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06 01:04:40
공정경제 기조 흔들 '우려'
[베타뉴스 조창용 기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 조치로 인한 경제 타격이 현실화되자 정부가 안정적인 소재·부품·장비 공급을 위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계가 그간 요구해온 규제완화를 수용한 것이다.
5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는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대폭 허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원활한 생산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2월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기업에 거래총액이 200억원이 넘고, 거래상대방 매출액의 12%를 넘는 규모의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열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면서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거래를 통해 효율성이 높아지거나 보안성·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허용해왔으나 규정이 만들어진 이래 공정위가 이 같은 조건을 인정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예외조건 중 하나인 ‘긴급성’에 해당되므로, 소재·부품·장비에 대해서는 내부거래를 허용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일감 몰아주기 심사 기준을 예규로 격상하면서 이 같은 예외조건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한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내부거래 허용은 재계의 요구가 수용된 결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지나치게 엄격히 법을 적용해 예외조건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비판해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당초 목표해온 ‘공정경제’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합법적인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총수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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