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9-19 06:42:18
[베타뉴스 조창용 기자]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18일 서울 강남구의 창업공간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금융 당국에서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며 “(증권업 진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업 진출을 막은 이슈가 인터넷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이 분야 진출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금융 당국이 제시한 ‘수행할 수 없는 안’이 무엇인지 함구했다. 하지만 부채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의 안정성과 관련해 차입금 비중을 낮춰줄 것을 금융 당국이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별한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성적 이슈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언급했다. 정성평가는 정량평가와 달리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다. 증권업 진출과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난관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토스는 지난 5월 증권사 설립을 위한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보통 2개월 내 인가 여부가 결정되지만 현재까지 결론이 미뤄졌다. 이와 별개로 토스는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나 떨어졌고 오는 10월 재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토스의 증권업(금융투자업) 인가를 심사하고 있는 금감원은 자본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토스가 자본 구성 내역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앞서 인터넷 전문은행 심사에서도 자본금의 상당 부분이 상환우선주라는 점이 불안요소라고 지적 받았다. 토스는 그동안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VC(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왔는데, 이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128억원 중 75%(96억원)에 이른다. 나머지 25%(32억원)는 보통주다.
상환우선주는 특정 기간 동안 우선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가 기간이 만료되면 발행회사에서 이를 되사도록 한 주식이다. 상환우선주는 주식이지만 앞으로 상환해야 하는 자금이라 부채에 가깝다. 기업회계기준에서는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2011년부터 상장기업에 의무 적용된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부채로 인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현장토론회에서도 금융 당국을 상대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금융위와 얘기할 때 진심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는데, 실제로 감독기관과 얘기하다 보면 진행되는 게 없다”며 “정해진 요건을 못 지켜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보완하겠지만, 정해지지 않은 규정과 조건을 내세우기 때문에 사실상 굉장히 대응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토스는 지난 5월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인터넷은행 사업자 모집에 도전했었다. 하지만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함께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키움뱅크는 혁신성, 토스뱅크는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토스와 키움증권 측은 재도전 여부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 심사 때도 동일하게 지적됐던 부분"이라며 "RCPS는 콜옵션처럼 투자자가 상환 요구를 하면 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은행이나 증권이나 이런 불안정성을 해결해야 인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토스 측은 상환우선주 발행이 비상장 스타트업의 보편적인 자본조달 방식이며, 현재까지 투자한 VC들은 장기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의 재도전 포기 발언에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한 차례 무산된 제3인터넷은행 인가가 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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