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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영, 공사중 발견된 유적 이전부지 '나몰라라?'..용산구-문화재청에 '책임 떠넘기기'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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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4-24 06:22:36

    ▲ 한강로3가 기와터근린공원 위치도 ©용산구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부영주택과 용산구청이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용산구 한강로 공동주택 안 산책로에 유적지 공원 조성을 강행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사업자인 부영이 사업장에서 발견된 유적의 이전 부지 확보를 책임져야 하는데도 인근 공동주택 안에 발굴된 기와가마를 이전하는 공원을 만들기로 한데에 주민들이 연일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최근 용산구청 및 부영주택에 따르면 부영은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 1단지와 2단지 사이 '새터공원'(기와터공원)에 기와가마 3기를 이전하는 '기와터공원 정비공사'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부지를 단지내 산책로로 이용하던 주민들이 이곳에 유적지가 조성되면 관람객 출입으로 사유지가 침해되는 한편 차량 혼잡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유적지 공원 조성을 반대하고 있는 것. 용산시티파크1,2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6일 용산구청에 '기와터근린공원 정비공사 이전설치 반대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22일 문화재청에 유적지 시설 조성에 반대하는 입주민 670여명의 연명부를 제출했다.

    또한 주민들은 발굴장소에서 500미터 이상 떨어진 이곳에 기와터 유적지를 조성하는 데 의문을 갖고 있다. 이 부지가 구유지(구청 소유지)이지만 공원을 조성하기에는 지나치게 협소하고, 주민 불편을 야기하는데도 굳이 기와가마 이전을 이곳으로 해야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앞서 부영이 한강로3가 65-1번지 일대에 공동주택을 건축하던 중 지난 2019년 11월 공사장에서 기와가마 15기가 발견됐으며 이듬해인 2020년 2월 문화재청은 이를 이전보존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건축주는 사업장에서 문화재를 발견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는 동시에 이를 보존하고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

    이에 용산시티파크 주민대표자회의는 부영이 자기 사업장(공사터)에서 발견된 유적을 그 자리에 보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필이면 왜 단지 안 산책로가 유적 이전 부지로 선정됐는지 알 수 없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기와터공원이 예정된 용산 시티파크 아파트단지 내 산책로 ©베타뉴스

    문화재청 관계자는 23일 "(건축)사업장에서 발견된 매장문화재는 건축주가 현지보존, 이전, 박물관 귀속 등을 해야 하지만 지자체가 이전시 부지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자체 부지를 활용하는 안 등 여러 경우가 있지만 문화재청은 사업주가 가져온 안(이 경우는 지자체 소유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합당한 안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승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유적이 빈번하게 발굴되는 자치구 중 하나인 중구는 (문화재) 이전시 발생하는 부지 매입 등을 포함한 비용은 건축주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날 중구청 관계자는 "(중구에서) 아파트 건축 중 발견된 문화재의 이전보존에 대해서는 건축주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며 "이전시 문화재청과 (부지 관련) 협의를 하지만 구가 부지를 제공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같은날 용산구청 관계자도 "건축주인 부영이 이전비용을 부담하고 부지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맞다"라며 "용산구청은 부영 측의 협조 요청이 들어와서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조선시대 기와·벽돌을 만들던 와서(瓦署)터가 있던 한강로 일원인 '기와터공원'(시티파크 안 새터공원)을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와터공원으로 이전복원을 결정하는 문화재청의 심의결과가 발표됐으며 9월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조건부 가결이 됐다. 이에 따라 용산구청은 지난해 8월6일부터 15일간 온라인을 통해 주민대상 열람공고를 했다는 것.

    그러나 주민들은 "누가 용산구 홈페이지를 일일이 들어가서 (공고를) 보겠느냐"며 온라인으로 진행된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인가를 위한 열람공고'는 용산구청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린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온라인 공람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구청에서 (공고문을 게시하는 등) 일일이 주민들에게 공원설립 계획을 설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고 말했다.

    부영 측은 이날 "용산구에서 나온 문화재인 기와가마 3기를 공원명칭에 걸맞게 용산구내 기와터공원으로 이전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고 문화재청의 심의를 통과하고 용산구청의 동의를 얻었다"며 "그 부지는 용산구 구유지로 (시티파크 사유지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부영 관계자는 같은날 "우리 사업장에서 유적이 나왔다고 해서 따로 부지를 매입해 이전보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기와터공원은 2007년에 만들어졌으며 새터공원이라 불린 적이 없고 명칭을 바꾼 적도 없다"며 공원 명칭에 대한 의문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기와터공원 면적은 2550㎡이고 이중 기와가마가 설치되는 면적은 175㎡를 차지한다"며 "공원내 노후돼 가동하지 않고 있는 연못시설 일부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주민은 "우리 아파트 안 산책로가 '기와터공원'으로 불린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주민들은 이 작은 부지에 공원 이름이 붙어 있는지도 잘 모른다"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15년전 입주당시 조감도에 '새터공원'으로 명명돼 있었고 현재도 새터공원이라고 표기돼 있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로 일대가 전부 조선시대 와서터인데 왜 그중 이곳이 '기와터공원'이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구유지라면서 공원안 연못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기와가마를 이곳에 이전하는 것도 뒷북행정"이라고 비난했다.

    ▲ 기와터공원 내 기와가마 3기 이전 공사 계획도 ©용산구

    또한 시티파크입주자대표회의는 민원을 통해 용산구청에서 기와가마 견학 등으로 발생하는 인파나 교통혼잡에 대해 통제를 한다고는 하지만 주차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23일 용산구의회 김정재 의장은 시티파크 주민대표를 면담하고 "(기와가마 이전 문제는) 주민 대표, 구청 공원관리팀 담당자 및 부영 책임자 3자가 만나 새로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날 "사업자(부영)가 지자체(용산구청)와 협의한 내용으로 안건을 제출하고 이를 심의해 적절하다고 판단돼 통과시켰다"며 "주민들이 주장하는 대로 이번 이전 계획과 부지선정에 잘못이 있었다면 사업자와 지자체가 다시 협의해 이를 제출하면 문화재청은 이를 재심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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