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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딸 '고혈' 짤 국민연금, '개혁 도돌이표'...2057년 '고갈' 예고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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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8-30 22: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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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긴 한 것이냐’는 불신이 팽배하다. 연금 전문가들 조차 국민연금은 지금 제도로는 2057년에 연금 기금이 바닥난다고 평가한다.

    최근 정부는 재정 안정화를 위한 보험료 인상 등 개혁은 외면한 채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 인상에 방점을 둔 비현실적인 방안에만 매달렸고 결국 2년 가까운 시간만 허비한 채 이날의 결과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개혁은 물건너간 셈.

    30일 조선비즈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12월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개혁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보건복지부는 네 가지 개혁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 기구인 경사노위에 공을 넘겼지만 21개월간 허송세월만 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개혁 추진에 이상 징후가 본격적으로 감지된 건 지난해 하반기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1~12%로 즉시 올리는 안이 포함된 제도 개편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약 1년간 논의해 도출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한 안이었다. 이때만 해도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 있었다. 복지부 안에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내용도 같이 들어 있었지만 보험료를 시급히 올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퇴짜를 놨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보험료 인상 부분이 국민의 눈높이에 가장 맞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준비한 개편안 내용이 미리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반대 여론이 커지자 ‘국민 부담을 안 늘리겠다’며 바로 물러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부터가 ‘보험료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 40%→50%(2028년 기준)’이기도 했다. 국민이 좋아할 만한 연금 인상만 약속한 셈이다.

    청와대 질책에 복지부의 개혁 의지는 크게 꺾였다. 작년 12월 내놓은 복지부의 제도 개편안은 ‘현행 유지안’을 포함한 사지선다였다. 정부안은 보통 단일안 아니면 2개 복수안인데 4개나 제시한 것을 두고 “아무런 결정을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4개 안 중에는 소득대체율을 45~50%로 높이면서 보험료를 12~13%로 올리는 방안도 있었지만, 보험료 인상 시점은 대체로 다음 정부였다. 현 정부 안에선 2021년에야 1%포인트 인상하는 게 다였다.

    국민연금 개혁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정부가 시간을 질질 끈 것이 실패의 한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저항이 덜할 수 있는데 지금은 경기 침체기여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보험료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금은 기업 경영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60%에서 50%로 내리는 개혁안을 추진했다. 보험료율 인상은 무산됐지만 소득대체율은 40%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13년 늦춰졌다. 본받아야할 점도 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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