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04 20:09:51
文대통령 "젊은 창업가에 투자해달라"... 손정의 "그렇게 하겠다"
손, 日 수출 규제엔 "정치에 대해선 모른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이 4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글로벌 IT업계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방한한 손 회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오후 7시께 성북구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재계 총수들을 만났다.
만찬 간담회에는 삼성전자[005930]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함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손 회장의 승용차에 함께 탄 채 만찬장에 도착해 두 사람이 사업 현안에 대해 어떤 대화를 했을지 관심이 쏠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시내 모처에서 만나 승용차에 같이 타고 이동한 것으로 안다"면서 "퇴근시간대여서 최소 30~40분간 승용차 내에서 '단독 회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공개적으로 만난 셈이나 평소에도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일본어가 능통하다.
또 이 부회장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3차례 일본 출장길에 오른 적이 있어 현지에서 손 회장을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날 만찬 간담회에서 손 회장과 한국 주요 기업 대표들은 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IT 업계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으면서 사업 협력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이날부터 한국에 대한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터여서 '한일 기업인 간담회'는 더욱 주목받았다.
그러나 손 회장은 이날 만찬장에 입장하면서 '한일 관계가 곧 회복될 것으로 보느냐'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소프트뱅크나 삼성전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등의 기자 질문에 "정치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변을 피했다.
또 이 부회장을 비롯한 한국 기업측 참석자들도 이와 관련한 질문에 한결같이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앞서 손 회장은 문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접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한국을 찾은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접견, 한국 창업가들에 대한 투자와 글로벌 진출 지원을 당부했다.
이날 접견은 애초 예정된 시간을 50분가량 넘겨 90여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우선 "제가 2012년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대담을 나눈 일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면서 손 회장과의 7년 전 만남을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만남에서 손 회장의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상'(아시아 각국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다면서 반가움을 나타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손 회장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동북아 슈퍼그리드 비전'(한국의 전력망을 중국, 러시아, 일본과 연결하는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동북아 철도 공동체가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로, 그리고 동북아 경제 공동체로, 다자 안보 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손 회장에게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 벤처 붐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과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온라인게임 산업육성을 조언했다"며 "그것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에 손 회장은 자신이 과거 김 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을 소개하며 "한국이 모바일 인터넷 세계 1위 국가로 성장하고 수많은 IT 우수기업을 배출해 기쁘다.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투자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그러면서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회장은 특히 "AI(인공지능)는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된 기업은 매출이 늘고, 이는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손 회장을 향해 세 가지 당부를 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 창업가들은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세 번째로 문 대통령이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도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자, 손 회장은 흔쾌히 "I Will(그렇게 하겠다)"이라고 대답했다.
손 회장은 "한국이 인공지능 후발국이지만,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세계가 한국의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돕겠다. 한국도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한국이 인공지능 1등 국가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애초 이날 접견에서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언급했나'라는 물음에 "언급이 없었다"고 했고, '손 회장 측에서도 언급이 없었나'라는 질문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날 접견에는 소프트뱅크 측에서는 손 회장 외에도 카츠노리 사고 부사장, 문규학 고문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고민정 대변인,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손 회장은 특히 접견실 내에 설치된 모니터와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해 AI 산업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설명을 했으며, 좌석마다 동시통역기도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손 회장은 김현종 안보실 2차장과 7분가량 대화를 나눴고, 김 차장이 만년필을 손 회장에게 건네자 손 회장이 뭔가를 적어서 돌려주는 모습도 연출됐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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