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18 23:21:33
[베타뉴스 조창용 기자] 앞으로 입찰 담합 행위에 따른 벌점이 5점을 초과한 건설사를 비롯한 사업체들은 공공기관 발주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마침 한진·CJ대한통운 등 '물류입찰 짬짜미'가 적발되기도 해 공공입찰 금지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입찰 담합 사업자에 대한 공공사업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찰에 있어서의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현재 심사지침은 과거 5년간 입찰 담합으로 부과받은 누계 벌점이 5점을 초과한 사업자가 다시 입찰 담합을 한 경우 공정위가 조달청 등 발주기관에 공공사업 입찰 참가를 제한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을 개정해 과거 5년간 입찰 담합으로 부과받은 누계 벌점이 5점을 초과한 사업자에 대해 즉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심각한 재정 낭비를 초래하고 공정한 경쟁기반을 훼손하는 입찰 담합이 시장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음에 따라 공공사업 입찰 제한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또 과거 5년을 역산할 때 기산일을 해당 입찰 담합에 대한 공정위 시정조치일로 규정함으로써 마지막 입찰 담합에 대한 부과 벌점도 누계벌점에 포함되도록 했다. 벌점은 공정위 조치의 수위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경고는 0.5점, 시정권고는 1.0점, 시정명령은 2.0점, 과징금은 2.5점, 고발은 3점이 부과된다. 개정된 심사지침 규정은 시행일 이후에 새로 벌점을 부과받고 과거 5년간 누계벌점이 5점을 초과한 사업자부터 적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각한 재정 낭비를 초래하고 공정한 경쟁기반을 훼손하는 입찰 담합이 시장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입찰 시장에서 사업자의 인식과 행태 변화를 유도해 고질적인 입찰 담합이 억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 CJ대한통운 등 주요 물류 기업의 공공입찰 담합을 적발했다.
이들 기업은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자회사 등의 운송·수송·하역 용역 입찰에서 담합,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 외 추가로 물류 기업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어 적발 사례는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다수의 물류 입찰에서 한진·CJ대한통운 등 6개 이상 기업이 담합한 혐의를 적발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주 심의를 열어 해당 기업에 대한 위법 여부,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최종 판단되면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까지 이뤄질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다수의 물류 관련 입찰에서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담합 혐의를 포착한 주요 입찰은 △남동발전·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발전소용 건설기자재 국내 하역·운송 용역 △한전이 발주한 부산~제주 간 물자 수송 용역 △중부발전이 발주한 보령화력 탈황용 석회석 해상운송 용역 △중부발전이 발주한 신보령화력 연료하역부두 유연탄 하역 용역 등이다.
해당 사업은 전문 장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아 소수 기업만 수행할 수 있다. 한진·CJ대한통운 등은 이 점을 이용해 담합,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사업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공공입찰 담합이라는 점에서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공공조달 시장은 연간 123조4000억원,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공공 시장에서 담합이 이뤄지면 사업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국가 재정 손실, 국민 세금 낭비도 초래한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 외 추가로 물류 기업의 공공입찰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달아 제재가 이뤄지면 그동안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은 운송·수송·하역 부문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진과 CJ대한통운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심의를 앞둔 만큼 입장을 내기 곤란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서는 말해 줄 수 없다”며 말을 끊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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