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09 04:58:43
해당 일본기업 "외교적 해결이 최선" 환영 목소리도
日 정부는 부정적 반응…"피해 안 가게 할 대상은 일본기업"
성사되면 사태후 양국 정부간 첫 실무 협의…대화 물꼬 틀지 주목
[베타뉴스 조창용 기자] 일본 언론은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실제로 피해를 볼 경우 한국정부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 발언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대통령이 규제 철회 요구, 실제 피해 나오면 필요한 대응…일본에 협의 요구도'란 제하의 서울발 기사로 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다뤘다.
교도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반도체 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본 측의 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교도는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국가 정상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는 이례적 국면이 전개됐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그러나 한일 정상이 오랫동안 회담을 열지 않은 상황이어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계기로 수습 국면으로 갈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교도는 또 문 대통령이 한국 기업에 실제 손해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을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민간기업 간의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일본 정부 움직임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일본 정부가 그간 주창해 온 자유무역 원칙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견해를 함께 피력했다고 전했다.
교도는 문 대통령이 '대응과 대항의 악순환'이 양국 모두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면서 양국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일본 기업 사이에서도 높다고 썼다.
한국에 반도체 소재를 수출하는 화학업체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외교적 해결이 최선"이라며 "규제로 수출하는 쪽이나 수입하는 쪽이나 모두 부담되는 지금의 한일관계는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니다. 빨리 정상상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영 NHK 방송도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자세히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오는 10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마이니치, 아사히 등 신문 매체들도 인터넷판에서 한국 기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한국정부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춰 문 대통령 발언을 서울발 기사로 비중 있게 처리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수출 규제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교도는 "참의원 선거 후에도 아베 신조 총리가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외교소식통 말을 근거로 일본 정부는 규제대상 품목의 확대를 검토하는 등 한국정부가 조속히 징용공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도록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로 지난 1월부터 양국 간 협의와 중재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 간부는 "한국 측은 성의를 갖고 대화에 나설 자세가 아니기 때문에 규제강화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성의 있는 협의'를 요구한 문 대통령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교도는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또 문 대통령의 '필요한 대응' 발언에 대해 "징용공 문제에서 피고인 일본기업에 실질적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대응이야말로 (한국정부가) 해야 한다"고 반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는 일본 여당 소식통 말을 빌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국내용으로 체면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규제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양자 협의 요청에 대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원칙적으로 만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8일 "지난주 일본 측이 우리의 양자 협의 요청에 대해 당장 응하긴 어렵지만 만날 의사는 표명해왔다"며 "양국간 만남의 시기와 참석자, 의제 등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출제한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산업부의 카운터파트지만 조치와 관련해 전혀 사전통보를 하지 않았고 그동안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만남이 성사될 경우 양국 정부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의 양자 협의와 관련, "여러 가지 논의 중에 있다. 정부는 여러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 본부장은 지난 4일 일본 수출제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일본이 책임 있는 전략물자 국제수출통제의 당사국이라면, 한국이 이미 제안한 양자 협의에 조속히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자협의는 반도체 핵심소재 등 수출통제 체제와 관련된 산업부 무역안보과의 협의 요청을 말한다.
일본 측은 이번 수출규제 조치 이후 그 배경의 하나로 '부적절한 사안'을 언급하며 지난 1, 2년간 전략물자 통제에 대한 양국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전략물자 통제와 관련한 한일 무역안보 분야의 국·과장급 협의는 2008년부터 부정기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담당국장 공석, 국회 일정 등 실무적 이유로 양국간 일정이 서로 맞지 않아 양자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정부가 주최하는 세미나와 콘퍼런스에서 양국 공무원들이 만나 정보교류와 협의 등은 계속 해왔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과 양자협의가 이뤄지면 그동안 불화수소 북한 전용 의혹 등 터무니없는 얘기가 나온 부분에 대해 분명히 문제제기를 하고 해명을 들을 것"이라며 "하지만 양자협의는 실무선의 대화로 한계가 있는 만큼 보다 윗선에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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