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0-27 23:05: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외신들은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하에 26일 알바그다디를 겨냥해 시리아 이들립 지역에 대한 공습을 비밀리에 전개했다고 보도했으며, 알바그다디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아주 큰 일이 방금 일어났다!"고 적었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오전 9시(한국시간 27일 밤 10시) 중대 성명을 발표한다고 공지했다.
미국 정부가 사망 사실을 확인한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의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는 숨질 당시 ‘폭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리아 북부 철군으로 터키의 침공을 허용,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바그다디 제거에 성공함으로써 일단 체면을 살린 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바그다디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극악한 테러조직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에서 벌어진 알바그다디 제거작전을 직접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작전에서 미군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터키, 이라크의 IS 격퇴전 협력에 사의를 표하면서 터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시리아 쿠르드족도 특별히 언급했다. 앞서 그는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들뜬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듯 트위터에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의 묵인 하에 터키가 시리아 북부를 침공, 쿠르드 무장조직을 무력화하면서 IS 격퇴 전선이 흐트러졌다는 비판이 비등하던 상황이었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성과’를 강조하며 궁지를 모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집권하기 오래 전부터” 저질러진 IS의 만행들을 열거하면서 이번 작전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잔혹한 살인자를 제거”한 소식을 전해들은 전날 밤은 “대단한 밤이었다”고 했다. “겁쟁이(알바그다디)는 개처럼 죽었다”면서 “미국은 위대하다”고 말했다. 연설에 이은 질의응답에서는 “러시아군이 있는 지역에서 작전을 했다”며 러시아의 협력을 수차례 강조했다. 중동에서 러시아에 밀리는 데에 대한 미국 내의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한 듯했다. IS가 얼마나 위험한 조직이었는지 여러번 설명하면서 “집권 첫날부터 나는 ‘알바그다디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알바그다디는 터키 쪽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의 바리샤 지역에 있는 은신처에 숨어 있었다. 미군은 2주쯤 전부터 정보를 입수해 작전을 준비했다. ‘델타포스’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미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소속 제1특수부대작전분견대 정예군인들이 은신처를 급습했고. IS 전투원들과 교전을 벌였다.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 중이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을 수행한 것은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었는데 이번엔 델타포스가 나섰다.
한편, 27일 한국경제TV에 따르면, 알바그다디(48세 추정)는 중동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역사에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IS의 전성기였던 2014년부터 3년간 알바그다디가 파급한 영향력은 9·11 테러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라덴(2011년 사살)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 정보당국은 바그다디에게 알카에다의 옛 우두머리 오사마 빈라덴과 같은 2천500만 달러(약 290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알바그다디의 정체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매우 적다.
1971년생으로 이라크 중북부 사마라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이브라힘 알리 알바드리 알사마라이로 알려졌다.
2014년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이해 6월 29일 국가 수립을 선포한 IS는 그를 `칼리파(초기 이슬람 시대의 신정일치 지도자) 이브라힘`으로 발표했다.
이 발표 직후인 7월 5일 이라크 모술의 대모스크에서 그가 설교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의 얼굴이 드러난 것은 이 동영상이 처음 등장한 시점이다.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를 둘러싼 사망설, 중상설이 끊이지 않았으나 확인된 적은 없고 소재 역시 묘연했다. 시리아 동부 이라크 국경지대를 오가며 은신했다는 소문만 나돌았다.
2019년 4월 IS의 홍보매체 알푸르칸을 통해 5년만에 그의 동영상이 유포됐으며, 지난달에는 알바그다디로 추정되는 음성 메시지가 공개됐다.
2014년 당시 그는 검은 터번을 머리에 두른 성직자의 복장으로 등장했다. 검은 터번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임을 뜻한다. 자신을 무슬림의 이상향인 칼리파 제국의 지도자이자 숭모의 대상인 예언자와 연결한 것이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은 이듬해 수니파 저항세력의 근거지였던 안바르주 팔루자를 탈환하는 작전을 벌이다 그를 체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군이 설치한 이라크 남부 부카 수용소에 2004년 4월께 수감된 것은 대체로 일치하는 사실이지만 그가 석방된 시점에 대해선 그해 12월이라는 설과 2009년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석방 이후 행적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시 이라크의 상황을 고려하면 강경 수니파 무장조직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에 가담, 서열이 점점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4월 이라크이슬람국가(ISI·AQI가 개명한 조직)의 수괴 아부 오마르 알바그다디가 폭사하자 그는 한 달 뒤 이 조직을 장악한다.
