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03 03:13:28
카카오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본 기업 불매운동 리스트가 올라왔다. 유니클로를 비롯해 데상트·소니·토요타·혼다 등의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국내에서는 반일감정이 커지면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불매 운동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국적보다는 '가성비'나 '품질' 등을 더 우선시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에서 잘 팔리는 일본 제품은 전세계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도 한일 관계가 나빠졌을 때 불매운동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한 일본 기업 관계자는 "아직 불매운동에 대해 체감되진 않는다"며 "딱히 확인해 주거나, 알려드릴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불매운동과는 다소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됐지만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한 만큼 경제적 수단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특히 전범기업으로 낙인찍히면 한국 내 이미지 악화는 불가피하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국산화 바람이 불면서 이른바 '탈일본'하게 되는 것도 일본 기업들이 우려하는 항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있었던 불매운동과 분위기가 다르다"며 "일본에서 경제보복을 먼저 했고, 쌓인 감정이 폭발하면서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일본의 세계적인 의류기업 유니클로가 석연찮은 이유로 하청을 맡은 한국 업체와의 계약을 끊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매운동 주장이 제기됐다. 유니클로의 계약 중단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지만 일본 정부의 한국 반도체 수출 중단 등 경제보복과 맞물려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2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섬유업계에선 유니클로에 2010년부터 원단과 완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S사가 최근 유니클로 실무자로부터 “더는 제품을 공급받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설이 퍼졌다. S사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지난해 12월 생산된 원단에서 물 빠짐 현상이 발생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원단 물 빠짐 현상은 섬유업체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어서 교환이나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거래는 유지하는 게 업계의 관행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유티클로의 공급 중단 통보가 사실이라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S사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물 빠짐으로 인한 클레임은 있었지만 공급 중단 통보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지금도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급계약 중단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급속하게 번졌다는 점이다. 관련 주장을 담은 글에는 “오늘 부로 유니클로 손절”(G***), “유니클로 옷 줘도 안 입는다”(광***), “질 떨어지는 원단, 그에 비해 높은 가격대, 유니클로에서 옷 살 이유가 없다”(뽀***)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에서 돈 벌어서 일본으로 송금하는 일본 회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10여개의 업체 명단을 올렸다. 여기에는 일본 자동차, 유통, 식품, 화장품 업체 등이 망라됐다. 누리꾼들은 “나 홀로 불매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나부터라는 생각으로, 오늘부터 불매 1일”(이***), “일본이 우리나라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 우리 국민도 단결을 해야 한다”(식***), “아베(총리)의 유치한 보복, 일본 여행가서 왜 돈을 퍼 주나요”(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1일 게시된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 제목의 글이 대표적이다. 청원인은 “우선 우리 국민들 먼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및 일본 관광 불매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도 금번 경제제재와 관련해 보복관세 또는 관광금지, 수출규제 등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본인들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며 매년 망언과 오만한 행동을 일삼는 일본에게 대한민국의 힘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차를 불매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상황을 주시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졌다.
2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등 일본차 동호회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보복조치를 발표하자 국내 소비자들도 '발끈'한 것이다.
A씨는 한 자동차 동호회에 올린 글에서 "속 좁은 짓을 하는 일본이 작게 느껴진다"며 "차 구매가 급한 게 아니기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구매를) 보류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일본차를 인수했다는 B씨는 "가족이 혹시 일본차 탄다고 보복당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한다"고 했다. 2005년 일본 교과서 검정 문제로 감정이 격앙될 때 한 차례 벌어진 일본차 방화와 같은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일본차를) 계약한지 얼마 안 됐는데 취소해야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일본제품 불매' 내용이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면서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 및 정부 조치를 주문했다. 청원 하루 만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일본차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는 시민의 움직임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공개적인 주장도 나왔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에 대한 대응을 한국 정부가 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그 보다는 일본차 불매운동 같은 걸 시민단체가 하면 일본 정부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자동차 산업에 시민단체가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수입차 업체도 점차 커지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한 일본차 수입업체 관계자는 "개인으로는 하나의 의견이겠지만 동호회에서 모인 목소리는 영향력이 커질수 있어 주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차의 성능을 언급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소비자 C씨는 "일본산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했는데,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전시장과 같은 판매 일선에서 악영향이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 토요타 판매점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구매 취소를 한 고객은 없다"며 "구매 의사가 있는 분들은 현 상황과 관계없이 연락한다"고 말했다.
렉서스 전시장 관계자도 "차량 구매자들의 만족도는 여전히 높다"며 "구매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그대로 이어져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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