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22 06:59:07
[베타뉴스 조창용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 택지를 일반인에게 공급하면서 계약 내용을 제때 이행하지 않고 지연 피해를 보상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질'로 보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LH는 신도시 택지를 공급할 때 흔히 발생하는 민원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에 들어가자 법무법인을 섭외하고 대응에 들어갔다.
2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LH가 김포 한강신도시 택지 공급 과정에서 토지사용 허가와 그에 맞는 제반 작업을 제때 해주지 않아 수분양자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판단하고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LH가 토지를 공급하면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토지 구획 정리를 하고 나서 수분양자에게 토지사용 허가를 내주게 된다.
심사보고서 상정은 검찰이 기소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공정위는 LH의 의견 회신을 받은 이후 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진행하게 된다.
2008년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이주자 택지를 분양받은 민원인이 토지사용 가능 시기로 지정된 2012년 12월 기반시설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잔금 납부를 미루며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고 공정위도 작년 조사를 벌여 무혐의 종결했으나 공정위가 올해 5월 다시 조사에 들어가 LH가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토지사용 가능 시기는 원칙적으로 토지 면적 정산일인데 LH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민원인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봤다. LH는 이에 맞춰 토지 분양자에게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토지사용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사업이 불가피하게 연기될 때에는 토지사용 가능 시기에 대해 재검토를 벌이고 잔금일을 사용 가능 시기 이후로 조정하는 등 대책을 제시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에 해당한다고 봤다.
LH는 토지사용 가능 시기에 대해서는 해석상 견해차가 있으며, 우월적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감사원 조사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공정위도 이전 조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했는데 갑자기 다시 조사에 들어가서 심사보고서를 상정해 당혹스럽다"며 "법무법인을 정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지개발 시 토지 사용 허가와 관련한 분쟁은 매우 흔한 민원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LH의 택지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공정위는 작년 신고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으나 올해 5월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신고 건에 국한하지 않고 LH의 한강신도시 택지 전반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정부는 이달 초 공정경제 성과보고회의를 통해 공공기관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고쳐나가기로 한 바 있다.
공공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에 대한 불공정거래 관행 타파가 그 핵심 내용 중 하나이다.
성과보고회의에서 LH는 자사의 귀책 사유로 입주 예정일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입주자의 계약 해지가 가능한 입주 지연 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의 소비자 거래 관행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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