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9-18 05:54:05
정연주 전 KBS사장이 요즘 '조국 사태'를 바라보면서 검찰이 흘리는 '피의 사실'을 여과없이 받아쓰는 언론세태를 비판했다. 정 전 사장은 모 언론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한국언론 묵시록' 이란 제목을 달 만큼 섬뜩한 언론위기를 설파했다.
“현재 우리 언론 상황을 생각하면 ‘종말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왜곡·과장·선정 보도에 요즘은 가짜뉴스까지 더해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지만 망하는 언론사는 없다.”
정 전 사장이 진단한 한국 언론 위기 상황이 잘 표현된 듯하다. 그는 '조국 사태'에 있어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흘리는 '피의사실 공표'를 검증없이 법원 확정 판결인양 보도하는 언론의 무지를 위험하다고 봤다.
“논쟁적 사안은 반대 입장을 담아야 공정하나 검찰 쪽 일방적 기사를 결정적 사실로 몰아간다. 대대적 보도로 인격은 살해되고 당한 사람은 만신창이가 되지만 나중에 무죄가 나와도 그땐 기사 처리도 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피해 당사자다. 이명박 정부가 검찰·감사원·방송통신위원회·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동원해 그를 한국방송 사장에서 끌어내린 사례가 그랬다. 그는 해임 무효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정작 많은 언론은 이 사실을 작게 다루거나 외면했다.
이런 견지에서 최근 '조국 사태'에 대한 언론의 정확한 분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사태의 본질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 정치적인 아노미 현상을 막고 결론을 명확히 예견해 사회 정의를 바로세워야할 책무가 언론에게 있기 때문이다.
일전 어떤 분이 기자에게 조국 법무부장관과 그를 수사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중 누가 승리할까? 라고 물었다.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하지만 정치 역학관계를 조금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이 질문은 정답이 없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이 사태의 결론만은 미리 예견해 볼 순 있을 것이다.
조 장관과 윤 총장은 둘 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론을 차치하고 직접 임명을 강행한 케이스다. 둘 다 여당과 청와대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을 만큼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가는 인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결심을 이끌어내는데는 당장 내년 4월 총선이 급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여권으로서는 인사에서 밀리면 곧바로 레임덕으로 향하고 내년 선거는 암울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반대로 임명해도 야권의 공세는 치열할게 뻔하다. 어차피 정쟁이 그치지 않는다면 문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자기들의 정치 시간표대로 밀고나가는 걸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조 장관은 그렇다치고 윤 총장은 정권과 여당에 위해를 가할 수 도 있을 조국 가족 수사에 검찰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는데 어찌 여권 인사라 볼 수 있을까? 여기서 의문점이 발생한다.
하지만 조 장관과 윤 총장을 문대통령이 임명한 동기 중 가장 중요한 미션이 검찰 내부 개혁이다. 윤 총장도 사전에 각론에선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총론에선 합의한 사항이다. 물론 검찰총장이 된 뒤에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스템 상 법무장관과 합의한 검찰개혁을 뒤집을 순 없다.
더욱이 야당에 유리한 수사는 불가능하다. 정치검사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의 역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몸인데 두 역할을 한다는 얘기.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윤 총장이 조국 장관을 중도 낙마 시킬 수도 있는 가족수사에 명운을 걸고 이를 언론에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한몸이라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여기에서 두 사람 중 누가 승리할까? 란 질문이 탄생했다고 보여진다. 즉 대결구도로 본 셈이다. 이것의 정답은 없다. 누가 승리할지 애초부터 예견됐던 구도가 아니기 때문.
반대로 대결구도가 아닌 한몸 속 두 역할 구도로 보면 사태의 결론이 보인다. 두 역할 즉 검찰개혁이란 한 몸을 이루기 위한 각자의 역할이다. 조 장관은 법무부를 통해 검찰의 감찰 등 견제기구의 상설화 등 합법적인 권력감시와 인권신장을 이룩하는 역할이고, 윤 총장은 검찰 내부 반발을 최소화 하기위해 수사의 자율성 ,즉 문대통령이 언급한 "살아있는 권력도 비리가 있으면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것을 조국 수사를 통해 실천해 검찰의 사기진작과 개혁시 내부반발을 최소화하므로써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윤 총장이 조국 장관 가족 수사에 있어 특수부의 수사기법 상 증거인멸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압수수색이라던지 언론에 피의사실 공표라던지 여권의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정도 기소가 끝난 다음 법원 판결에서 조국 장관이 직접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을 피하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윤 총장으로서는 수사자율성 획득으로 만족할 것이고 결국 조국 장관과 함께 한몸인 검찰개혁에 합심하게 될 것이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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