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18 13:22:06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오월 광주로부터 40년이 되었습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5·18, 생활 속에서 되살아나는 5·18을 바라며 정부는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망월동 묘역이 아닌 이곳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거행합니다.
5·18 항쟁 기간 동안 광장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랑방이었고 용기를 나누는 항쟁의 지도부였습니다.
우리는 광장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대동 세상을 보았습니다.
직접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도 주먹밥을 나누고, 부상자들을 돌보며 피가 부족하면 기꺼이 헌혈에 나섰습니다.
우리는 독재 권력과 다른 우리의 이웃들을 만났고 목숨마저 바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보았습니다.
도청 앞 광장에 흩뿌려진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난 40년, 전국의 광장으로 퍼져나가 서로의 손을 맞잡게 했습니다.
드디어 5월 광주는 전국으로 확장되었고 열사들이 꿈꾸었던 내일이 우리의 오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더 많은 광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오늘 5·18 광장에서 여전히 식지 않은 오월 영령들의 뜨거운 가슴과 만납니다.
언제나 나눔과 연대, 공동체 정신으로 되살아나는 오월 영령들을 기리며, 그들의 정신을 민주주의의 약속으로 지켜온 유공자,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와 존경의 마음을 바칩니다.
'오월 정신'을 키우고 나눠오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 광주를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국민들께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오월 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이 모여 정의로운 정신이 되었습니다.
광주시민들의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과 나눔이 계엄군의 압도적 무력에 맞설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광주는 철저히 고립되었지만 단 한 건의 약탈이나 절도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인 없는 가게에 돈을 놓고 물건을 가져갔습니다.
그 정신은 지금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있습니다.
코로나 극복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저력이 되었습니다.
병상이 부족해 애태우던 대구를 위해 광주가 가장 먼저 병상을 마련했고, 대구 확진자들은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오월 어머니'들은 대구 의료진의 헌신에 정성으로 마련한 주먹밥 도시락으로 어려움을 나눴습니다.
'오월 정신'은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며 지금도 살아있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되었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총칼에 이곳 전남도청에서 쓰러져간 시민들은
남은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 믿었습니다.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가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산 자들은 죽은 자들의 부름에 응답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했습니다.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민주화 운동이 되었고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가 되었습니다.
"나라면 그날 도청에 남을 수 있었을까?"
그 대답이 무엇이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우리는 그날의 희생자들에게 응답한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끼리 서로 공감하며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만들어내듯 우리는 진실한 역사와 공감하며 더 강한 용기를 얻고, 더 큰 희망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국민입니다.
'오월 정신'은 더 널리 공감되어야 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한 청년이 말했습니다.
"5·18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아직 5·18정신이 만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5·18을 겪지 않은 세대가 태어나고 자라 한 가정의 부모가 되고,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그날 광주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함께 광주를 겪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월 정신'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오월 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들에게 용기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재발견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월 정신'이 우리 마음에 살아 있을 때 5·18의 진실도 끊임없이 발굴될 것입니다.
'오월 정신'을 나누는 행사들이 5·18 민주화운동 40년을 맞아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계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와 정부도 '오월 정신'이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되고 미래세대의 마음과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언제나 함께할 것입니다.
서로 돕고 나눌 수 있을 때 위기는 기회가 됩니다.
위기는 언제나 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우리의 연대가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고 그들이 일어날 수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의 힘도 더 강해질 것입니다.
오늘 경과보고와 '다짐'을 낭독해준 차경태, 김륜이 님과 같은 미래세대가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연대의 힘을 더 키워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들은 아픔을 넘어서는 긍지로 5·18의 명예를 소중히 지켜왔습니다.
광주 밖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광주의 고통에 눈감지 않고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정부도 5·18의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5월 12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왜곡과 폄훼는 더 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입니다.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입니다.
처벌이 목적이 아닙니다.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입니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5·18 행방불명자 소재를 파악하고 추가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보상에 있어서도 단 한 명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이준규 총경에 대한 파면 취소에 이어 어제 5·18 민주화운동으로 징계받았던 퇴직 경찰관 21명에 대한 징계처분 직권 취소가 이뤄졌습니다.
경찰관뿐만 아니라 군인, 해직 기자 같은 다양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진상규명의 가장 큰 동력은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는 국민들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4·19 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과 촛불혁명까지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줄기를 헤쳐왔습니다.
5·18의 완전한 진실을 향한 국민의 발걸음도 결코 되돌리거나 멈춰 세울 수 없습니다.
국민이 함께 밝혀내고 함께 기억하는 진실은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입니다.
2018년, 저는 5·18 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한 광주시의 결정이 매우 뜻깊습니다.
'오월 정신'은 도청과 광장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전남도청의 충실한 복원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정의로운 항쟁의 가치를 역사에 길이 남길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40년 전 광주는 숭고한 용기와 헌신으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광주를 떠올리며 스스로 정의로운지를 되물었고 그 물음으로 서로의 손을 잡으며 민주주의를 향한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습니다.
광주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더 많이 모으고, 더 많이 나누고, 더 깊이 소통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우리에게 각인된 그 경험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언제나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정치·사회에서의 민주주의를 넘어 가정, 직장,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하고, 나누고 협력하는 세계질서를 위해 다시 오월의 전남도청 앞 광장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날, 도청을 사수하며 죽은 자들의 부름에 산 자들이 진정으로 응답하는 길입니다.
감사합니다.
베타뉴스 이완수 기자 (700news@naver.com)
Copyrights ⓒ BetaNews.net
-
- 목록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