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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흔들' 이재용 잠수?...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급부상'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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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11-16 08:15:1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VS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부모 이건희 회장,홍라희 여사 ©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태로 삼성그룹 경영권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당분간 잠수모드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돌고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의 연관성이 입증이 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구도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미치게 된다.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17.1%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028260]이 15일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날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보다 2.37% 내린 10만3천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9만9천400원(-5.78%)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바꿔 썼다. 반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과정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의 주가가 급등했다.

    호텔신라[008770]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2.96% 오른 8만3천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호텔신라우[008775]는 장중 가격제한폭(29.95%)까지 오르다 전일 대비 27.83% 오른 5만4천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6일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이번 사태의 핵심인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기를 향한 국민들의 의혹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겉으로는 그의 재판이나 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애써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의 대외 공식 입장은 전날 삼성바이오가 낸 ‘입장문’에 잘 드러난다. 삼성바이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며 격앙된 태도를 보였고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권이 바뀐 뒤 급변한 금융당국 태도에 대한 당혹감과 분노가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삼성이 또다시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한 삼성 임원은 “잘잘못이야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또다시 삼성이 범죄집단처럼 비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특검에서 들여다본 사안인 만큼 대법원 심리에서도 다를 바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특히 회계조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결국 또 승계로 이어진다. 예상된 바였다”는 볼멘 반응도 나왔다.

    증선위 발표가 있던 15일 이 부회장은 별다른 대외 일정이 없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회계조작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이 부회장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으로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은 확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금융당국과 참여연대 등의 고발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고, 경우에 따라 검찰 포토라인에 다시 설 가능성도 있다. 최근 들어 국내외와 북한까지 오가며 활발하게 진행한 대외 활동을 접고 당분간 ‘잠수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 직원들의 반응은 팽팽했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삼성그룹 직원들은 회사의 잘못을 성토하기도 했지만 두둔하는 발언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직원은 “(삼성바이오) 상장 때부터 문제라는 건 알려져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쉬쉬하다가 최근 터진 것이다. 정도경영이 중요하다”고 썼다. 다른 직원은 “삼성이 하는 건 뭐든 트집을 잡고 싶은 것 아니냐”, 또 다른 직원은 “박근혜·최순실을 등에 업고 탄생한 정권이라 어거지로 분식회계로 끼워맞춘 거 아니냐”고 적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오는 19일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 31주기 추모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은 2년 만이다.2010년까지 고 이병철 회장의 제사는 생전 고인이 살았던 서울 장충동 집에서 지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이재현 회장이 CJ인재원으로 제사 장소를 옮긴 후 이재용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은 매년 호암의 기일인 11월 19일 용인 선영에서 추모식을 열어왔다. 기일이 주말인 경우에는 하루이틀 앞당겨 추모식을 진행했다. 삼성가(家)는 건강 문제나 해외 체류 등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고는 매년 행사에 참석해 호암의 창업정신을 되새겨왔다. 삼성그룹 사장단도 매년 추모식에 참석한 후 함께 점심식사를 해왔다.

    이 부회장도 매년 추모식을 챙겨왔지만, 지난해 30주기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수감돼 참석하지 못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만 추모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호암의 추모식은 범 삼성가의 공동행사로 20여년간 진행됐지만, 호암의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이재현 CJ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후에는 따로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삼성 측에서 오전에 선영을 찾은 후 오후 CJ, 신세계, 한솔 그룹 등의 오너가 및 임원들이 방문한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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