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11 03:53:57
[베타뉴스 조창용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김현미 국토부장관에게 분양가상한제를 놓고 "시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분양가상한제가 답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무능이 아니라 무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김 장관은 "의원님의 독설이 맞지 않기를 바란다"고 싸늘하게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책임자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자유한국당의 대표적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이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날카롭게 충돌했다. 양측은 분양가상한제와 3기 신도시 등 주택시장의 주요 현안마다 독설과 냉소를 주고받으며 분위기 살벌한 설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며 "아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경제정책으로서의 부동산은 없고 편향된 이념으로서 부동산 정치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설상가상으로 비전문가 정치인 장관의 아마추어리즘이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자살골이 됐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지만 부동산 정책과는 거리가 먼 이력 탓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김 장관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었다.
이에 김 장관은 "이미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 위례, 세종 등에서 공급되는 아파트가 대부분 이에 해당하는데 고품질의 아파트가 공급됐다"며 "새로운 기술 등 아파트값이 비싸질 요인이 들어갈 때는 가산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저품질의 아파트가 만들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시 지난 2007년과 같은 공급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2007년은 기본적으로 밀어내기 분양이 있고 난 후에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공급이 축소된 것"이라며 "2010년 이후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됐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가 공급 부족을 가져온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에 김 의원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 분양가는 낮아질 수 있겠지만 청약에 당첨된 사람만 로또 당첨자가 되고 주택의 품질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이 "김 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엑스맨'이라고 세간에서 이야기하는데 무슨 뜻인지 오늘 돌아가서 부하 직원들에게 물어보시라"고 하자 김 장관이 "좋은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냉소하는 등 칼날 위를 걷는 듯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3기 신도시 개발과 일산 지역구를 놓고도 날카롭게 대립했다. 3기 신도시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일산은 김 장관의 지역구다. 이에 야권에서는 김 의원을 김 장관에 대항할 저격수로 일산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일산 집값이 예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하고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는데도 주택가격 차이가 2배 이상이다"라며 미흡한 교통대책을 지적한 뒤 "노력만 하지 말고 뭘 좀 완성해 내라"고 나무랐다.
그러자 김 장관은 "그런 말씀하실 줄 알았다. 그래서 제가 국회의원을 8년 하는 동안 일산에 GTX-A를 포함해 2개의 지하철을 착공시켰고 1개의 노선을 연장하는 철도 계획망을 반영했고 2개의 철도 노선도 확정했다. 8년 임기 동안 이만큼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의 성과를 열거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김 의원이 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을 물으며 절정에 달했다.
김 장관의 지역구인 고양정 경쟁자로 변신해 기 싸움을 펼쳤는데, 지켜보던 동료 의원들도 박장대소했다. 다음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전문이다.
[김현아 / 자유한국당 의원 : 그래서 장관님, 내년 총선에 나가십니까?]
[김현미 / 국토부 장관 : 나갈 계획입니다.]
[김현아 / 자유한국당 의원 : 현재 그 지역구 그대로 나가십니까?]
[김현미 / 국토부 장관 : 네, 김현아 의원님도 자주 다니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김현아 / 자유한국당 의원 : 제가 가지 않고요. 저희 의원실에 연락이 굉장히 많이 옵니다. 찾아오시고.]
[김현미 / 국토부 장관 : 오신 것도 압니다.]
[김현아 / 자유한국당 의원 : 제발 지역 주민들 만나서 얘기 좀 들어주세요.]
[김현미 / 국토부 장관 : 설마하니 안 만나겠습니까?]
[김현아 / 자유한국당 의원 : 안 만나 준대요.]
[김현미 / 국토부 장관 : 안 만나는 분도 있고, 만나는 분도 있고 그렇죠.]
[김현아 / 자유한국당 의원 : 왜 골라서 만나십니까? 좀 다 만나주세요.]
[김현미 / 국토부 장관 : 우리 지역구민이 30만 명입니다.]
[김현아 / 자유한국당 의원 : 장관님, 지역 주민들 정말 사랑하고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김현미 / 국토부 장관 : 충고 감사합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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