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21 00:33:00
현대엔지니어링(대표 김창학) 사측이 노조에게 ‘대리’ 직급까지만 노조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노조 측에 제안했다. 이에대해 노조는 사실상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강대진 지부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장되면 탈퇴할 노조를 누가 가입하겠냐”며 “현대차는 과장급 이상이 생산직에 들어가지 않으니 우리랑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강 지부장은 법에 따르면 노사협의회 위원은 비상임 무보수인데 이곳엔 사무실과 전임을 제공하면서 노조는 전임자도 사무실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가 홍보메일을 보내면 회사가 이를 일부 삭제하는 등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3월에 온 대표이사가 노사교섭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아직 단협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지난달 말 회사가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한 채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기본급만으로 계산해왔다며 노동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모든 수당을 포함해 계산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사내 계약직이 같은 업무를 수행함에도 임금이 정규직의 70~80% 수준이라 기간제법 위반을 주장하며 역시 소송을 제기했다. 그밖에도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과정 정보를 사측이 독점했고, 취업규칙을 노조 동의없이 불리하게 변경했다며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노사협의회는 과거부터 있던 곳이라 (사무실 등을) 제공했다”며 “노조가 보낸 메일을 차단한 적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가입 독려 등의 내용은 괜찮지만 직원의 절대 다수가 조합원이 아닌데 회사 비방이 도를 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입장 차가 있을 뿐 성실히 교섭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제기된) 사안마다 단체협상에서 합의를 봐야 하는 문제인데 아직 합의를 못 본 것일 뿐”이라며 “협상하는 분들 입장에서 보면 내부에서 해결할 문제를 외부에 얘기하다보니 어려워진 면이 있다”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74년 현대종합기술개발로 창립해 2001년 현대건설에서 분사해 현재 현대차그룹에 속한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12월 민주노총 건설기업노조 산하에 현대엔지니어링지부(지부장 강대진)가 생겼다. 노사는 노조 설립 1년 반이 지나도록 아직 첫 단체협상도 못 맺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 상황과 과장급 이상의 업무 특성 때문에 노조 가입범위를 사원과 대리로 제한해야 한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대차)그룹 전체적인 부분이랑 동떨어진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사용자 입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기에 노조 가입범위에 대해 노조와 입장 차가 있다”고 말했다.
사측 주장은 법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2조를 4항을 보면 노조에 ‘사용자 또는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를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장소장도 과장급”이라며 “이런 분까지 노조에 가입하면 현장이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칙상 노조의 가입범위는 노조가 정한다. 노동조합법 5조·11조를 보면 노동자는 자유로이 노조를 조직·가입할 수 있다. 김민아 노무사(법무법인 도담)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조 가입범위는 노조가 결정하는 게 원칙”이라며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이지 법적 다툼이 있지만 과장 이상이라고 전부 사용자라고 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업무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상급단체인 건설기업노조가 고용노동부에 관련 내용 행정해석을 요청했다. 지난해 7월 노동부 답변을 보면 ‘노조가 가입범위를 정한다’는 노동조합법 5·11조를 언급하며 “구체적 조합원 자격·범위는 사용자 또는 그 이익대표자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당 노조 규약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가입범위를 정하는 주체를 ‘노조’로 본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대표이사 명의로 지난 19일 건설기업노조에 “대법원 판례와 이를 반영한 노동부 행정해석을 알고 있으며 조합원 가입범위 규정 필요성에 대해 작년부터 지부와 논의해왔다”며 “대다수 타사 단협에 존재하는 해당 조항에 대해 노동부와 정치권, 언론을 언급하며 당사를 부당하다고 압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번 교섭에서 충분히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
- 목록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