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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월정교 부실 복원 드러나.. ‘혈세 낭비’ 등 비판 거세


  • 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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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1-18 10:07:16

    ▲부실 복원으로 전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경주시의 월정교. 사진=서성훈 기자

    [베타뉴스=서성훈 기자] 경주시가 국비 등 예산 510억원 들여 복원한 월정교가 정확한 고증 없이 복원됐다는 지적이 나와 국민혈세를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KBS는 지난 16일 “(월정교) 고증 과정에서 몇 안 되는 문헌 기록조차 무시됐다”고 보도했다.

    고려시대 문관 김극기가 월정교를 보고 “무지개 다리가 거꾸로 강물에 비친다”는 시를 남겼다. 이를 감안하면 다리는 아치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경주시는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일직선의 들보교로 복원했다.

    경주시는 “기본적인 자료와 발굴 문화재를 참고해 복원했다”면서 “전문위원의 50여 차례에 걸친 회의도 거쳤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많은 회의를 거쳤다는 것은 근거가 아예 없이 추진한 게 아니라는 뜻인 동시에 논란이 됐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렇다고 문헌의 자료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월정교 관련 신라시대 건축물과 그림이 남아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월정교를 두고 부실 복원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복원된 월정교는 2005년부터 지난해 까지 국비 357억원, 지방비 153억원이 투입됐다. 월정교 복원은 경주시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문화재청에서 관련 부서를 만든 후 시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른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주지역에 삼국시대 고대 목조 건축물이 남아 있는 것이 없다”며 “(이에 따라) 중국, 일본, 우리나라의 교량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극기의 시에서 나온 것처럼 홍예교(아치형)라고 하지만 발굴 조사과정에서 나온 것이 없다”며 “그래서 시 하나를 믿고 상상을 발동해 만들 수 없어 현재 모양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중앙부처 공무원 사이에서도 월정교를 두고 “복원이 아닌 재현이라고 표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기록을 갖고 했기 때문에 복원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하나 하나 따져 보면 재현에 가까울 수 있다”고 인정했다.

    문화재청은 무리한 복원일 뿐만 아니라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에 “옛날부터 그런 말이 있어 왔다”며 “정확한 것이 없기 때문에 보도에 대해 반박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월정교의 부실 복원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경주시가 완벽한 고증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돼 국민혈세 510억원을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수십~수백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고증한 후 복원을 해야 맞는 거 아닌가”라며 “자신 없으면 아예 건드리지를 말고 후대에 맡기던지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문화재 복원을 관광산업과 연계시키는 자본의 논리가 들어 갔기 때문”이라면서 “문화재 복원은 지방자치단체에게 맡기지 말고 100년을 내다보고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할 일”이라고 건의했다.

    이 같이 경주시의 월정교 부실복원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경주시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주시 고위 간부는 “전국적인 망신은 무슨 망신이냐. 보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했다.


    베타뉴스 서성훈 기자 (ab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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