]  아이 등 뒤에 숨는 자, 그 자가 범인이다

                  -아이들이 집에서 뛰놀 자유를 허하라-

                                                                                                                 글쓴이 : 이지환

    아이들은 뛰면서 논다. 원래가 그런 존재다. 인간뿐 아니라 강아지도, 사슴도, 곰도, 코끼리도, 어린 것 cub들은 다들 뛰어 놀면서 자신의 신체 능력을 시험하고 주변 환경을 학습한다.

    하지만 공동 주택에 사는 인류는 다르다. 집 안에서 뛰는 건 그들에겐 부도덕하고 비사회적이며 반교육적인 행위다. 그래서 집에서 뛰는 것을 적어도 금지하는 척이라도 하려 애쓴다. 인접한 다른 세대의 안온을 방해할 위험 때문. 아니, 욕먹기 싫기 때문일 거라고 보다 정확히 짚어 주면 가슴 한 구석이 찔끔할 텐가.

    그런데 이런 ‘비생물학적’ 혹은 ‘반발달적’인 생활 방식과 교육을 부추기는 건 공동 주택 관리자나 주무 관청, 언론, 그리고 공동 주택 거주자 자신이다. 그들은 아이들을 층간 소음의 주원인으로 지목하는 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데, 이는 아이들이 만만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을 효율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며 조직적으로 항의하지도 못한다. 아이들을 비난하는 건 그래서 쉽다.

    층간 소음 예방을 계도하는 공고문을 보라.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라는 문장이 첫 번째 줄에 등장한다. 공동 주택 소음에 관련한 공익 광고를 보라. 아이 뛰어노는 장면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적어도 층간 소음 문제에서 아이는 공공의 적이요 만악의 근원인 것만 같다.

    문제는 이처럼 근거 없이 구체적이고 특정적인 지적질이 성인 소음 유발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사실이다. 성인은 아동에 비해 체중이 많고 심야 활동량이 많으며 구체적인 운동 형태도 다양하다. 다시 말해, 성인은 음향 에너지가 큰 층간 소음을 유발할 가능성이 아이들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층간 소음의 원인으로 대뜸 성인 거주자를 지목하는 사례를 과연 몇 건이나 목도했는가.

    다들 아이를 방패로 삼고 아이들 뒤에 숨는다. 하루 종일 발뒤꿈치를 굴러대는 집을 찾아갈 때, “우리 집엔 애들이 없는데요.”라는, 일말의 고민도 깃들지 않은, 아주 당당한 대꾸가 즉시로 튀어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겁한 짓이다. 우리 집엔 아이가 없으니 층간 소음을 낼 리가 없다는, 아주 골때리는 변명이다.

    아이 뛰노는 것을 지적하면 지적자도, 피지적자도, 관리자도 모두 편하다. 문제를 직접 파헤치지 않고 에둘러 말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아이를 소음원으로 지적하는 문화에선 내가 소음 유발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도 매우 쉽다. 아니, 그냥 뻔뻔하게 부정하기도 편하다. 그래서 이 문화를 공유하는 공동 주택 거주자들은 본질적 문제에 영원히 접근하지 못한다.

    아이를 방패막이로 삼는 행태는 궁극적으로 엉터리 시공사에게 면죄부를 준다. 실은 이것이 패악의 요체요 고갱이다. 시공사가 엉터리라도, 집을 개판으로 지어 놓아도, 거주자 스스로가 나서서 아이들 뛰노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꾸짖어 주니 그 얼마나 편한가. 아이들 뒤에 숨어서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할 때 엉터리 시공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이가 집 안에서 뛰어놀지 못하게 하는 걸로 면죄부를 구걸하는 당신이, 층간 소음의 문제를 일단 아이들에게서 찾는 당신이, 성인 소음 유발자를 감히 지적하지 못하고 그저 아이들의 작고 보드라운 등 뒤에 조용히 숨어버리는 바로 당신이 공동 주택 소음/진동 발생의 공범이요 조장자다.

    아이들이 집 안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라. 그 아이들에게 층간 소음 없는 세상을 열어 주고 싶다면 그게 첫 걸음이다.

    ▲소음진동 피해예방 시민모임에서 배포중인 소음예방 포스터의 일부분©사진제공=소음진동 피해예방 시민모임

    -어린이들의 행동이 층간소음의 주된 원인이라는 언론에 대해 ‘소음진동 피해예방 시민모임’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층간소음을 포함한 소음피해에 대해서 서민들 대부분은 민원은 고사하고 참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결방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소음 피해자들이 신고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극소수의 자료를 가지고 통계를 내고 어린이의 행동이 층간소음의 주된 원인 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 심지어 축약돼 어린이가 층간소음 원인이라고 이야기 하는 내용은 매우 왜곡 되었다고 본다.”

     <베타뉴스 강규수 기자 gyu3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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