이 시점에 대해서도 혼선이 있다. IS는 지난달 자체 발표한 조직 연표에서 "2010년 10월 아부 오마르 알바그다디의 지휘하에 ISI가 창설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전의 혼란에 빠진 이라크에서 빠르게 세력을 넓히면서 2013년 4월 ISI를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로 이름을 바꾸고 시리아의 강경 수니파 반군을 흡수, 2014년 6월 IS라는 자칭 국가 수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알카에다는 당시 ISIS에 시리아 조직을 일부 빼앗기자 2014년 2월 관계 단절을 발표했다. IS는 그러나 여전히 자신이 알카에다의 설립자이자 지하드의 상징인 오사마 빈라덴의 `적통`임을 주장해 왔다.
IS가 2015년 낸 문서를 보면 IS의 출발을 아부 무사부 알자르카위(2006년 폭사)가 1999년 이라크에서 세운 `자마트 알타우히드 왈지하드`로 공식화했다. 이 조직은 알자르카위가 빈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한 뒤 AQI로 변신했다.
빈라덴은 이미 사망했고 그의 `유산`인 알카에다는 9·11 테러 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위세가 다소 움츠러들었지만, 알바그다디와 IS는 2014년부터 3년간 전성기 때의 알카에다를 능가하는 악명을 떨쳤다.
탈레반도 여전히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 남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에 비해 IS는 인터넷을 통해 서방의 `외로운 늑대`(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를 이슬람 극단주의로 유도해 테러를 선동했다. IS의 직접 지령을 받지 않았어도 IS의 사상을 추종하는 극단주의자의 테러가 잇따랐다.
단순한 테러조직을 넘어 국가를 참칭하고 자체 행정·사법 조직을 운용했는가 하면 화폐도 따로 발행할 정도로 IS는 한때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근거지인 이라크, 시리아는 물론 북아프리카, 예멘, 사우디의 무장조직이 IS의 지부를 자처했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유전지대를 장악해 `가장 부유한 테러조직`으로 불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장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중심엔 테러분자들의 정신적 지주 알바그다디라는 인물이 있었다.
알바그다디 사망 이후 IS의 후계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IS의 핵심부에 대한 연구와 보도는 매우 혼재된 상황이어서 알바그다디를 이어 이 조직을 이끌 후계자를 예상하기는 상당히 어렵고 정확도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다만, IS 관련 정보를 가장 근접하게 전달하는 이 조직의 홍보매체인 알아마크는 올해 8월 알바그다디가 압둘라 카르다시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바그다디의 사망 뒤 조직의 지도부가 혼란에 빠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 보도가 그나마 유력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전망된 인물은 전투 중 대부분 사망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은 카르다시는 투르크족 출신의 이라크인으로, 이라크 북부 모술 북쪽 국경도시 탈아파르가 고향이라고 보도한 적 있다. 알바그다디와 마찬가지로 2003년 미군의 이라크 내 수감 시설에 구금된 경력이 있다고 미국 정보기관은 파악한다.
IS에 가담하기 전 알카에다의 종교 조직에 몸담았으며 2014년 6월 IS가 모술을 점령하자 알카에다에서 발을 빼고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중동 언론은 보도했다.
알바그다디의 사망 뒤 IS가 후계를 정하고 지도부를 재정비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국제 테러조직으로서 세력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근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점령지를 잃은 데다 조직이 전성기를 누리던 2014∼2016년과 같이 유전지대를 장악, 다른 테러조직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가 2017년 12월 IS와 전쟁에서 승전했다고 규정하고, 이후 시리아의 IS 근거지를 시리아 정부군과 미국이 지원하는 무장조직이 탈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해 3월 IS가 참칭한 '칼리프 제국'이 소멸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재 IS의 잔당이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동북부에서 간간이 테러를 저지르기는 하지만 한때 정규전을 방불케 한 전투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직의 전력이 크게 위축된 셈이다.
오사마 빈 라덴(2011년 5월)이 사살된 뒤 알카에다가 중동의 극단주의 무장조직 사이에서 권위를 상실하고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IS에 주도권이 넘어간 것처럼 IS의 상징적 인물인 알바그다디의 죽음은 조직의 와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알바그다디가 마지막으로 등장해 테러를 선동한 올해 4월 이후 IS의 이름을 내세운 테러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만큼 그의 사망이 종교적 극단주의자에게 어느 정도 파급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IS가 인터넷을 통해 계속 이슬람 극단주의를 유포하고 테러를 선동하는 만큼 IS가 직접 지령하지 않아도 자생적인 테러가 벌어질 위험은 상존한다.
2011년 빈 라덴의 사망 뒤 점조직처럼 '명맥'을 이어간 이라크와 시리아의 무장조직이 알바그다디라는 '지도자'의 등장으로 IS로 규합된 것처럼 구심점만 생긴다면 IS를 잇는 대형 테러조직이 부활할 수도 있다.
특히 종파간 갈등이 빈번한 이라크와 시리아가 IS의 소멸 이후에도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가 언제든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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