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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보호법의 맹점, 부르는 임대료가 값인데 10년 후라고 다르겠나


  • 강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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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8-09 08:48:47

    ▲ 박지호 맘상모 사무국장 ©베타뉴스

    글쓴이 - 박지호(맘상모 사무국장, 커크패트릭 브론즈 조직관리 컨설턴트)

    코로나19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근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임대차 계약’ 문제다. 혹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계약갱신청구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타당성이 있는 반론이다. ‘10년 연장’ 개정안으로 상인들의 장사 환경이 개선된 건 사실이다. 문제는 10년 그 이후다.

    ▶사례① 종로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200만원의 월세를 내며 장사해왔다. 그런데 최근 임대차 계약 종료(계약갱신 기간 만료)를 앞두고 건물주가 월세를 550만원으로 올렸다. 월세를 감당할 수 없었던 A씨는 신규 임차인을 물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평균 매출이 줄고 있어서다. 자칫하면 A씨로선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날지 모른다.

    ▶사례② 영등포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B씨 역시 25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장사해왔다. 하지만 최근 계약갱신 기간이 끝난 후 건물주가 월세를 500만원으로 두배나 올렸다. 5000만원이던 보증금도 1억원으로 올렸다. 건물주는 “은행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보증금과 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B씨는 권리금과 시설투자금, 단골 고객 등을 고려해 결국 빚을 내 건물주의 요구를 수용했다. 

    ▶사례③ 울산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하는 C씨는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소급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계약갱신청구 가능 기간 10년’을 보장받지 못한 사례다. 그 바람에 보증금은 순식간에 4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임대료는 3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뛰었다. 자영업자가 ‘맘 편히’ 장사를 할 수 있는 토대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거듭 개정되면서 임차인의 ‘장사할 권리’가 개선된 건 사실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를 최대 10년간 수용하도록 했고, 이 기간 월세는 5% 이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약갱신 기간이 끝난 후다. 언급한 사례처럼 계약갱신 기간 종료 후 건물주가 맘대로 월세를 올리는 건 일도 아니다. 사채이자도 연 30%가 최대지만, 상가 월세는 계약 종료와 함께 부르는 게 값이다. 자영업자들이 끊임없이 임대차 계약 문제를 골칫거리로 안고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초 계약 시엔 재건축 얘기가 없다가 계약을 갱신할 때 재건축을 언급하면서 화해조서 작성을 강요하거나 법정 다툼을 벌여 임차인을 내모는 경우도 있다. 

    사채에도 법정이자율이 있는데…
    임차인을 골탕 먹이기 위해 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주차를 못하게 하고, 영업 중인데도 출입문을 폐쇄하기도 한다. 시설투자를 하고, 상권(단골)을 만든 임차인이 쉽게 상가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빌미로 건물주가 일삼는 폭력들이다.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느냐다. 현 법체계에선 계약갱신 기간이 끝난 10년 후 임대인의 욕심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계약갱신 기간이 만료될 때를 대비한 방안을 강구해야 마땅하지만 갑론을박이 벌어질 게 뻔하다. 임대인 입장에선 계약기간이 ‘플러스 알파’가 되는 것과 다름없고, 임차인 입장에선 ‘안정적인 임대기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계약갱신 가능 기간과 무관하게 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이 2%대였고, 물가상승률이 1%대, 예금금리가 1%대, 대출금리가 3%대라는 걸 감안하면 ‘월세 인상률 5%’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임차인들이 가게에서 쫓겨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하면 감내할 만한 범위이기도 하다.

    혹자는 ‘임대인만 손해를 보라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 경기가 어려울 때 기업은 무임금 휴직이나 감봉을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물주는 어떤 경우라도 임대료를 5% 이내에서 올릴 수 있다. 임대료가 연체되면 보증금에서 차감도 가능하다. 지속적인 연체가 발생하면 합법적으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도 있다. 이미 10년간 5% 인상률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손해가 있는 것도 아니다. 

    10년 후에도 맘편히 장사할 수 있어야
    또 하나 필요한 것은 권리금 관련 규정이다. 계약갱신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재건축을 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줄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땐 임차인의 권리금이 건물주에게 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어 건물주가 부담하는 게 옳은 듯하지만 관련 법규가 마땅하지 않다. 이 때문에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여기서 이겨야만 권리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임대차 분쟁과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어찌 보면 ‘10년만 장사하고 손 뗄 것을 강요하는’ 법일지 모른다. 전국의 자영업자는 555만명에 이른다. 집계되지 않는 이들까지 합치면 7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추산이다.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까지 합하면 못해도 1000만명 이상이 자영업계 주변에서 연명하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위 기사는 맘상모 요청에 의해 8월 '더스쿠프' 창간특집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기사로 작성 했습니다. -


    베타뉴스 강규수 기자 (healt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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