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소비자 피빠는 정유사 담합' 미국서는 안통했나?...SK에너지-GS칼텍스 '독과점' 폐해

  •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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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11-16 06:21:10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주한미군에 납품하는 기름값을 담합해오다가 미국에 거액의 벌금과 배상금을 토해내게 됐다. 미국의 반독점법 위반으로 가장 많은 벌금을 내는 불명예를 안게 됐는데 국내 정유사들의 반응이 너무도 조용해 '또다른 담합'의 의혹이 일고있다.

    1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대기업들이 반독점법(클레이튼법)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게 막대한 벌금과 배상액을 물게 됐다. 미국 법무부 매컨 델러힘 반독점 법무차관은 기자들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의 미군(주한미군)에 대해 10여 년간 유류 공급가격을 고정하거나 입찰을 조작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미 국방부가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 셈"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독과점' 정유사들의 담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담합을 하다가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문 적이 있는데 왜 여러 차례 들키고도 담합을 반복하다가 미국 정부의 처벌까지 받게 됐을까? 게다가 이런 벌금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킬 수밖에 없어 '악행'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한국군에 납품할 때도 기름값을 담합해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입찰 전에 미리 값을 맞춘 것.

    이번 주한 미군용 기름값 담합 사건과 닮은꼴이다. 군 입찰은 담합을 하기가 더 쉽다. 정유 업계가 독과점 체제인데다가 군이라는 특수성까지 겹치면서 일부 대형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합 사실이 드러나자 두 업체는 과징금 1900억 원, 방위사업청에 손해배상금 1355억 원을 내야 했다. 과징금만 6700억 원인 'LPG 담합' 사건도 있다.

    2003년부터 2008년 3월까지 6년 동안 국내 정유사와 가스회사들이 가격을 담합 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담합 처벌을 받았을 때는 정유사들이 매번 소송까지 하면서 당국에 반발했고 수백억원씩 과징금을 덜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 법무부의 조치에는 바로 혐의를 인정했다. 미국의 '징벌적 배상' 제도를 겁낸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미국에 낸 배상금은 결국 우리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우리 정유사들이 지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주한 미군과의 유류 공급 계약 입찰 과정에서 공급 가격을 고정하거나 입찰 조작을 하는 방식으로 담합해왔다고 밝혔다.

    한진은 운송사로서 정유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담합에 동의한 혐의다. 3사에 부과된 벌금과 배상액 규모는 총 2억3,600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2,600억 원이다.

    이 중 반독점 클레이튼법에 근거해 책정된 민사 배상금은 총 1억 5,410만 달러. 관련 법률이 생긴 이후 최대 규모다. 우리 기업들은 모두 유죄를 인정했고, 미국 법무부와 벌금과 배상액 규모에 합의까지 마쳤다.

    3사 모두 재발 방지를 다짐하며, 준법경영 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와 법무부의 이번 조사는 내부 사정을 잘아는 관계자가 포상금을 받기 위해 제보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담합 조사는 추가 공모업체들에 대한 폭넓은 조사의 일부"라고 밝혔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등 나머지 국내정유사들도 조사대상인데 두 회사는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대응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나 산업부 등 우리 정부측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처벌을 강화해 고질적인 담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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