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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속도로 말한다’,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20' M.2 SSD


  • 신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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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3-16 16:22:49

    저장장치의 발전은 SSD 시대를 맞이한 이후 매우 민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처음 SATA 인터페이스로 시작했던 SSD는 고속 인터페이스를 맞이하면서 빨라지고 크기 또한 작아졌다. PC 사용자는 이제 자유롭게 소형화된 초고속 저장장치를 선택해 쓸 수 있게 됐다. 가격 대비 용량적 이점도 어느 정도 개선되어 부담이 적어진 것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그 동안 다방면으로 저장장치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온 SSD는 또 한 번 도약을 시도하는 중이다. 바로 PCI-Express 4.0의 확장된 대역폭을 활용해 성능을 한 차원 더 끌어 올리는 일이다. 레인 하나당 최대 2GB 전송이 가능한 PCI-Express 4.0은 기존 대비 두 배 늘어난 대역폭을 바탕으로 많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 플랫폼에 PCI-Express 4.0이 적용된 상태다.

    신기술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동시에 이를 대비한 저장장치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씨게이트가 선보인 파이어쿠다(Firecuda) 520 역시 그 중 하나다.

    ■ 씨게이트의 새 컨트롤러로 완성된 M.2 SSD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20은 SSD로 역량을 확대하려는 씨게이트의 새로운 결과물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타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발빠르게 PCI-Express 4.0에 대응한 제품이라는 점. AMD X570 플랫폼 및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와 호흡을 맞춰 최적의 속도를 제공하게 된다. 물론, PCI-Express 3.0 및 그 이하 규격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M.2 규격이라면 자유롭게 연결해 쓸 수 있다.

    디자인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평범한 M.2 규격 SSD와 다르지 않기 때문. 길이는 80mm인 M.2 2280 규격으로 대부분 메인보드와 호환된다. 슬림형 노트북과도 호환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연결해 사용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구성은 여느 M.2 SSD와 동일하다. 파이어쿠다 520은 1TB 용량을 제공하는데, 이를 위해 4개의 낸드플래시 모듈이 배치되고 이를 컨트롤러와 캐시 메모리가 제어하게 된다. 컨트롤러는 씨게이트가 직접 개발한 STXZP010BE70으로 PCI-Express 4.0 대역에 대응하기 위한 처리속도를 제공한다. 여기에 캐시 메모리는 SK 하이닉스의 H5AN4G8NBJR을 쓴다. 4Gb 용량(512MB)의 DDR4 메모리로 2.400MHz로 작동한다.

    이 조합으로 최대 순차 읽기 속도는 5,000MB/s, 순차 쓰기 속도는 4,400MB/s에 달한다. 이는 2.5인치 SATA 6Gbps 기반 SSD 대비 최대 9배, 기존 PCI-Express 3.0 기반의 M.2 SSD 대비 최대 1.5배 빠른 것이다. 대역폭 자체도 PCI-Express 3.0은 3,940MB/s 정도지만 PCI-Express 4.0은 7,880MB/s 수준으로 2배 가까이 빠르다.

    무작위 읽기/쓰기 속도 또한 빨라졌다. 파이어쿠다 520은 무작위 읽기가 최대 76만 IOPS, 무작위 쓰기는 최대 70만 IOPS 가량이다. 일반적인 고성능 SSD가 40~50만 IOPS 수준의 무작위 읽기 속도를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빠른 속도라 하겠다.

    소프트웨어 지원도 탄탄하다. 씨게이트는 씨툴즈(SeaTools)라는 자가 진단 도구를 제공하는데, SSD의 상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 외에 드라이브 관리와 상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기본 소프트웨어는 인터페이스가 단순한데, 파이어쿠다 520 전용 게이밍 테마가 적용된 씨툴즈를 설치하면 더 직관적이고 화려한 인터페이스로 드라이브 관리를 지원하게 된다.

