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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지자체 금고 쟁탈전'...지방은행 “시중은행, 지자체 출연금 횡포”

  •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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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3-21 05:00:05

    행안부, 금리경쟁·지역 금융인프라 구축 유인 등 기준 조정
    서울시 4천억…지자체금고 선정때 협력사업비 경쟁 제한


    지자체 금고는 그동안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과 NH농협은행이 사이좋게 나눠 차지해왔다. 하지만 포화상태에 이른 수도권 영업시장의 탈출구를 모색하던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등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금융당국과 정부의 우려를 사고있다.

    일부에선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농협은행은 30년 넘게 맡아온 광주 광산구 금고를 KB국민은행에 넘겨야 했다. 국민은행이 농협은행보다 더 많은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의 출연금 공세를 지켜보다 참지 못한 전국 6개 지방은행들은 지난 11일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개선 때 지방은행 입장을 배려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 지방은행 노사는 이날 '행정안전부 지자체 금고지정기준 개선에 대한 호소문'을 냈다.

    호소문에는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노사 대표가 함께 서명했다.

    이들은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출연금을 무기로 지방 기초자치단체 금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출연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다시피 하는 현 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중은행들이 출연금을 무기로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공략한다면 지방은행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시중은행이 지방자치단체 금고로 선정되면 공공자금이 역외로 유출돼 지방에는 자금 혈맥이 막히고 지역 경제는 더욱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다 출연금 공세 등 은행의 경쟁이 지나치게 뜨거워지자 정부가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협력사업비 배점을 줄이고 금리나 지역 금융 인프라 등 다른 부분 배점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협력사업비는 금고를 맡는 은행이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 나오는 투자수익의 일부를 출연하는 돈이다.

    100점 만점 평가 기준에서 협력사업비의 배점은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줄어든다.

    아울러 협력사업비가 은행의 '순이자마진'을 초과하거나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나는 경우 지자체는 이를 행안부에 보고해야 한다.

    협력사업비 경쟁이 심해지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지자체 자금 운용 수익의 일부인 이 돈을 평가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안전장치를 둔 것이다.

    대신 금리 배점이 15점에서 18점으로 오른다. 행안부는 출연금이 아닌 이자 경쟁으로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관내 지점·무인점포·ATM기 숫자는 5점에서 7점으로 늘려 지역 금융 인프라 구축도 세세히 따진다.

    국외평가기관의 신용도 평가는 6점에서 4점으로 낮춘다. 경영 건전성은 양호한데 자산규모가 작아 국외 평가에서 불리했던 지방은행을 고려한 것이다.

    투명성은 강화한다. 그간 최종 선정 금융기관만 공개했는데 앞으로는 전체 순위와 점수를 모두 공개한다.

    금고 선정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는 중장기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개선안은 이달 말까지 지자체와 금융기관 등의 의견 조회를 거쳐 내달 초 각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 예규에 반영될 예정이다.

    지자체 금고지정 제도는 지자체 자금 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계약 형태로 금융기관을 지정하는 것이다.

    지자체 일반회계 금고 기준 NH농협이 67.9%를 점유했고 시중은행 17.7%, 지방은행 14.4% 등이다.

    올해 금고지정이 예정된 지자체는 대구, 울산, 충남, 경북, 경남 등 5개 광역단체와 44개 기초단체가 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시금고 업무 계약을 맺으면서 '협력사업비' 4천100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는 이전 계약으로 받은 1천4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고객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에서 협력사업비를 미끼로 한 과당경쟁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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