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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그룹, 위기극복 방법 ‘외부수혈’…한계 드러나


  •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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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7-17 06:55:01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특별자문으로 영입
    -슈라이어사장 등 줄줄이 10여명 영입…역성장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 알렉산더 셀리파노프, 사이먼 로스비, 피에르 르클레어, 올렉 손, 알버트 비어만, 파예즈 라만, 이진우,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이들의 공통점은?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벤틀리, 람보르기니, BMW, 푸조시트로엥그룹, 제너널모터스(GM), 부가티, 폭스바겐 등 모두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에서 명성을 떨친 사람들이다.

    이들은 각각 디자인과 엔진, 마케팅 등에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현대기아차가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관련 부서의 임원으로 영입한 인사들이다.

    이들이 현대기아차의 도약을 위한 용병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수출을 만회하기 위해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특별 자문으로 영입했다. 김 특별고문은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당시 한국 수석대표이었으며, 이듬해 추가 협상 때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는 미국이 수입차에 부과하려는 25% 관세 등 통상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이다. 앞으로 김 특별자문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 마련된 자신의 집무실에 비상근으로 출근하며 통상 관련 대응을 주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통상전문가인 김 특별고문을 통해 각종 통상 관련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현대스타일링담당으로 벤틀리에서 합류한 이상엽 상무.

    다만,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전략에 대해 업계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전문가 한두 사람으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외부 수혈로 가장 큰 효과를 본 게 2006년 중반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로 영입한 슈라이어 부사장이다.

    이후 슈라이어 부사장은 호랑이 얼굴을 형상화 한 차량의 전면 이미지 ‘슈라이어 라인’을 기아차 패밀리 룩으로 K시리즈를 비롯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 적용했다.

    슈라이어 라인이 처음 적용된 중형 세단 K5는 2010년 출시되자마자 같은 해 내수 최다 판매 6위에 오르면서 자사의 전년 대비 17.4%의 고성장을 일구는데 기여했다. 같은 해 수출 역시 전년보다 25% 급증하면서 종전 역성장을 기록한 수출 역시 크게 개선됐다.

    당시 슈라이어 부사장이 디자인한 K5와 쏘렌토R, 스포티지R 등은 구매 계약 후 최장 2개월을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선전으로 슈라이어 부사장은 2013년 기아차 최고 디자인책임자(CDO)인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외부 수혈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 슈라이어 사장의 경우 2010년대 들어 2015년을 제외하고, 내수 판매에서 한자릿수 성장세와 역성장세를 기록해 평균 2% 이하의 성장 폭을 기록했다.

    수출 역시 지난 7년간 같은 양상을 보였으며, 평균 1% 성장에 그쳤다. 슈라이어 사장의 한계는 K5 판매에서도 드러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K5는 내수 판매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올해 1∼5월 K5 판매는 9위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인기  모델인 현대차 쏘나타는 4위안에 들었으며, 올해 5월까지 판매에서는 6위로 다소 밀렸다.

    최근 3년간 기아차 수출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기아차 내수는 6.2% 다소 늘었지만, 수출은 11.8% 급감했다.

    현대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7년간 평균 내수 성장세는 0.7%, 수출은 -2.2%를 각각 기록했으며, 올해 1∼5월 현대차는 전년 동기보다 내수에서 4.2% 성장한 반면, 수출에서는 6.5%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차량 10대를 생산해 8대를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인기 작품인 K5도 최근 들어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는 요약 매출 9조6725억원, 영업이익 18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6.2%(6450억원). 75.6%(5736억원)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8조490억원→7조1614억원), 96.8%(4868억원→154억원)으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도 현대차는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0.2%, 19.9% 각각 줄었다. 이 기간 기아차의 매출은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9% 크게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변하는 현대차그룹의 최근 실적을 보면 일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아직 대중브랜드인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그룹의 문제는 기업만의 문제라 아닌 만큼 정부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게 현지 정부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되면 결국 미국 내 일자리가 줄고, 현지 투자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


    베타뉴스 정수남 (pere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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