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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맡은 정준영 판사가 충고한 말은?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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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10-25 12:03:10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한 대기업 경영인에게 당부사항을 전달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로 25일 오전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이 열린 가운데 정 부장판사는 "공판을 마치기 전 몇가지 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이 부회장에게 3가지 사항을 당부했다.

    먼저 삼성그룹 내부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실효적인 기업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도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삼성그룹 내부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이 사건 같은 범죄는 재발할 수 있다"며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는 하급직원 비리방지만이 아니라 고위직, 기업총수 비리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철저한 것이어야 한다. 연방 양형기준 8장과 미 대기업들 실행중인 준법감시제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재벌경영 체제의 폐해를 바로 잡고, 혁신기업으로 변화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국가경제발전을 주도한 재벌체제는 이제 과도한 경제력 집중 현상과 일감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경제모델로 도약하는 데 장애물로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각종 도전이 엄중한 시기에 총수가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한다. 혁신기업의 메카로 탈바꿈하는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을 참고해달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재용 피고인에게 당부드린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본 심리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며 "1993년 독일, 프랑스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은 관행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야 하는지 (고민해달라)"라고 덧붙였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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