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동

조은주

입력 : 2021-01-11 17:30:48

사외이사 임기만료를 앞두고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로, 그동안 기존 상법상 주주 제안을 통해 시도됐으나 실제로 도입된 적은 없다. 만약 기업은행에서 노조추천이사제가 도입되면 금융권 첫 사례가 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달 말 3분기와 4분기 노사협의회를 진행했다. 협의회는 기업은행 노사가 각종 사안을 논의하는 회의체인데, 협의회 안건에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관련 건이 포함되어 있다.

기업은행에서는 오는 2월 12일 김정훈 사외이사, 3월 25일 이승재 사외이사의 임기가 각각 만료될 예정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 시기에 맞춰 후보 추천을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노조 측 관계자는 이날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는 3월 시행되는 금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계나 금융계, 금융소비자 보호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와 함께 "노조가 추천하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임명될 수 있도록 은행 정관 개정을 협의회 안건으로 올려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한 뒤 금융위원장이 임명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를 개정해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갖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활동에 반영하고 기업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주의 이익 감소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이사회의 의사 결정이 노조의 영향으로 입장차를 줄이지 못할 경우,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