    이 외에도 씨게이트 제품에만 제공되는 무료 데이터 복구 서비스인 레스큐(Rescue)를 적용할 수 있다. 2년간 1회 무료로 데이터를 복구해 주는데 씨게이트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직접 데이터를 복구한 후 이를 별도의 외장 디스크에 저장해 전달한다. 기존 손상된 드라이브는 즉시 새로 교체해 주는 것은 기본. 기존 저장장치는 손상되면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씨게이트는 이를 과감히 탈피,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초당 4GB 이상을 읽고 쓰는 ‘환상적’ 성능

    PCI-Express 4.0의 힘을 품어 성능이 대폭 향상된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20. 과연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X570 플랫폼에 연결해 속도를 측정해 봤다. 비교 대상으로는 동일한 용량의 PCI-Express 3.0 기반 M.2 SSD를 선택했다.

    먼저 저장 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HD Tune Pro를 실행했다. 먼저 쓰기 성능과 그래프 성향을 분석해 봤다. 테스트 내에서의 쓰기 속도는 최저 1,224.9MB/s, 최대 2179.9MB/s를 기록했다. 최저는 처음 시작점이므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좋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반적인 그래프 성향이 2,100MB/s 전후로 꾸준히 성능이 유지된다는 부분에 있다.

    그래프 곡선이 큰 낙차 없이 거의 직선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일부 성능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쓰기 상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으나, 파이어쿠다 520 1TB는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적다. 또한 SLC 캐시라는 형태로 초반에 속도를 끌어 올리다가 후반부에서 힘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 제품은 그런 부분을 보여주지 않았다.

    읽기 그래프 또한 쓰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다. 최저 1,329.5MB/s, 최대 2,285.6MB/s를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2,250MB 부근의 선에서 큰 폭의 변화 없이 일정한 속도를 낸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파이어쿠다 520 1TB는 읽기와 쓰기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번에는 Crystal Disk Mark를 통한 속도 비교를 진행했다. 먼저 순차 쓰기를 확인해 보면, PCI-E 3.0 기반 SSD는 3,012MB/s 수준을 보여주는 반면, 파이어쿠다 520 1TB는 4,291MB/s 수준으로 초당 약 1,000MB 이상 더 많이 기록하는 모습이다. 더 빨리 저장할 수 있으니 그만큼 작업 진행 속도에도 차이를 보일 것이다.

    순차 읽기 속도도 비슷하다. PCI-E 3.0 SSD는 1초에 3,490MB을 불러왔지만, 파이어쿠다 520 1TB는 1초에 약 5GB에 가까운 4,991MB를 불러오는 것으로 측정됐다. 4GB 가량의 데이터를 1초에 주고 받는 것으로 PCI-Express 4.0의 확장된 대역폭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순차 외에 무작위 읽기/쓰기 속도는 사실상 두 제품이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파이어쿠다 520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위 데이터 입출력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본은 지키면서 성능 향상을 이뤄낸 셈이다.

    AS SSD Benchmark 테스트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PCI-E 3.0 기반 SSD는 초당 약 3GB 가량의 순차 읽기/쓰기 속도를 제공하는 반면, 파이어쿠다 520은 초당 약 4GB대 읽기/쓰기 속도를 자랑한다. 운영체제나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환경 보다, 대규모 파일을 다루는 환경에서 더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용량 고화질 동영상 편집 환경이 그 예라 하겠다.

    ■ ‘압도적’인 성능이 보여주는 쾌적함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20. 엄밀히 말하면 1TB 용량의 가격이 30만 원대 후반으로 저렴한 것은 아니다. 일반 중저가 1TB M.2 SSD가 10만 원대 중후반에 거래되고, 고성능은 20만 원대 수준이기 때문. 하지만 비싸다고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 그만큼 최적의 플랫폼에서 뛰어난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3세대 AMD 라이젠과 X570 기반 플랫폼 사용자라면 그 매력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초당 4GB를 전후로 순차 입출력이 이뤄지는 성능, 대용량 파일을 다루는 환경에 알맞다. 특히 수십GB 용량의 파일을 다루는 고해상 영상 작업 환경에서는 처리 속도 뿐만 아니라 대용량 파일을 빠르게 다루는 것이 필수. 그런 점에서 파이어쿠다 520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전문 작업 환경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베타뉴스 신근호 기자 (danielb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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