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LG 구광모 등 대기업 총수들, 지주회사 전환해 지배력 무한 '확대'...김상조식 재벌개혁 '실패'?


  • 조창용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8-11-14 01:37:05

    ▲구광모 LG그룹 회장 © LG그룹 제공

    지분 매입 없이 ‘인적분할·현물출자’ 통해 지분율 높여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로 ‘일감 몰아주기’ 다시 확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적분할과 현물출자를 동원한 이른바 ‘자사주의 마술’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일부 기업의 경우 4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재벌총수일가의 부당한 지배구조가 해소되기는 커녕 보다 강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부당한 지배구조를 관리·감독해야 할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유지배구조 개혁과제, 재벌총수의 선의에 기댄 ‘김상조식 재벌개혁’이 벌써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발표한 ‘2018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지주회사로 설립·전환한 19개사 중 12개사가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들 12개사는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이 설립·전환 이전과 비교해 평균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업별로 보면 LG 구광모 회장은 7.4%에 그쳤던 총수 일가 지분율이 31.91%로 4.31배 상승했다. CJ 이재현 회장은 16.59%였던 총수일가 지분율이 38.22%로 늘어나 2배 이상 상승했다. 코오롱 이웅렬 회장은 13.15%였던 총수 일가 지분율이 48.16%로 3.66배, SK 최태원 회장은 11.01%였던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45%로 2.76배 증가했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16.89%에서 50.25%로 총수 일가 지분율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지분이 없다가 제일모직등 합병 후 17% 보유로 전환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확대했다. 특히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우 호텔신라 지분이 제로인 상황에서 호텔신라를 지배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5.5%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호텔신라 경영권을 무상으로 취득한 셈이다.

    공정위가 이번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서 총수 일가 지배력이 얼마나 확대됐는지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 체제 밖의 회사는 113개에 달했다. 그동안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 계열사를 두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실제 113개 회사 중 46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였다. 특히 하림·한국타이어·세아 등은 총수 2세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를 통해 지주회사를 지배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이 일반 대기업보다 소유·지배 간 괴리도 컸다. 총수 일가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지분보다 얼마나 많은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은 총수 일가가 15.30%의 지분을 소유했지만 실제 행사하는 의결 지분율은 57.95%에 달했다. 반면 일반 대기업 총수 일가는 20.32%의 지분을 소유했지만 행사하는 의결 지분율은 53.40%였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기업들이 지주회사 조직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은 유지하되 총수 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적분할은 분할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의 기업분할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주사와 사업회사(신설법인)로 분리할 때 인적분할을 적용하면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만큼 신설법인의 주식을 배정받는다. 이 과정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후 총수 일가는 늘어난 신설법인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으로 바꾸는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 매입 없이 지배력을 강화했다.

    재벌총수 일가는 권한없이 부당한 지배권 행사를 통해 시장에서 ‘갑’의 지위를 구축한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단가후려치기’·기술탈취 등 중소기업에게 온갖 갑질을 행해, 공정이 담보돼야 할 시장 자체를 파괴했다. 또 자회사와 손자회사·증손회사 형태로 사실상 개인회사를 세우고,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재산과 경영권을 자식에게 세습하는 ‘재벌공화국’을 만들었다.

    지난 2012년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자사주 취득이 허용되면서 재벌의 편법이 늘어났고, 이로 인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재벌집단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크게 높임으로써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오너일가로의 부의 집중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5년 5월 삼성물산 합병 사례가 대표적이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우호지분 비중은 높지 않았다. 엘리엇의 반대로 삼성은 1주라도 더 우호지분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사주 5.8%를 모두 KCC에게 매도했다. 백기사인 KCC는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결국 지배주주 의사대로 자사주를 활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가능성도 대두되며 자사주 부활을 노릴 것이란 비판과 함께 다수의 규제법안이 생겨났다.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을 검토했으나 결국 지난 4월 이를 포기하고 자사주 전량 소각도 결정했다. 이달 1일 출범한 SK디스커버리 역시 지주사 전환 과정에 SK케미칼 인적분할을 거쳤으나 기존 자사주는 전량 매각 또는 소각해 논란을 피해갔다.

    문제는 재벌총수일가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 추세가 예전보다 강화됐음을 확인됐는데도 공정위가 마치 ‘무책이 상책’이라는 듯이 재벌들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점이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934394?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