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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시행 첫날 현장은 '혼란'…은행 비대면 상품 '중단'


  • 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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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3-25 18:27:05

    금융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 위법 계약 해지권 등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25일 시행됐다. 하지만 세부 규정이 아직 모호한 탓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시중은행 일선 창구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예·적금, 펀드 등의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 1명당 가입 절차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소의 3배 이상 길어진 점이었다.

    법 시행 첫날이라 바뀐 상품 판매 프로세스 등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 가입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진땀을 흘렸고, 고객들은 "절차가 너무 복잡해 불편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소법 시행에 앞서 비대면 상품 판매와 AI(인공지능) 서비스 등을 속속 중단했다. 전산시스템과 영업 프로세스(절차)에 상품설명서 의무 전달 등 바뀐 규정을 적용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30일까지 STM(스마트 텔러 머신)에서 새로 입출금 통장을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STM은 일반 ATM(현금출납기) 기능에 통장·체크카드 신규 발급, 통장 재발행 등의 서비스까지 가능한 기기를 말한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로 '유어스마트라운지(YSL)' 내 서비스 중 상품 신규·해지 서비스 등을 중단했다. 중단 기한은 상품설명서 교부 등 금소법에 맞춰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다.

    우리은행 역시 키오스크를 통한 예금과 펀드의 신규 판매,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 키오스크 일부 기능을 이날부터 멈춘 뒤 4월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 시중은행 금소법 시행 안내문. © 연합뉴스

    비대면 상품 판매를 아예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NH농협은행은 금소법 시행에 맞춰 설명 의무 강화 등 법규 준수를 위해 이날부터 일부 펀드 서비스를 중단했다.

    서비스 중단 대상은 펀드 일괄(포트폴리오) 상품과 연금저축펀드계좌의 비대면 신규 가입이다. 농협에서 개별 펀드 상품은 여전히 가입이 가능하지만, 여러 펀드 상품을 엮는 일괄 가입이 안 된다는 뜻이다. 판매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펀드 일괄이든 연금저축펀드계좌든 금소법에 맞춰 전산 개발은 마쳤으나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라며 "조속히 가입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AI 채팅상담 시스템인 '하이챗봇'을 통한 예·적금 가입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법 적용 기준도 모호해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상품 위험도와 가입 규모 등에 관계없이 모든 상품에 6대 판매 원칙이 일괄 적용돼 손님도, 은행도 모든 업무처리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부터 시행되는 금소법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 의무 등 '6대 판매 규제'의 적용 대상을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고 금융거래에서의 '판매자 책임'을 대폭 강화한 법안이다.

    우선 소비자는 보증보험이나 연계대출 등 일부를 제외한 보험·대출상품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고난도 투자일임계약, 일부 신탁계약 등의 투자상품에 대해 일정 기간 내에는 자유롭게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금융사는 금융상품을 팔 때 소비자의 재산 상황·거래 목적 등을 확인해 적합·적정한 상품을 권유하고 수익의 변동 가능성 등 중요사항을 설명할 의무를 진다.

    또, 대출 시 다른 상품 끼워팔기 등 불공정 영업행위를 하거나 금융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는 등의 부당권유행위를 하는 것도 금지된다.

    만약 금융사가 이러한 판매 원칙을 어기면 소비자는 위반 사항을 안 날로부터 1년 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 가운데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위법 계약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소비자가 분쟁조정·소송 등 대응을 위해 금융사에 자료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신설됐다. 또, 판매사가 설명 의무를 위반해 고객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고의 또는 과실 유무를 입증할 책임을 고객이 아닌 판매사가 져야 한다.

    금융사가 6대 판매규제 가운데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광고 규제를 위반하면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베타뉴스 조은주 (eunjoo@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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