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24 17:11:23
올 한해 은행권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여파로 경영환경에 큰 변화를 겪었다. 우선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 규모가 250조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저금리에 가계대출 및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고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커졌다. 또한 비대면 금융이 확산되면서 빅테크와의 본격 경쟁을 시작했다.
◇ 코로나 대출, 10개월간 250조원
지난달 말 금융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부터 11월 20일까지 은행권에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집행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235만9000건, 250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 규모는 각각 88조1000억원, 11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나머지 52조7000억원은 보증 지원이었다.
업종 별로 보면 음식점업이 43만 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매업(38만건), 도매업(29만건)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지원책으로 유동 자금이 공급되긴 했지만 문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경기 부진이 길어질 경우다. 업계에서는 이런 부채가 금융권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기준금리 역대 최저치
한국은행은 지난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기준금리의 큰 폭 인하)’을 단행했다.
또, 월5월 28일 추가로 0.75%에서 0.5%로 인하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금리를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이후 지난 7·8·10·11월 네번에 걸쳐 현재의 연 0.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는 11월 말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세계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으나 그 속도는 코로나19 재확산 지속의 영향 등으로 더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영끌 빚투로 가계빚 폭증
저금리와 함께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 등이 겹치면서 가계의 빚(신용)이 폭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가장 많았다.
이 기간 가계신용은 2분기 말(1637조3000억원)보다 44조9000억원(2.7%) 늘었다. 이 증가 폭은 2016년 4분기 46조1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890조4000억원)은 3분기에만 17조4000억원 불었다. 증가폭이 2분기(14조8000억원)보다 더 커졌고, 2016년 4분기(24조2000억원) 이후 3년 9개월 내 최대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695조2000억원)도 3분기에 22조1000억원이나 뛰었다. 증가액은 2분기(9조400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 가계빚 폭증…각 은행, 잇단 돈줄 막기
이렇 듯 대출이 급증하자 각 은행들이 사상 유례없는 강도로 가계대출을 조이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대출 문턱을 높이는 정도가 아닌 아예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23일부터 연말까지 영업점에서 서민금융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계대출 신용대출 상품에 대한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신규대출은 내년 1월 4일에나 재개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이날부터 연말까지 원칙적으로 2000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신규 가계 신용대출을 막는다. 하나은행 역시 24일부터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부터 직장인 고신용자 대상 신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년 하반기 특히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해서 굉장히 가팔랐다"면서 은행권에 연말까지 주문한 가계부채 총량관리 체계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 비대면 금융 가속화
코로나19란 사상 초유의 사태는 비대면 금융의 빠른 성장을 불러왔다. 각 은행들은 혁신 점포 구축, 연중무휴 환전 ATM 등 언택트(비대면)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은 지난달 시중은행 최초로 화상상담 시스템을 적용한 미래형 혁신 점포 모델 '디지택트 브랜치'를 서소문 지점에 오픈했고 같은 달 NH농협은행은 연중무휴로 외화 환전이 가능한 '고기능 다통화 외화 ATM'을 선보였다.
또 KB국민은행도 최근 서울 돈암동 지점에 디지털 요소를 강화한 새로운 형태의 자동화 코너인 '디지털셀프점 플러스(Plus)'를 오픈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대면 금융거래 가운데 결제와 대출 부문은 2016년 대비 각각 12배, 6.6배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온라인쇼핑 등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서 카드사 및 핀테크(빅데크) 기업의 간편결제 등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은행 vs 빅테크 경쟁 격화
하지만 비대면 금융은 전통 은행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과 네이버 등 빅테크의 성장세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는 은행권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지난 6월 '네이버통장'을 선보였다. 네이버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제휴한 첫번째 금융서비스로 하루만 맡겨도 최대 연3%(세전 100만원 이내)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에 앞서 카카오는 일찌감치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금융권에 뛰어든 상태다.
IT 공룡들이 간편결제서비스, 금융투자상품 등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면서 진짜 테크핀(IT 중심의 금융서비스)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은행권들은 공정성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이미 은행과 유사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데 전자금융업자라는 이유로 은행만큼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타뉴스 조은주 (eunjoo@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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