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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 젠트리피케이션 옹호 발언.. ‘물의’


  • 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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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2-18 08:08:40

    [베타뉴스=서성훈 기자] 경주시 부시장이 임대료 인상으로 기존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를 두고 경주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이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사진)은 지난 14일 부시장실에서 임대료 인상으로 기존 상인 등이 쫓겨나는 현상에 대해 “젠트리피케이션이 뭐가 문제냐 쫓겨나는 게 왜 문제냐”며 “자기가 높은 임대료를 못 내서 나가는 건데 자본주의 사회에 충분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이어 “그게(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라고 하면 공산주의”라면서 “황리단길은 팔고 나가니.. 그 사람은 손해 본 게 없다. 그게 뭐 피해자 인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영석 부시장은 상업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 “외부인이 들어와 외부인이 나가는 건데 그건 순환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으로 지목된 곳은 황리단길이 있는 황남동이다.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이 임대료(월세) 인상은 별다른 문제가 없고 외지인이 순환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땅값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상가 임대료, 주택가 월세도 오르게 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황리단길 모 상가(면적 377㎡)의 3.3㎡당 표준 공시가격은 561만원으로 2년전(279만5,100원) 대비 약 2배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실제 매물가격은 표준 공시지가의 4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황남동 A공인중개사는 “(수년전 대비) 도로변 상가의 가격은 기존에 3.3㎡당 200만원 했는데 2,000만원으로 10배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황남동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황리단길 상가 임대료는 약 5~10배, 인근 주택의 월세는 약 2~3배 각각 상승했다.
      
    특히 황리단길 일부 상가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400만원 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상가는 장사를 포기하고 나가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오래 장사하던 모 식육점도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못 이기고 나갔다.
      
    황남동 공인중개사들은 “황리단길의 임대료가 오르며 기존 임차인의 약 80%가 감당하지 못해 나갔다”고 전했다. 쫓겨난 임차인은 외지인이 아닌 경주에서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살던 경주시민도 많았다.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황남동에는 일용직 등을 다니는 저소득층이 많이 살았지만 월세가 오르며 50% 정도가 떠났다.  
      
    황남동 B공인중개사는 “옛날에 여기에서 일거리가 없어 놀던 사람들이나 저소득층이 많이 살았는데 그런 사람들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다 나갔다”고 전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피해 지표는 인구감소로 나타난다. 올해 1월 말 황남동의 인구(5,449명)는 2년 전(6,248명) 대비 799명이나 감소했다. 이 같은 인구 감소는 18개 읍면동 가운데 4위로 상위권(경주시 23개 읍면동 가운데 18곳 인구감소)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주위 환경이 좋아지고 원주민이 쫓겨나는 등의 피해가 없다면 해당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야 하지만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주부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 옹호 발언을 전해들은 C씨(경주시 거주)는 “경주시의 골목상권에 대한 인식은 참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D씨는 “현실과 실존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부시장의 논리대로라면 경주시에 사는 영세 상인은 높은 임대료와 감당하지 못하고 다 길거리로 내몰려야 하느냐”며 “실수가 아닌 신념이라면 그 신념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20만명이 넘는 행정리더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자가 18일 젠트리피케이션 옹호 발언을 한 배경이 무엇인지 해명 등을 듣기 위해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베타뉴스 서성훈 기자 (ab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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